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가볍게 - 인생에서 여유를 찾는 당신에게 건네는 말
정우성 지음 / 북플레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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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명을 보고 잠시 멈칫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나 역시 잠시나마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다. 저자명을 보고 상상한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임을 밝히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문장으로 읽는 사람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읽는 속도를 조절하는 저자들은 책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에 속도가 꽤나 빨라지게 만든다. 순식간에 다 읽었다거나 어느 새 책의 마지막을 펼치고 있었다거나 하는 등의 평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좀 남다른 속도를 갖게 만든다. 문장을 읽는 내내 시간과 공간이 너무나도 천천히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그 느려지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삐걱대는 자신을 발견하겠지만, 이내 곧 적응하고 만다. 이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공간이 몹시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산책하듯 가볍게'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에 대한 이야기, 나와 관련된 누군가의 이야기 등으로 말이다. 한번쯤 우리가 고민해봤을 법한 주제들이 느린 속도로 우리를 지나쳐간다. 나 자신이 지금 나아가지 않는다고 남들과는 다른 속도일거라고 걱정하는 것 역시, 우리는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위로를 건넨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으니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앞으로 치고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손절'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 나름의 이유가 다 있었다. 그들에 대한 인연이 아쉬운 것보다는 내심 잘해냈다라는 위로를 저자는 건넨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휴식에 대한 것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진정한 휴식은 시간을 내어 며칠을 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잠깐, 찰나의 순간, 그 순간들이 우리에게 진짜 휴식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책 제목처럼 산책하듯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산책할 때 우리가 속도를 내지 않는 것처럼 이 책은 결코 속도를 내어가며 읽을 책이 아니다. 아주 천천히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빠르게 지나치느라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보며 지나가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내가 읽은 책의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의 속도가 중요하고 느껴진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책 속의 느린 시간을 누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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