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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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라는 제목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으로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려내는 종교 소설이다. 종교 소설이라는 점에서 접근하기를 어려워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종교 소설이어서 이 책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종교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면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귀한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싯다르타는 인도 브라만 계급의 아들이다. 또 다른 브라만의 아들 고빈다와 함께 고행의 길을 떠난다. 브라만 계급으로서 신께 기도하는 길이 아닌 탁발승이 되어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라만 계급인 싯다르타의 아버지는 극심한 반대를 한다. 


물론, 결론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싯다르타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이 책에서 한 두 페이지 분량 정도로 표현되어 있는데, 싯다르타의 굳은 심지가 느껴진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지를 허락해 줄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는 침상에 들었다가 아들의 걱정으로 시간마다 일어나서 작은 창문을 통해 아들을 살핀다. 그때마다 아들은 미동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팔장을 낀 채로 서 있었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 싯다르타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 그리고 그것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 돋보였다. 결국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 이후에 흔들리는 다리에 힘을 주는 묘사까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이후의 싯다르타의 삶은 고빈다와 함께 수행이 이어진다. 때로는 좋은 스승을 만나서 배우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끝내 싯다르타가 찾은 삶의 비밀은 자신을 깨부수고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인 싯다르타를 버리지 않는 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었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결국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이르는데, 그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깨달음의 길에서 싯다르타 옆에는 항상 고빈다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고빈다는 싯다르타 곁에 남아 있는데, 이렇게 함께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종교 소설이지만 자신의 인생 책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가 직접 수행을 하고 깨달음을 얻을 것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내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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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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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두어번 방문했었다. 매번 교토를 갈 때마다 교토만을 누리고 와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게 아직까지 아쉬움이다. 교토는 오사카를 거쳐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사카를 또 두고 갈 수 없다.  교토는 일본의 다른 지역이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정도가 되려나. 일본의 과거를 그대로 품고 있으면서 유지되고 있는 그 자체가 교토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교토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통의 여행 책자들은 어디가 맛집, 어디가 관광지를 찍어주며 바삐 움직임을 재촉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행 책자들이 가르쳐주지 않은 골목, 그리고 그 어딘가 따스한 햇살이 내리쬘 것 같은 장소들을 하나씩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교토의 매력을 충분히 살린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토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어느 순간 길을 잃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헤매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헤매다 마주한 그곳에서 교토의 매력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교토 여행에서 언젠가 마주한 이름 모를 상점을 이 책에서 만났을 때 뭔가 이제야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았다. 또한 누구도 알려주지 않던, 여행 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소소한 상점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저자처럼 교토를 이렇게 누려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언젠가는 한 번 교토를 이렇게 누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교토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교토에 '온전히' 빠져들고 싶어할 것이다. 아직 온전히 빠져듦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교토의 지명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오고, 그 때의 그곳이 이런 지명을 갖고 있는 곳이었구나라는 회상이 드는 시간이었다. 교토 자체로도 너무 매력적인 곳이라서 오랜 시간 머물러도 다 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곳에서 살지 않기 때문에 모를 수 있는 매력에 대한 부분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길가다 마주친 고양이, 오랜만에 방문한 음식점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장님 등 모든 추억이 소담하면서도 정갈하게 책에 머무르고 있다. 길게 머무르며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교토, 다시금 한 번 떠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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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2024 세종도서
아이작 버틀러 지음, 윤철희 옮김, 전종혁 감수 / 에포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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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배우가 메소드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확하게 이 '메소드'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면  '극 사실주의 연기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 극 사실주의 연기 스타일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 놓은 책이 바로 <메소드>이다.  저자는 메소드 연기를 직접하는 사람은 아니고 (어린 시절에는 아역 배우이자 메소드 연기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연출가이자 평론가로 알려진 '아이작 버틀러'이다. 그가 써내려간 '메소드'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의 역사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사실적인 연기'가 아닌 '흉내내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연기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한 사람이 러시아의 스타니슬랍스키였다. 당시의 시대상이 연기에 대한 검열도 있었던지라, 생동감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다양한 연출이나 무대 장치를 통해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소원했고,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 '경험 연기'였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이런 고민이 있을 때만해도 '메소드'라고 칭하지는 않았다. 당시의 명칭은 '페레지바니예'였고, 메소드가 본격적으로 탄생하게 된 것은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부터이다. 미국에서는 살아있는 연기를 보고 무척이나 놀라워 했으며, 그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메소드 연기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배우들에게 트라우마를 건드리게 했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게 된다. 1차 세계대전, 극단의 생성과 소멸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메소드 연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메소드는 배우와 배역이 하나가 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간혹 배우들의 인터뷰에서 배역에 몰입되어 있어서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그런 경우가 메소드 연기라고 볼 수 있다.  메소드가 무엇인지 몰랐던 사람조차 메소드의 역사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메소드라는 '장르' 자체가 주인공이기에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


책이 좀 많이 두꺼운 편이라서 읽는 데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꽤 재미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만 있다면 누구나 쭉쭉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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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가볍게 - 인생에서 여유를 찾는 당신에게 건네는 말
정우성 지음 / 북플레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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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명을 보고 잠시 멈칫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나 역시 잠시나마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다. 저자명을 보고 상상한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임을 밝히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문장으로 읽는 사람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읽는 속도를 조절하는 저자들은 책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에 속도가 꽤나 빨라지게 만든다. 순식간에 다 읽었다거나 어느 새 책의 마지막을 펼치고 있었다거나 하는 등의 평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좀 남다른 속도를 갖게 만든다. 문장을 읽는 내내 시간과 공간이 너무나도 천천히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그 느려지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삐걱대는 자신을 발견하겠지만, 이내 곧 적응하고 만다. 이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공간이 몹시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산책하듯 가볍게'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에 대한 이야기, 나와 관련된 누군가의 이야기 등으로 말이다. 한번쯤 우리가 고민해봤을 법한 주제들이 느린 속도로 우리를 지나쳐간다. 나 자신이 지금 나아가지 않는다고 남들과는 다른 속도일거라고 걱정하는 것 역시, 우리는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위로를 건넨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으니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앞으로 치고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손절'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 나름의 이유가 다 있었다. 그들에 대한 인연이 아쉬운 것보다는 내심 잘해냈다라는 위로를 저자는 건넨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휴식에 대한 것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진정한 휴식은 시간을 내어 며칠을 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잠깐, 찰나의 순간, 그 순간들이 우리에게 진짜 휴식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책 제목처럼 산책하듯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산책할 때 우리가 속도를 내지 않는 것처럼 이 책은 결코 속도를 내어가며 읽을 책이 아니다. 아주 천천히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빠르게 지나치느라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보며 지나가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내가 읽은 책의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의 속도가 중요하고 느껴진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책 속의 느린 시간을 누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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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힘 - 조직심리학이 밝혀낸 현명한 선택과 협력을 이끄는 핵심 도구
박귀현 지음 / 심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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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은연 중에 어떤 집단에 속해서 다수의 의견을 따르거나 소수의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에 대한 결말이 기억난다면 아마도 소수쪽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는 집단의 힘이라는 제목 아래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집단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실펴본다. 팀이라는 구조는 예전부터 있었으며 지금과 달리 팀이 가진 역할은 과거 원시시대에는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짐승보다 빠른 속도를 갖고 있거나 누군가는 짐승을 빌견하는 눈을 갖는 등의 역할 분담으로 말이다. 지금도 팀워크에 대한 중요성이 있지만 개별 작업 또는 업무가 조금 더 우선시 되어가는 경향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집단이 가진 ‘팀 워크’의 힘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집단에 포함된 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다수의 의견이 어떻게 되는지, 다수의 의견과는 다른 소수의 의견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등 말이다. 소수 의견은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다. 노란색을 초록색이라고 말하는 소수 의견이 잔상으로나마 받아들여지는(?) 현상은 신기했다. 우리는 여전히 어딘가에 속해있다. 그것이 팀이라는 이름일 수도 있고 어떤 집단의 일원이기도하다. 자신의 의견이 다수 의견이 아니라서 늘상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과 방식으로 소수 의견이 반영되는지 또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꿀벌의 이야기를 전하며 집단 지성에 대한 걸 이야기한다. 꿀벌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각자의 의견을 다 말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어떤 꿀벌이 더 힘이 세다고 하여 더 오래 자신들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세계가 본 받으면 좋을 법한 토론의 현장이다.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 의사들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는 방식이라고 하니, 꿀벌의 토론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다. 여러모로 다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차분하게 집단의 힘, 토론, 의사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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