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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일어난 방 - 존 볼턴의 백악관 회고록
존 볼턴 지음, 박산호.김도유.황선영 옮김 / 시사저널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사전만큼이나 두꺼운 책의 외형에 압도된다. 책을 넘겨서 빼곡하게 담겨 있는 글자를 보면 접근하기 쉬운 책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 하지만 이러한 첫 인상과 달리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면 끝 페이지까지 멈추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던 시절에 대한 회고록이다. 다시 말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서 재직했던 453일간의 기록이다. 회고록이라면 보통 떠올리게 되는 그동안의 일에 대한 정리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일이 일어난 방>은 존 볼턴의 촌철살인, 웬만한 문학 장르보다 흥미진진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그의 필력이 특히 눈에 띄는데 그간 뉴스에서만 보던 그의 존재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덧붙이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출간 반대 끝에 빛을 보게 된 터라, 더욱 그의 위트와 풍자가 눈에 띄었다.
이 책은 존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기 직전부터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고위 관리직에 새로 자리를 잡는 사람들 사이에서 존 볼턴은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었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만남,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조차 그려지는 숨막히는 긴장감 등이 마치 그 자리에 있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그는 결국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보좌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 시간 안에서 일어난 트럼프의 결단, 그리고 결과에 대한 것들을 가감없이 비판한다. 러시아, 중국, 미국, 북한까지 주요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있어서 트럼프의 선택을 비판하는 존 볼턴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특히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와 직결된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의 숨겨진 이야기를 자신의 거침없이 밝혔다. 비판한다고 해서 비판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상황에 대한 판단 그리고 그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분석까지, 존 볼턴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기사를 보면서 짐작하거나 단편적인 모습을 보는 것이 다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나라, 그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이보다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이 책 외에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여러 나라와의 외교를 살펴보면서 각 나라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인 사람의 시각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깨달음은 덤이라면 덤이다. 여러 정부를 걸쳐 일을 한 존 볼턴을 통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이웃하는 나라들에 대해 많은 것들을 접하게 되었고, 어떤 것이든 진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책, <그 일이 일어난 방>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하며 꼼꼼하고 섬세한 필력으로 직장인, 기업인, 대학생들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