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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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p.492

책 표지와 제목이 자기 계발서나 교육학처럼 보여 선뜻 신청을 못하고 있다 '2018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선정!'이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첫 페이지부터 소설 같은 이야기에 의아해하며 저자 소개 부분을 찾아보게 되었고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출생연도(1986년생)에 놀라고, 저자의 실제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랬다. <배움의 발견>은 독실한 모르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공교육을 받지 못한 채 16년을 살다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박사가 되기까지의 실제 이야기를, 아버지의 눈으로만 봐왔던 세상의 문을 열고 홀로 배움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다.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우리가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했다. <아랫동네에 있는 그 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건 악마에게 아이들을 통째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하고 아버지는 말했다.

p.23




타라의 아버지는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며 자급자족을 고집했고, 비밀 결사단체 일루미나티나 사회주의자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물자를 모으고 저장고를 짓는데 돈을 사용한다. 7명의 아이들 중 4명은 출생신고서가 없고, 아이들을 학교 대신 폐철 처리장에 보냈으며 화상을 입거나 머리를 부딪쳐 뇌가 손상되어도 주님의 뜻이라며 아이들은 병원에 가지 못한다.

나는 청바지에 피를 닦으면서 소리쳤다. 「이쪽으로 던지지 마세요! 나 여기 있어요! 」 아버지는 깜짝 놀라 올려다봤다. 내가 거기 있었던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피를 흘리는 것을 본 아버지는 내게 걸어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우리 딸내미, 걱정 마라. 주님과 주님의 천사들이 바로 여기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너를 다치게 두지 않으실 거야.」

p.100

항생제가 몸에 독이 되고, 불임과 기형아의 원인이 된다고 반복하던 엄마의 말도 생각이 났다. 주님의 영은 깨끗하지 못한 몸에 깃들 수가 없으며, 주님을 버리고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몸은 깨끗할 수가 없다고 했었다.

p.337

루크가 화상을 입었을 때 본인에게 다가올 일(차 폭발로 인한 전신 화상)을 엄마에게 미리 주님이 예습을 시켰다고 말하는 아버지, 차크라를 바로잡아서 뇌졸증을 멈출 수 있고, 에너지만 사용해 심장마비도 중단시킬 수 있으며, 근육 테스트로 본인이 유방암에 걸린 걸 알게 되어 고쳤다고 말하는 엄마, 이렇게 동종요법을 맹신하는 부모로 인해 고통은 항상 친구 같았던 타라는 추후 진통제를 복용하게 되었을 때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된다.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 구분이 안됐다. 두 사람 모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p.242



공부를 해 대학에 가겠다며 집을 나간 타일러 오빠의 권유로 타라도 입학시험을 준비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교육만 받고서 그 세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 못 했던 타라는 대학에 오고 나서부터 혼란을 느낀다. 결국 타라는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 친구와 사귀는 법, 커피를 마시는 방법 등 모든 것을 하나씩 다시 배워야만 했다.

무릎 위로 상당히 올라갈 정도로 짧았다. 잠깐이나마 그 옷이 창녀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는 파리에서 아버지가 사준 옷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서 선물로 받은 옷이 창녀 같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그 여자가 창녀가 아니라는 확실한 신호였다. 나는 이 모순이 혼란스러웠다.

p.377




나는 영원히,

항상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잃게 될 것이다.

p.214

대학생활을 잘 해나간다 싶다가도 방학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타라의 모습에 내 속은 수없이 터졌다.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 타라의 모습을 기대했다가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대학 강의로 아버지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숀 오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라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숀 오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일지 청부업자를 시켜 죽일지 고민이라는 말까지 타라에게 하고 그 말을 부모에게 전하지만 누구 하나 믿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타라를 주위 이웃 및 다른 가족들에게 말해 가족으로부터 제명당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모르몬교로 새로 태어나게 하려고 하버드로 찾아온 부모를 보며 자신이 새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사랑을 받을 것인지, 자신의 기억을 부모님의 기억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자신도 다시 가족을 가질 수 있을 거라며 부모님께 굴복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지금 굴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쟁에 한번 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내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내게 요구되는 대가였다. 이제 이해가 됐다. 아버지가 내게서 쫓고자 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p.471

끝까지 타라는 가족을 놓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으로부터 내쳐진다. 마지막까지 엄마에게는 볼 수 없겠냐고 계속 연락한다는 타라... 아니 부모가 잘못했다고 보자고 해야지 왜 타라가 계속 애원하냐고...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보는게 아니면 안된다고 거절하고... 하아.. 정말 책을 읽는 동안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특히 아버지와 숀 오빠가 나오는 부분은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런데 타라는 왜 계속 집으로 갔을까? 인정받고 싶었던걸까? 학교에 가게 되면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죄책감을 가졌던 타라, 자신에게 주어진 가족보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 더 좋았다는 타라였지만 케임브리지에서 행복할수록 그 행복감은 벅스피크를 배신했다는 느낌을 가졌던 타라였으니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인정받고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계속 집으로 가게 만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이는 부모의 돌봄과 교육 아래 커간다. 커가면서 필요한 생활 방법과 태도 및 가치관을 부모로부터 배우고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 생기는 암담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그 부모의 사상이 그 아래에서 커가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어딘가 타라와 같은 아이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

ps. 그런데 아버지는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네. 아버지의 부모를 보았을 땐 안 그렇던데...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하다.




인상 깊은 글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 바로 자신이 누군가의 소유인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 번도 야생에서 지내 본 적이 없는 그는 <다른 세상>에서 자신을 부르는 그 미치게 만드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세상, 누구도 태우지 않을 수 있는 산 위의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p.164

찰스는 나를 사랑하지만 지금 상황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자기는 나를 구할 수 없다고.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고도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p.301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p.312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나는 일기장을 꺼냈다. <아무 의심도 없이 그 모든 것을 내가 믿었다는 것이 놀랍다>라고 썼다. <세상 전체가 틀렸고, 아버지만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p.389

우리 가족은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산을 떠난 셋과 거기에 머무른 넷. 박사 학위를 가진 셋과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넷. 그들 사이에 틈이 생겼고, 그 틈은 계속 커져 가고 있었다.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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