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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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p.492

책 표지와 제목이 자기 계발서나 교육학처럼 보여 선뜻 신청을 못하고 있다 '2018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선정!'이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첫 페이지부터 소설 같은 이야기에 의아해하며 저자 소개 부분을 찾아보게 되었고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출생연도(1986년생)에 놀라고, 저자의 실제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랬다. <배움의 발견>은 독실한 모르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공교육을 받지 못한 채 16년을 살다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박사가 되기까지의 실제 이야기를, 아버지의 눈으로만 봐왔던 세상의 문을 열고 홀로 배움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다.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우리가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했다. <아랫동네에 있는 그 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건 악마에게 아이들을 통째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하고 아버지는 말했다.

p.23




타라의 아버지는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며 자급자족을 고집했고, 비밀 결사단체 일루미나티나 사회주의자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물자를 모으고 저장고를 짓는데 돈을 사용한다. 7명의 아이들 중 4명은 출생신고서가 없고, 아이들을 학교 대신 폐철 처리장에 보냈으며 화상을 입거나 머리를 부딪쳐 뇌가 손상되어도 주님의 뜻이라며 아이들은 병원에 가지 못한다.

나는 청바지에 피를 닦으면서 소리쳤다. 「이쪽으로 던지지 마세요! 나 여기 있어요! 」 아버지는 깜짝 놀라 올려다봤다. 내가 거기 있었던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피를 흘리는 것을 본 아버지는 내게 걸어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우리 딸내미, 걱정 마라. 주님과 주님의 천사들이 바로 여기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너를 다치게 두지 않으실 거야.」

p.100

항생제가 몸에 독이 되고, 불임과 기형아의 원인이 된다고 반복하던 엄마의 말도 생각이 났다. 주님의 영은 깨끗하지 못한 몸에 깃들 수가 없으며, 주님을 버리고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몸은 깨끗할 수가 없다고 했었다.

p.337

루크가 화상을 입었을 때 본인에게 다가올 일(차 폭발로 인한 전신 화상)을 엄마에게 미리 주님이 예습을 시켰다고 말하는 아버지, 차크라를 바로잡아서 뇌졸증을 멈출 수 있고, 에너지만 사용해 심장마비도 중단시킬 수 있으며, 근육 테스트로 본인이 유방암에 걸린 걸 알게 되어 고쳤다고 말하는 엄마, 이렇게 동종요법을 맹신하는 부모로 인해 고통은 항상 친구 같았던 타라는 추후 진통제를 복용하게 되었을 때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된다.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 구분이 안됐다. 두 사람 모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p.242



공부를 해 대학에 가겠다며 집을 나간 타일러 오빠의 권유로 타라도 입학시험을 준비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교육만 받고서 그 세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 못 했던 타라는 대학에 오고 나서부터 혼란을 느낀다. 결국 타라는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 친구와 사귀는 법, 커피를 마시는 방법 등 모든 것을 하나씩 다시 배워야만 했다.

무릎 위로 상당히 올라갈 정도로 짧았다. 잠깐이나마 그 옷이 창녀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는 파리에서 아버지가 사준 옷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서 선물로 받은 옷이 창녀 같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그 여자가 창녀가 아니라는 확실한 신호였다. 나는 이 모순이 혼란스러웠다.

p.377




나는 영원히,

항상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잃게 될 것이다.

p.214

대학생활을 잘 해나간다 싶다가도 방학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타라의 모습에 내 속은 수없이 터졌다.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 타라의 모습을 기대했다가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대학 강의로 아버지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숀 오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라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숀 오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일지 청부업자를 시켜 죽일지 고민이라는 말까지 타라에게 하고 그 말을 부모에게 전하지만 누구 하나 믿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타라를 주위 이웃 및 다른 가족들에게 말해 가족으로부터 제명당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모르몬교로 새로 태어나게 하려고 하버드로 찾아온 부모를 보며 자신이 새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사랑을 받을 것인지, 자신의 기억을 부모님의 기억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자신도 다시 가족을 가질 수 있을 거라며 부모님께 굴복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지금 굴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쟁에 한번 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내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내게 요구되는 대가였다. 이제 이해가 됐다. 아버지가 내게서 쫓고자 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p.471

끝까지 타라는 가족을 놓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으로부터 내쳐진다. 마지막까지 엄마에게는 볼 수 없겠냐고 계속 연락한다는 타라... 아니 부모가 잘못했다고 보자고 해야지 왜 타라가 계속 애원하냐고...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보는게 아니면 안된다고 거절하고... 하아.. 정말 책을 읽는 동안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특히 아버지와 숀 오빠가 나오는 부분은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런데 타라는 왜 계속 집으로 갔을까? 인정받고 싶었던걸까? 학교에 가게 되면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죄책감을 가졌던 타라, 자신에게 주어진 가족보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 더 좋았다는 타라였지만 케임브리지에서 행복할수록 그 행복감은 벅스피크를 배신했다는 느낌을 가졌던 타라였으니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인정받고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계속 집으로 가게 만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이는 부모의 돌봄과 교육 아래 커간다. 커가면서 필요한 생활 방법과 태도 및 가치관을 부모로부터 배우고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 생기는 암담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그 부모의 사상이 그 아래에서 커가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어딘가 타라와 같은 아이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

ps. 그런데 아버지는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네. 아버지의 부모를 보았을 땐 안 그렇던데...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하다.




인상 깊은 글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 바로 자신이 누군가의 소유인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 번도 야생에서 지내 본 적이 없는 그는 <다른 세상>에서 자신을 부르는 그 미치게 만드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세상, 누구도 태우지 않을 수 있는 산 위의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p.164

찰스는 나를 사랑하지만 지금 상황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자기는 나를 구할 수 없다고.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고도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p.301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p.312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나는 일기장을 꺼냈다. <아무 의심도 없이 그 모든 것을 내가 믿었다는 것이 놀랍다>라고 썼다. <세상 전체가 틀렸고, 아버지만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p.389

우리 가족은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산을 떠난 셋과 거기에 머무른 넷. 박사 학위를 가진 셋과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넷. 그들 사이에 틈이 생겼고, 그 틈은 계속 커져 가고 있었다.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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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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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따뜻한 글들이 저의 마음을 채워갈지 너무 기대됩니다^^ 왠지 한글자한글자 음미하면서 필사를 해봐도 좋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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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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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

명탐정 ‘앨리스 더 원더 킬러’니까요.

<앨리스 더 원더 킬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가상현실'이 만난 미스터리 소설이다. 아버지처럼 명탐정이 되고 싶은 앨리스가 열 번째 생일을 맞아 아버지로부터 수수께끼를 선물로 받는다. 바빠서 오지 못한 아버지 대신 코모란트 이그리트라는 청년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토끼 귀 모양을 한 헤드기어 '화이트 래빗'이었다. 제한된 24시간 안에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앨리스는 수수께끼를 잘 풀어 명탐정이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까?



'앨리스'라는 단어가 주는 판타지 요소가 나로 하여금 흰토끼를 따라 모험을 떠나보지 않겠냐고 속삭이는 거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앨리스 더 원더 킬러>, 이때만 해도 마지막에 그런 대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반전이 주는 그 재미로 다들 미스터리 소설을 읽나 보다. 다 읽고 책 제목을 보니 이제서야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


선물을 설명해 주던 현실의 코모란트 이그리트가 가상공간에서 흰토끼로 분해 게임 마스터가 되어 앨리스에게 수수께끼를 제시해 준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밀실 탈출 게임, 두 번째 수수께끼는 공작부인의 아기 유괴 사건, 세 번째 수수께끼는 다잉 메시지를 남기고 죽은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모임 멤버의 살인사건, 네 번째 수수께끼는 추락사로 가장한 험프티 덤프티의 살인사건, 마지막 다섯 번째 수수께끼는 흰토끼와의 술래잡기다. 이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변형해 재구성한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앨리스와 함께 추리해 나가다 보면 원작 앨리스를 읽은 사람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왔던 에피소드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은 <앨리스 더 원더 킬러>를 통해 원작을 엿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수께끼 이야기 사이에 나오던 에피소드 두 편마저도 마지막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정말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잘 맞추어진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 볼 수 있다.

험프티 덤프티라는 달걀이 담장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앨리스가 "그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괜찮아, 내가 떨어지면 왕이 구조병을 보내주기로 했어"라며 자랑했습니다. 앨리스가 떠난 뒤, 달걀이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왕은 약속대로 병사 4,207명을 보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p.180


이야기 시작 전에는 항상 카드 양식에 간략한 이야기가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번 에피소드의 내용을 알 수 있기도 했고 여기에서 어떤 내용이 추가되고 변형되어갈지 상상해보며 읽는 재미 또한 있었다. 다섯 개의 수수께끼에 등장했던 캐릭터 중 제일 매력 있었던 캐릭터는 네 번째 수수께끼에 등장했던 험프티 덤프티라는 달걀이다. 해가 뜨고 나서 질때까지 햇빛에 오래 노출되어 있다보니 삶은 달걀이 되지 않기 위해 두 시간마다 자외선 차단 크림을 꼬박꼬박 챙겨 바른다던 험프티 덤프티, 본인이 떨어지면 여왕이 구조병을 보내주기로 했다며 뽐내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에게 깨알 웃음을 주었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떨어지고 나서 구조병을 보내주면 이미 늦은 거 아닌가?! ㅋㅋㅋㅋㅋ




흰토끼에 의해 수수께끼가 주어졌을 때 나 나름대로 추리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어떻게 추리에 성공한 문제가 하나도 없다. ㅋㅋㅋ 열 살 앨리스에게 밀리는 나, 앨리스 어머니는 앨리스가 탐정에 소질 없다고 반대하시던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원하잖아요?!(왠지 내가 쓰면서도 뜨끔^^;) 본인의 직업을 이어받으라고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수수께끼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점점 하나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기상천외한 대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어머니가 다섯 개의 수수께끼의 공통점을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계속 '오~' 하면서 읽었다. 미스터리 소설 초보자인 나에게는 끝까지 놀라움의 연속! ㅋㅋㅋ

토끼 귀 모양을 한 헤드기어 '화이트 래빗'이 현실에도 있다면 증강현실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만큼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온 가상세계를 통한 모험을 앨리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읽으면서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 또한 궁금해졌다. 분명 책으로도 영상으로도 본거 같은데 왜 기억이 흐릿한 건지... 원작을 다시 읽고 <앨리스 더 원더 킬러>를 들여다본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미스터리 소설을, 앨리스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물 흐르듯 즐겁게,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앨리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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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킬레우스의 노래 + 키르케 - 전2권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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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고 더 관심이 가네요~ 주위에서 추천해주던 책이기도해 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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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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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 정윤희 옮김 / 다연

나의 '가장 좋은 방', 다시 말해

언제든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응접실은

바로 집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p.195





평생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인생의 명고전으로 불리는 <월든>은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2개월 남짓 월든 호숫가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자급자족하며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기록한 책이다. 친구에게 빌린 도끼 하나를 들고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기 시작하면서 소로 작가의 숲 생활이 시작된다. 누구의 도움 없이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면서 직접 집을 지을 때 든 비용부터 직접 농사지으며 일부 판매해 얻은 금액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작가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자연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과 구체적으로 묘사된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라틴어로 집이란 ‘세데스(sedes)’, 다시 말해 ‘않아 쉴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면 시골에 앉아 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P.113

아침이면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창조의 시구는 끊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귀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처럼 조금만 속세에서 벗어나도 올림포스 산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P.118




아침마다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보았다는 작가는 맑고 깨끗한 월든 호수에서 새벽마다 목욕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목욕 후에는 청소를 하고 명상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남은 시간에는 농사를 짓거나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기도 했고 때론 산책을 하며 월든 주위의 숲과 호수 그리고 동물과 주민들을 관찰했다. 챕터마다 하나하나 주제를 가지고 쓰여진 월든을 읽다 보면 작가의 남다른 시선과 관찰력에 감탄을 하며 나 또한 숲 속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방문객 편으로 혼자 생활하는 게 외롭지 않냐고 작가에게 사람들이 묻곤 했지만 작가는 오히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오히려 사람들 틈에 껴 있을 때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함이란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 아래 문구에서 작가의 괴로움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ㅎㅎ

여기는 내가 지은 집

이 사람은 내가 지은 집에 사는 사람

이 사람들은 내가 지은 집에서 사는 사람을

미친듯이 괴롭히는 사람들

p.212




하늘과 땅을 가로 짓는 곳에 있기에 여러 색을 담고 있다는 월든 호수를 계절에 따라 관찰한 이야기와 플린트호수, 구스 호수, 화이트 호수 등 다른 호수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호수가에 자갈이 왜 많은지, 월든 호수에 얽힌 전설, 인디언 개척 이야기 등 호수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읽어보기는 처음인듯하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색다른 경험으로 부자가 된 거 같다고 한 작가는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자세히 설명도 해주는데 그 이유가 본인이 잡은 물고기를 전설로 남기고 싶어서라고 ㅋㅋㅋㅋㅋ

사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급자족 숲속 생활을 그린 <월든>은 현재 내 기준으로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아마도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쪼개 읽기가 아니었다면 완독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우리말을 읽고 있음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반복해서 읽은 부분들도 있었고 중간에 나온 시들은 더욱더 어려워 해석하기를 포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숲에서 생활하면서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된 하나하나가 남달랐고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숲속에서 만난 다양한 새와 동물들과 친하게 지냈다면 이러했겠지.. 겁이 많은 나로 하여금 홀로 숲에서 생활하면 어떠할지 경험하게 해준 책 <월든>이었다. 내가 언제 숲속에서 홀로 생활해보겠는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더 힘들게 일을 하게 된다. 물질과 육신의 안락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작가는 자신의 영혼을, 내면을 돌보며 성장해가도록 보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본인 또한 간소화하고 간소화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이고 다른 일들도 그러한 비율로 줄여나간 결과 1년 중 6주일만 일을 하고도 모든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단다. 정말 6주만 일하면 될까? 작가가 월든 숲에 들어가 그 다음 해에 멕시코 전쟁이 일어난 시기인 만큼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거 같다.

물질주의에 빠져든 사람들은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는 작은 일부인 걸 잊은 채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하며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한다. 결국은 제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의 모습이 곧 우리 인류의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걸 모른 상태로 말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지금의 생활을 보다 보면 새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자. 하루에 한 번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요즘, 파란 하늘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

인상 깊은 글귀

이 책은 특별히 가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 쓰였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나머지 독자들의 경우에는 혹여 본인에게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일이다.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늘려가면서 입으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p.7

훗날 고국에 돌아와 시인의 삶을 살겠다며 인도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던 영국인이 떠오른다. 인도로 돈을 벌기 위해서 떠날 게 아니라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서 시를 썼어야 했다.

p.74

2년동안의 경작 경험을 통해 알아낸 바로는 소박하게 살면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만 먹고 필요한 양만 경작한다면, 또 수확한 농작물을 쓸데없는 사치품과 교환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조금의 땅만 있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다.

p.76

왜 콩을 싹 틔우기 위한 종자에는 그리 신경을 쓰면서 새로운 세대의 인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

p.227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해 세상을 잃고 나서야 우리가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언제든 어디에 있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항상 염두에 두며 살아가야 한다.

p.236

그리고 다음 날 점심거리를 마련할 요량으로 한밤중에 호숫가로 배를 타고 나가 달빛 아래서 몇 시간 동안 낚시대를 드리우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올빼미와 여우가 세레나데를 불러주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우는 소리도 들렸다. 이 모두가 내게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p.241

호숫가의 풍경은 그 어느 곳의 것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자극한다. 호수는 대지의 눈과 같다. 우리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내 안의 본성의 깊이를 헤아려본다. 호숫가 근처에 자라난 나무들은 눈동자 가장자리를 수놓은 가느다란 속눈썹이고, 그 주변으로 울창하게 자란 숲과 절벽은 눈두덩이 위로 자란 눈썹이다.

p.256

비록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아니라도 그런 점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였다. 당시만 해도 햇볕처럼 반짝이는 시간과 따뜻한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일터나 교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한 치의 후회도 없다.

p.263

실제로도 인간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만 살 수 있고,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직접 닻을 놓아 토끼를 잡거나 양을 잡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산 짐승을 잡아먹고 사는 일은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p.296

시의원이 거북 요리에 침을 흘리듯, 청교도 역시 흑빵을 보고 눈이 뒤집혀 달려들 수도 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우리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지나치게 탐하는 것이 우리를 더럽게 만든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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