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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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는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데이비드 발다치 추리소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후속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작품부터 보아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무방하니 끌리는 것부터 읽어도 좋을 거 같다.


20년 전 자신의 친부모를 죽였다는 혐의로 수감되어 있던 멜빈 마스가 사형 직전, 사건의 진범이 나타나 자백을 함에 따라 아슬하게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는 뉴스를 버지니아주로 이사를 가던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 에이머스 데커는 자신의 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이 사건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사건을 파헤쳐 보고 싶다고 FBI 상사 로스 보거트에게 건의하고 새로운 팀원들과 다수결로 정해 다 함께 이 사건을 파헤쳐 나가기 시작했으니 데이비드 발다치의 숨 막히는 두뇌 게임이 시작된다.



"마스, 멜빈"

"예, 교도관님. 여깁니다, 교도관님.

똥 싸는 중이었습니다, 교도관님."

p.7

현재 이름이 불리면 재깍 재깍 대답해야 하는 사형수 마스 멜빈은 한때 미식축구계에서 러닝백으로 큰 구단주에서 눈독 들일 만큼 성공의 보증수표였던 앞날이 창창한 젊은 이었다. 그런 그가 수감된 지 20이 지난 지금 자신이 진범이라고 나타난 또 다른 수감자로 인해 풀려나게 되었으니 누가 '왜' 마스에게 누명을 씌웠으며 이제 와서 다시 구해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마스가 무죄인지 이야기 시작부터 나를 "왜?"라는 궁금증에 묶어두기 시작한다. 그 궁금증들이 계속 한 장 한 장 뒤쪽으로 넘기게 만들고 결국은 완독을 하게 만들었으니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지만 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매번 읽을 때마다 '역시 데이비드 발다치'라는 말이 절로 나오니 이제 말하기도 지칠 정도로 이 책(「괴물이라 불린 남자」) 또한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에이머스 데커 또한 마스처럼 한때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강력한 태클을 당한 충격으로 뇌가 이상을 일으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기억력 '과잉기억증후군'을 갖게 되었으며 어느 날 밤 귀가하고 돌아간 집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아내, 처남 그리고 딸을 보게 된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인해 아직도 그 순간이 눈앞에 그려지듯 뚜렷하게 보이는 데커는 마스의 사건이 자신의 가족 살인 사건과 너무나 비슷해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머리로도 도저히 그 확률이 납득이 되지 않아 이 사건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때 미식축구 선수였던 둘은 상대편으로 만난 적이 있다. 체형도 비슷하고 사건도 비슷했던 둘의 브로맨스를 보는 재미 또한 있으며 중간중간 깨알 유머로도 웃음을 준다. 매번 그냥 나가버리는 데커의 뒷모습을 보며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이란 ㅋㅋㅋ

뭔가를 알아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보다 더 복잡한 또 다른 문제가 그 자리를 대신할 정도로 에이머스 데커의 뛰어난 머리로도 엄청난 수수께끼였던 이 사건은 반전에 또 반전이 있어 끝까지 봐야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휘몰아치는 흡입력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야기 「괴물이라 불린 남자」였다. 아직 데이비드 발다치의 추리소설이 나에겐 두 권이나 남아있소! 예~!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괴물이라 불린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추리소설 추천, 북로드

곧 마흔두 살이 됩니다. 흘러가버린 내 인생은 어떡하실 겁니까? 그 수많은 시간을? 그걸 어떻게 다 갚아줄 건가요?

p.23

감옥에서 20년이라니. 그것도 어쩌면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범죄 때문에.

p.32

그 사람들이 풀어주면 나는 뭘 해야 되죠, 데커?

p.176

책 속의 마스처럼 무고한데 억울하게 수감되거나 사형당한 사람이 현실에도 존재한다. 그들의 지나온 삶은 정말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과연 보상이 될까? 수많은 돈으로도 보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운명이 걸린 만큼 거짓 증인이 있으면 안 될 것이고 폭력과 압박으로 인한 거짓 증언도 있으면 안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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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밸런타인데이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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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밸런타인데이」는 JTBC 허쉬 드라마 원작자 정진영의 첫 연애소설이다. 이 소설의 초고가 완성되었을 때가 작가의 20대로 첫사랑 앓이를 할 때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감성과 낭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풋풋한 사랑을 그린 청춘 드라마 한편을 제대로 본 느낌이었다.

매년 화이트데이며 크리스마스 날에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그 당사자를 대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다시 고백을 받는다면?! 생각만으로도 셀레임 포인트가 되는 이야기가 「다시, 밸런타인데이」에서 일어난다.

풋풋한 연애소설

수연이 한국대 사회학과에 입학을 하며 초등학교 동창 성대를 만나게 되고 중학교 동창 정희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동아리 밴드부에서 초등학교 동창 대혁과 고등학교 단과학원에서 인연이 있던 형우를 만나게 되니 성대의 친구 대균이가 이 상황을 보고 한마디 한다. "저 친구도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대학교가 무슨 동창회도 아니고 뭔 동창이 이렇게 많아?" ㅋㅋㅋㅋㅋ

단과학원에 다닐 당시 수연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던 형우였지만 당당하게 매년 익명으로 보냈던 선물의 주인이 자신이라며 다시 한번 화이트데이 선물을 건네며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고등학교 당시 형우의 고백이 부담스러워 학원을 그만두기까지 한 수연이었지만 계속되는 고백에 형우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사귀게 된다.

그런데 익명으로 온 선물이 하나 더 있었으니, 하나의 선물만 받고 그 이후의 선물들이 수연이의 이사로 인해 옛집으로 배송이 되었고 그 선물의 존재를 대혁의 형으로부터 듣게 되면서 알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연을 바라만 보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대혁이 꽃 사진과 함께 선물을 매년 화이트데이 때마다 익명으로 보냈던 것이다.

팬지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 쑥부쟁이의 꽃말은 '기다림',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 달맞이꽃의 꽃말은 '말 없는 사랑', 빨간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었다. 수연의 눈앞이 흐려졌다. 수연은 자신의 방 벽장 속 선물 상자에서 찾은 라일락 사진을 떠올리며 도감을 뒤졌다.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이었다.

p.225~226

보내주고 나서야 사랑이라는 걸 알고 힘들어했던 수연, 자신이 수연을 생각하며 만든 자작곡을 형우가 수연에게 불러주는 사랑 노래로 바뀌는 걸 지켜만 봐야 했던 대혁, 당당하게 고백해 이룬 사랑이었지만 벽이 느껴졌던 형우, 이들 각자의 감정 모두 공감이 되어 후회하는 수연이를 보며 함께 울었고 대혁이의 순수한 마음에 함께 미소 짓다 꽃말에서 다시 한번 울컥한다. 한 명 한 명 다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들이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어떻게 이루어갈지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지켜봤다.

그때 그 시절 대학생활과 지금 이 순간

대학생활을 하며 즐길 수 있는 동아리 활동과 선배라는 호칭, 그리고 선배와 동기와 함께 가는 엠티 모든 것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엠티를 가서 성대의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케이크로 서로의 얼굴에 묻히며 웃는 친구들, 바닷가에서 서로를 빠트리기 바쁘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진실게임까지 어쩜 그 시절 그대로 인지 잠깐이었지만 대학 때의 추억에 빠질 수 있어 즐거웠다.

수연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한 말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항상 핸드폰 뒤에 적힌 글 "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를 보며 다짐하는 수연이의 모습을 보며 함께 다짐도 했다.

"지금처럼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밥 먹을 날이 앞으로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몇 년 후에 수연이가 대학 가면 이런 자리도 끝이야. 그다음엔 이런 자리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어."

p.12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책 속의 Book OST

뮤지션을 꿈꿨던 정진영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고 음악만으로 온전히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 글을 적어나간 것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첫사랑을 기다리며 쓰셨다는 「꼬마를 기다리며」, 축제에 참여해 직접 그녀에게 자신의 자작곡으로 노래를 불러주었던 곡, 책에서는 대혁의 자작곡으로 나왔던 「With」, '이별'이라는 주제를 담은 「창백한 푸른 점」대혁의 사랑을 알게 되고 수연이 오열할 때 나왔던 「눈물」 모두 정진영 작가가 만든 곳으로 책 속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듣는 OST가 더 감성을 자극한다. 그중 한곡 「With」를 가져와봤다. 작가님이나 누군가 노래로 불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노래! 지금이라도 어떻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한 연애소설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다 읽은 「다시, 밸런타인데이」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첫 연애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이 될 거라는데, 작가님 외전 조금만 더 써주시면 안 될까요? 아.. 그들의 뒷이야기 더 보고 싶습니다아아아~ 대학시절 연애소설이 읽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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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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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도서 중 세 번째로 읽은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는 범죄 소설의 살아 있는 백과사전 오토 펜즐러가 꼽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사건들이 모여있는 총 15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금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미스터리 사건들을 읽으니 기분이 오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헷갈리는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현대적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무서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놀라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큰 주제 안에 짧은 단편들을 포함하고 있어 순서와 상관없이 흥미 있는 이야기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단편의 장점이라면 바로 이런 거 아니겠는가?! 언제 어디서나 짧게 하나의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런 장점이 이번에는 조금은 힘들게 다가오기도 했다. 최근 긴 장편소설의 흐름에 길들여져서 일까?! 하나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 읽다 보면 어느새 끝나버리는 이야기로 인해 다음 편으로 넘어가 다시 이야기 속으로 빠지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두세 개의 이야기를 읽다가 다른 걸 하다가 또다시 두세 개의 이야기를 읽기를 반복 결국은 완독하는 데 3~4일이 걸린듯하다. 그전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도서는 그 자리에서 다 읽었던 거에 비해 이번 책은 왜 그랬던 걸까?

이야기의 끝이 열린 결말이었던 이야기가 유독 많았던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였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메리 히킨스 클라크의 '그게 그 표라니깐요'처럼 복권을 잃어버리고 그 복권을 찾는 과정에서 범인이 밝혀지고 마무리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조지프 시어링의 '차이니즈 애플'처럼 언니의 죽음으로 맡게 된 조카를 만나러 예전 살던 집으로 간 이사벨이 만난 조카가 다음 날 알고 보니 이웃 주민을 죽인 범인이었다는 이야기처럼 처음 만나기로 했던 조카와 때맞춰 와 달라고 했던 도우미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거나 에드거 월리스 '촙햄에서 일어난 일'처럼 범인은 있으나 그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이야기만 나오고 끝나는 것처럼 '그래서?', '응? 이게 끝이야?!'라고 느껴지는 이야기가 제법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니 집중하는데 평소보다 더 오래 걸린 게 아닐까?!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여럿 단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딕 록티의 '매드독 MAD DOG'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북스피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매드독'에서 '미리 크리스마스이브 쇼'에 와서 최신 소설을 홍보해 달라고 콕 집어 요청하는 바람에 출현하게 된 리오 블러드워스, 그는 미스터리 소설가이자 사립탐정인이다. 라디오 부스에 도착하고 보니 저널리스트 랜디 소프, 정신과 의사 클레이턴 바니 박사, 사업가 개브리얼 워런, 앨타틴의 이사회 멤버 노먼 데이큰, 전직 총경이자 현재 앨타틴의 보안 담당 책임자 찰스 레드 래퍼티, 법률 회사에 몸담고 있는 빅터 뉴게이트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지 모를 사람들이 게스트로 초대되어 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본인들도 어떤 주제로 출연하게 된 건지 모른다는 거?! 그렇게 생방송 라디오가 시작이 되고 매드독은 오늘의 주제가 바로 30년 전 오늘 밤 이 도시에서 발생한 범죄, 그것도 출연자 중 한 분의 아버지인 시어도어 데이큰의 처참한 죽음이라고 이야기한다.

매드독이 주축이 되고 그 당시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여자를 처음 발견했던 초짜 경찰이었던 리오 블러드워스의 이야기가 백만 청취자가 고스란히 듣고 있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그에 따라 그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 도망도 가지 못하고 거의 반강제로 이야기에 동참하게 되었고 점차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라디오 생방송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구조가 참신하면서 좋았다.

그 이외 크리스마스이브날 다양한 범인들이 모이고 출산까지 이루어지는 이야기 에드 맥베인의 '그날 조사실에서는', 뺑소니 사고처럼 위장된 살인 사건이면서 조사하는 과정을 보며 셜록 홈즈를 계속 생각나게 했던 더그 앨린의 '때 이른 크리스마스', 연극인 줄 알고 봤더니 실제 경찰과 도둑이 함께 했던 사건 G.K. 체스터튼G.K.Chesterton의 '나는 별들' 등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미스터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가 엮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도서 중 하나인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정말 '우아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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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기본도 모르고 할 뻔했다 - 주식 투자할 때 간과하기 쉬운 투자요령
박병창 지음 / 북오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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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원칙없이 시작한 주식, 매번 매도시기가 온건지 매수시기가 온건기 갈팡질팡합니다. 정말 머리맡에 두고 봐야 할 책인 기본원칙!!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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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씨의 식탁 - 개정판 사계절 만화가 열전 15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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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씨의 식탁」은 문화체육부 장관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만화책으로 고양이로 형상화된 ‘마당 씨’라는 캐릭터로 홍연식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마당 씨의 좋은 시절」, 「마당 씨의 가족 앨범」으로 구성된 <마당 씨> 시리즈 중 한 권에 속한다.

어릴 적 책방에서 만화책을 빌려 쌓아놓고 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읽게 된 만화책이라 더없이 반가웠다. 만화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의 자유로운 표현과 많은 말이 필요 없는 그림에서 주는 깨알 웃음 등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건강한 삶이 무엇이고 가족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의미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 준 「마당 씨의 식탁」,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되짚어 보게 만든 만화책이다.

아담한 독채에 작은 텃밭 하나 딸려 있는 집이면 족한데……

마당 씨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 살 집을 예산에 맞추어 찾다 서울과 멀어진 어느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게 된다. 아이와 아내가 먹을 밥을 손수 준비하고 프리랜서 만화가로 일도 하며 그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듯했던 마당 씨에게는 사실 병든 부모님이 계신다. 심장병이라는 지병을 가진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으로 일찍 고관절 수술을 했음에도 목발을 짚고 계속 술을 마시는 아버지, 그들은 현재 지하실 단칸방에 살고 있으며 정기 검진일마다 마당 씨와 남동생이 번갈아가며 한 분씩 모시고 병원에 모셔간다. 병원 진료를 보러 갈 때면 마당 씨의 일, 육아 그리고 자신을 위한 모든 시간이 멈춘다.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땅 밑으로 내려간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최하층으로 산다는 것은 땅 위에서 살 권리마저 누리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마당 씨의 식탁 p.27

마당 씨가 어릴 적 살았던 집은 아버지가 술의 힘을 빌려 통치하던 세상이었기에 마당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성 작가의 문하생이 되어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동생도 자신의 세계를 찾아 떠나고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마당 씨가 어머니도 모시고 나오지만 자신의 일이 바빠 어머니를 돌봐드리지 못했다. 나중에 아버지가 다시 병든 자신의 아내를 설득해 두 분이 함께 살게 되었을 때쯤 마당 씨도 아내를 만나 자신의 세계를 꾸려나갈 준비를 한다.

점점 병이 악화되어 가는 마당 씨의 부모님을 자신들이 모시며 사는 게 어떻겠냐는 아내의 말에 마당 씨는 그렇게 되면 자신이 그토록 떠나려 했던 세계와 자신이 지키고 가꾸고 있는 세계가 충돌해 두 세계 모두 다 파괴가 될 거라며 반대한다. 지하에 사시는 아픈 부모님을 지상으로 올려드리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 마음 아파하면서도 자신의 부모가 왜 이렇게 일찍 약에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왜 자신들의 건강을 돌볼 기회를 놓쳤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아픈 부모로 인해 자신이 소중히 가꾸고 있는 세계가, 삶이 훼방 받거나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키워나간다.


자신의 아내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저맘때의 모습과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 어머니를 떠올리는 마당 씨, 이렇게 그의 현재 삶에서 중간중간 그의 어머니의 젊은 모습이 나올 때면 지금 현재의 모습과 대비되어서인지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마당 씨의 부모 또한 젊은 날이 있었을 것이고 건강한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모가 병이 들었다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훼방꾼으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불편함을 느꼈을 분들도 계실 듯하다. 나는 오히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와서 였는지 마당 씨가 느껴야 했던 부담감과 부모이기에 완전히 외면하지 못하면서도 그렇다고 완전히 부양하지도 못했던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남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각기 자신이 살아오면 경험에 따라 다 다르게 생각될 부분 같다.




깨끗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

엄마 아빠의 보살핌.

이 모두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몸의 균형도 잡아주지 않을까?

마당 씨의 식탁 p.83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고 병이 생기며 고통에 따라 약에 의존하는 날도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마당 씨는 운동도 시작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 그를 보며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부담되는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건강히 늙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간중간 깨알 웃음을 주며 평범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했던 마당 씨의 가족을 보며 가족의 의미와 건강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오래 살자는 게 아니라 마지막 숨을 뱉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건데 새삼 거창하게 느껴진다.

마당 씨의 식탁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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