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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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 정윤희 옮김 / 다연

나의 '가장 좋은 방', 다시 말해

언제든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응접실은

바로 집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p.195





평생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인생의 명고전으로 불리는 <월든>은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2개월 남짓 월든 호숫가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자급자족하며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기록한 책이다. 친구에게 빌린 도끼 하나를 들고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기 시작하면서 소로 작가의 숲 생활이 시작된다. 누구의 도움 없이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면서 직접 집을 지을 때 든 비용부터 직접 농사지으며 일부 판매해 얻은 금액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작가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자연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과 구체적으로 묘사된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라틴어로 집이란 ‘세데스(sedes)’, 다시 말해 ‘않아 쉴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면 시골에 앉아 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P.113

아침이면 쉴 새 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창조의 시구는 끊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귀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처럼 조금만 속세에서 벗어나도 올림포스 산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P.118




아침마다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보았다는 작가는 맑고 깨끗한 월든 호수에서 새벽마다 목욕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목욕 후에는 청소를 하고 명상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남은 시간에는 농사를 짓거나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기도 했고 때론 산책을 하며 월든 주위의 숲과 호수 그리고 동물과 주민들을 관찰했다. 챕터마다 하나하나 주제를 가지고 쓰여진 월든을 읽다 보면 작가의 남다른 시선과 관찰력에 감탄을 하며 나 또한 숲 속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방문객 편으로 혼자 생활하는 게 외롭지 않냐고 작가에게 사람들이 묻곤 했지만 작가는 오히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오히려 사람들 틈에 껴 있을 때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함이란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 아래 문구에서 작가의 괴로움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ㅎㅎ

여기는 내가 지은 집

이 사람은 내가 지은 집에 사는 사람

이 사람들은 내가 지은 집에서 사는 사람을

미친듯이 괴롭히는 사람들

p.212




하늘과 땅을 가로 짓는 곳에 있기에 여러 색을 담고 있다는 월든 호수를 계절에 따라 관찰한 이야기와 플린트호수, 구스 호수, 화이트 호수 등 다른 호수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호수가에 자갈이 왜 많은지, 월든 호수에 얽힌 전설, 인디언 개척 이야기 등 호수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읽어보기는 처음인듯하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색다른 경험으로 부자가 된 거 같다고 한 작가는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자세히 설명도 해주는데 그 이유가 본인이 잡은 물고기를 전설로 남기고 싶어서라고 ㅋㅋㅋㅋㅋ

사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급자족 숲속 생활을 그린 <월든>은 현재 내 기준으로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아마도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쪼개 읽기가 아니었다면 완독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우리말을 읽고 있음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반복해서 읽은 부분들도 있었고 중간에 나온 시들은 더욱더 어려워 해석하기를 포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숲에서 생활하면서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된 하나하나가 남달랐고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숲속에서 만난 다양한 새와 동물들과 친하게 지냈다면 이러했겠지.. 겁이 많은 나로 하여금 홀로 숲에서 생활하면 어떠할지 경험하게 해준 책 <월든>이었다. 내가 언제 숲속에서 홀로 생활해보겠는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더 힘들게 일을 하게 된다. 물질과 육신의 안락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작가는 자신의 영혼을, 내면을 돌보며 성장해가도록 보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본인 또한 간소화하고 간소화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이고 다른 일들도 그러한 비율로 줄여나간 결과 1년 중 6주일만 일을 하고도 모든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단다. 정말 6주만 일하면 될까? 작가가 월든 숲에 들어가 그 다음 해에 멕시코 전쟁이 일어난 시기인 만큼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거 같다.

물질주의에 빠져든 사람들은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는 작은 일부인 걸 잊은 채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하며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한다. 결국은 제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의 모습이 곧 우리 인류의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걸 모른 상태로 말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지금의 생활을 보다 보면 새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자. 하루에 한 번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요즘, 파란 하늘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

인상 깊은 글귀

이 책은 특별히 가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 쓰였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나머지 독자들의 경우에는 혹여 본인에게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일이다.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늘려가면서 입으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p.7

훗날 고국에 돌아와 시인의 삶을 살겠다며 인도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던 영국인이 떠오른다. 인도로 돈을 벌기 위해서 떠날 게 아니라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서 시를 썼어야 했다.

p.74

2년동안의 경작 경험을 통해 알아낸 바로는 소박하게 살면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만 먹고 필요한 양만 경작한다면, 또 수확한 농작물을 쓸데없는 사치품과 교환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조금의 땅만 있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다.

p.76

왜 콩을 싹 틔우기 위한 종자에는 그리 신경을 쓰면서 새로운 세대의 인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

p.227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해 세상을 잃고 나서야 우리가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언제든 어디에 있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항상 염두에 두며 살아가야 한다.

p.236

그리고 다음 날 점심거리를 마련할 요량으로 한밤중에 호숫가로 배를 타고 나가 달빛 아래서 몇 시간 동안 낚시대를 드리우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올빼미와 여우가 세레나데를 불러주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우는 소리도 들렸다. 이 모두가 내게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p.241

호숫가의 풍경은 그 어느 곳의 것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자극한다. 호수는 대지의 눈과 같다. 우리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내 안의 본성의 깊이를 헤아려본다. 호숫가 근처에 자라난 나무들은 눈동자 가장자리를 수놓은 가느다란 속눈썹이고, 그 주변으로 울창하게 자란 숲과 절벽은 눈두덩이 위로 자란 눈썹이다.

p.256

비록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아니라도 그런 점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였다. 당시만 해도 햇볕처럼 반짝이는 시간과 따뜻한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일터나 교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한 치의 후회도 없다.

p.263

실제로도 인간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만 살 수 있고,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직접 닻을 놓아 토끼를 잡거나 양을 잡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산 짐승을 잡아먹고 사는 일은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p.296

시의원이 거북 요리에 침을 흘리듯, 청교도 역시 흑빵을 보고 눈이 뒤집혀 달려들 수도 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우리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지나치게 탐하는 것이 우리를 더럽게 만든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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