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지음 / 나름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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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겉만 본다면 이 책은 예술작품들을 소개하는 에세이와 같다. 특히 도시란 글귀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도시 속의 삶을 지옥에서의 삶처럼 묘사하는 책들이 서점을 장악한지 오래도, 그래서인지 일탈이니 도피니 하는 낭만성만을 강조하는 여행에세이가 역시나 인기인 요즘에 이 책은 매우 신선해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도시이고,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구가 매우 많은, 그래서 지옥이라고들 이야기되는 그런 도시에서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이 그다지 우아하지 않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도시를 못 벗어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크게 드는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도시를 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쩌면 도시를 사는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종의 구원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이 책 읽기는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도 가게 됐다. 도리어 이 책은 지금까지 살고 온 도시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 일으키는 공공미술에 대한 이야기와 그 작품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책이다. 그리고 도시인들을 그렇게 만든 도시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댄 그런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리 간편하게 읽을만한 책이 아니다.
  무겁다. 책의 두께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철학과 독자들에게 의식의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는 강한 주장까지 담고 있는, 그리 쉽지 않은 책이다. 획일화되고 수동적으로 된 공간으로 상징되는 근대 도시 속에서의 인간미를 찾으려는 도전이 이 책에 가득하다. 페이지 수로만 정의될 수 없는 탈근대인의 도전과 인식이 글과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근대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에서 탈근대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인식을 소개한다. 에세이로 구분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현대 철학서이다. 다만 그런 내용을 밝히는 수단으로 도시 속의 예술 매체들이 사용됐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도시 속에 숨겨진 예술작품들이 그리 간단한 작품처럼 다가오지 않았고 숙고를 요구하는 좀 고역을 요구하는 작품들로 다가온다. 참 세상 살기 힘든 것 같다. 편안하게 볼 수도 있던 것처럼 보인 작품들도 가장 원시적이고 힘든 사고력을 요구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서로의 인생이 다르다는 본질적인 차이 이외에도 비판의 대상에 대한 인식을 서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를 살면서 근대의 고마움을 이제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럴 시간에 새로운 대안인 탈근대주의적인 기반 하에 과거를 비판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과 단점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비판이 이 책에선 생산적으로 작용하며, 많은 점에서 참고할 만하고, 또한 근대를 추진한 인간들이 꼭 받아들여야 할 많은 것들이 풍부하다. 작가의 현대적이고 탈근대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과거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사실 책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그런 시도를 하는 매력은 충분히 볼만 하고, 또한 예술에 담긴 다양한 삶의 인식과 철학은 들어 볼만 하다.
  이 책이 시도하고 있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과거를 비판하면서 나온 새로운 인식은 그것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시 비판을 받을 것이다. 어차피 이데올로기든 철학이든 허점투성이고, 또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측면 역시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세의 무지한 신의 세계를 비판하고 새로운 세상을 연 합리적 이성의 시대를 연 인간위주의 근대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그 단점들이 회자되면서 비판의 꼭대기 위에 서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것은 조선의 성리학 역시 마찬가지였고, 탈근대 역시 그런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모더니즘이 비판하면서 등장한 혼이 없는 기계론이 이제 정신을 다시 부활시키며 등장한 탈근대에 의해 비판 받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인간들이 갖고 있는 상식과 이념의 대결 속에서도 도시 안에 제공된 공공미술들은 그래도 남아 있을 것이다. 도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말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기꺼이 제공된 이 매력 있는 작품들은 각자의 이상을 담은 이념들과 그것들 간의 논쟁 속에서도 계속 말이다. 그에 대한 해석이 무엇이든 도시를 사는 사람들에게 그 작품들은 다양하면서도 풍족한 여유를 줄 것이다. 도시의 날카로운 생활의 고통 속에서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논쟁 너머에 있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여유, 바로 그것이 도시 속 작품들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이것들은 계속 남아 있으면서 다음의 세대에게 철학은 물론 여유도 많이 줬으면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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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교토 - 느릿느릿 즐기는 골목 산책 시공사 시크릿 시리즈
박미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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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교토가 이전에 ‘헤이안’으로 불렸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본 역사에 대한 기억을 짚어가다 보면 ‘헤이안 시대’가 나온다는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역사에 대해 관심은 그리 크지 못해서인지 관심 밖의 영역으로 있던 곳이다. 당연히 교토에 대한 역사를 들춰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상식이 없던 상황에서 상식 하나를 얻는 기쁨은 그리 작지 않다. 다만 ‘시크릿 교토’는 내 어설픈 상식 하나를 주기 위한 책은 아니었다. 도시라는 곳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일본인들에겐 상식인 교토의 내력이 나에겐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교토, 정말 독특하다. 말뿐인 신구의 조화를 제대로 이룬 이 도시는 정말 풍요로운 과거를 간직한 오늘의 도시다. 독특함과 기이함, 그리고 신선함이 살아 숨 셨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멋진 공원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 그것을 인식 못하며 살아가는 교토 사람들이 좀 부럽긴 하다. 어쩌면 그곳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한 채 평상의 어느 일상처럼 교토 속의 매력을 볼 그들을 생각하면 시샘이 나기도 하면서 그런 삶이 정말 좋은 삶,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부럽다.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에서 신선한 생명력을 전달해주는 것으로 맛집만한 것도 없다. 이제 일본 음식점이나 특히 라멘집, 우동집 등은 정말 구미를 당긴다. 여기에 일본 음식들의 진열장이라 할만큼 이 소잭자에 많고 다양한 맛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 음식에 특징이라 할 보기도 좋은 음식들의 모습은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또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카페들은 현대적인 매력은 물론 일본의 특징을 담은 전통적인 특색도 지니고 있다. 확실히 일본은 일본인가보다. 교토의 심장엔 고전과 현대의 기막힌 조화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교토는 일본의 과거를 담고 있다. 현재 일왕이 거주하는 궁이 있으며, 역사적 시간 단위도 몇 십년이 아닌 500년, 심지어 천년 단위로 계산되는 장소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도시 자체가 훌륭한 역사적 박물관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은 교토에선 매우 느릿느릿 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교토에 현대적인 매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토만큼 과거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궁들이나 정원들의 고풍스런 매력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하지만 옛 것을 간직하고 보여주는 것이 고궁만은 아닐 것이다. 거리 그 자체에서 고풍의 매력을 지닌 일본의 전통 가옥이 있는 ‘마치야’는 참 이색적이다. 가본 곳이 아니라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없지만 서울이 북촌의 고풍스런 매력을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일본은 그런 부산함을 떨 필요 없이 과거의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보존된 이 곳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곳은 살아 숨쉬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독특한 색을 지닌 다양한 일본의 정원들에 대한 소개 역시 자극적이다. 특히 료안지의 가레산스이 정원은 무척 묘했다. 미니멀리즘과 같은 느낌을 일으키는 이 기묘한 정원은 작은 사진 속에 소개되어 있지만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사진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걸작들이지만 그 소재가 그저 그랬다면 결코 감동을 주지 못했으리라. 괜히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재에 등재되진 않았으리라. 그것 이외에도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정원들이 많다.
  ‘짓코쿠부네’라는 나룻배 유람은 낭만을 자극한다. 벚꽃의 매력을 지나면서 진귀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것 같다. 또한 우지바시란 오래된 다리 위를 걷게 될 때, 과거로 들어가는 관문 앞에서의 흥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흔한 기회는 아니겠지만 게이코, 마이코를 만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과거와의 조우, 그것은 분명 나에겐 흔한 경험이 아니다.
  한국에도 교토와 같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도시가 있을까?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규모와 다양성, 그리고 현대와 전통이 제대로 조화된 곳을 찾긴 좀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촌이나 서촌 등의 전통가옥들을 중심으로 옛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김하는 작업들이 있겠지만 생활 그 자체를 유지한 것과는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연스런 모습은 아닐 수 있단 생각이 든다. 경주라면 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직도 과거의 매력을 더욱 많이 갖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교토가 부럽다. 과거를 제대로 간직한 현대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이유다. 교토, 가고 싶다. 그리고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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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 부자 아빠가 되는 마지막 기회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고영태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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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조금 위험한 책이다. 힘든 이 시점에서 부채를 져서라도 투자 아니면 투기하란 이야기는 분명 현실을 생각하면 매우 위험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빚을 얻어서 투자했다가 곤혹을 치르는 광경은 지금 너무 일반적이며, 우리 집 옆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며, 내가 알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문젯거리다. 그런데 부채를 얻어서라도 투자해라, 참 묘하게 들린다.

저자는 지금도 남부럽지 않게 대성공한 투자자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 명료하긴 하다. 자산이 집이나 돈이 아니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어차피 명목지수로 나타난 자산이 얼마나 무가치한지는 망하는 순간 다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적인 상황에서 금과 같은 힘을 발휘한 달러의 가치가 이런저런 이유로 하락해서 금값 폭등, 달러가치 하락을 눈 앞에서 보게 되고, 한국에서 활용하는 환율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영원히 가치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겪고 나서 하는 넋두리일 뿐이다. 당해 봐야 느끼는 그런 상황과 감정,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이 무능이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특정 품목이나 대상에 집착하면서 그쪽 부분에서의 불패신화만을 고집하는 많은 어리석은 투기꾼들을 보면서, 저자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돈에 흐름에 주목해서 투자하란 이야기도 탁견이란 생각이 든다. 케이블 방송의 수많은 투자전략과 관련된 방송이나 내용을 보면 유사한 내용도 많이 나오며, 수긍하게 된다. 좀 더 수준 높은 고견이 나오는 이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도 돈의 흐름을 제대로 알면서 투자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욕심도 아니다. 이 세상에 그것을 모를 투자자, 혹은 투기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일반적인 진리가 된지 오래다. 문제는 그런 것을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사인 것이다.

개인적인 사적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얻었던 전략을 통해 왜 자신이 성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 ‘앞으로 10,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공한 재력가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기본적인 전제로 삼으면서 투자자들 혹은 투기꾼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금융교육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기존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본주의를 위한 변명에서 사회주의 사상가들을 비판한다. 문제는 개인적인 성공담이 과연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이다. 너무 특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운이 큰 성공의 원인이라면 모든 이가 갖고 있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분석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표현하면 운 좋은 이의 자화자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 공교롭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터진 경제위기 이후 투자를 선도했던 자본주의 세력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이 득세하는 지금, 그는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여기서 역시나 문제점이 발생한다. 그는 소위 제대로 대학과 같은 기관에서 공부를 하지 못했고, 그런 점이 그에겐 더욱 큰 장점이라고 부각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그렇게 사회과학적인 면에서의 엄밀성을 지니지 못한다. 그래서 함부로 된 일반화가 만연한데, ‘자본주의 체제를 악용하는 탐욕스럽고 비뚤어지고 게으른 사람들은 진정한 자본가들이 아니다라고 표현한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자본가는 착한 사람들만 포함한단 말인지,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솎아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 그냥 성공담에 집중했다면 참 좋았을 책이다. 괜한 이론가로서의 모습을 보인 점은 조금 우려된다.

특정인의 성공담은 무척 재미있고 그의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나 역시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운에 속지 마라라는 책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경고는 예사롭지 않다. 투자자와 의사의 인생에서 안정된 수입원을 갖고 있는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한 탈렙은 역으로 투자자 인생의 위험을 경고한다. 특히 어쩌다 성공한 이들을 과대포장해서 상품성을 높여서, 방송이나 책의 수입을 늘리려는 의도에 주목하란 그의 경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연결됐다. 기요사키의 의견도 존중할 만하지만 탈렙의 경고도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들이 산적한 지금의 현실은 분명 위험을 안고 투자할 때, 그에 대한 각오는 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부채는 분명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두 가지가 더 보강된다면, ,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만병통치약은 아니기에 조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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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 -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
함정임 글.사진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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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고 싶었다.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와 관계만을 보여줄 뿐, 대화단절을 느끼도록 하는 일방적인 관계를 깨고 싶었다. 하지만 소설 속의 인물과 독자와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며, 그것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것이다. 설사 저자 조차도 그런 관계를 깨기 힘들 것이다.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독자는 어쩌면 소설 속의 그들이나 시공간의 장소를 종종 떠올리며,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또한 그 속을 다시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을 담는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소설을 창조하는 작가 역시 타인이 만든 작품 속에서의 갑과 을의 관계를 절감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뻔한 독자와는 달리 작가 함정임은 좀 다르다. 그녀는 자신이 만나고 봤던 곳들에서의 작품과 작가, 그리고 소설 속 캐릭터들을 분주히 찾아 다니며 그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매력은 물론 그들이 태어난 그곳에서 다시 뭔가를 찾는 숙련된 여행객의 자취를 풍긴다. 과연 그녀는 글 쓰는 이다.
  뻔하다면 뻔하다. 작가이기에 그녀의 눈은 작품, 작가, 그리고 그들이 태어난 시공간의 배경들에 쏠려 있다. 아마도 자신의 작품에 소개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소설가의 여행법] 작가이자 소설가인 함정임은 그녀를 지칭하는 단어인 노마드 작가답게 많은 곳을 여행하며 뭔가를 꾸준히 찾고 있을 이유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것에 탐닉해야 하는 것은 작가만의 세상에 한정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이 고마운 것은 소설이 갖고 있는 대중성을 아직도 즐기지 못한 이들에게 소설에 더 잘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하기 때문이며, 또한 왜 그 소설을 읽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안내판과도 같다. 그리고, 그녀의 문장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얻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그녀는 글 쓰는 이이기 때문이다.
  풍성하다. 끝없이 나타나는 다양한 소설 속 캐릭터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아니 인간의 한계로는 세상 모든 소설의 인물들을 만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독서다. 그 한계가 있어야 안 되지만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언제나 찾고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과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성찰의 풍성함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소재인 사진들과 함께 말이다. 앞으로도 쏟아질 색다른, 어쩌면 괴이한 캐릭터들에 대한 묘한 매력과 그들이 갖고 있는 시대적 가치나 의미, 그리고 고민들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는 듯 했다. 좀 내성이 생겨, 소설 속의 인물들과 정면으로 만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어쩌면 괴짜이거나 현실 부적응자일 것 같다. 카뮈의 ‘뮈르소’는 과거는 물론 현대인에게서 조차도 찾기 힘든 이상한 인물이다. 아니 소설 속 인물들이 평이하다면 과연 그들을 주목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의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평이하거나 타성에 젖은 상태에서 반응하지 않고 색다르게, 심지어는 저항할 때, 독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투영하면서 그들의 도전에 열광하는지 모른다. 대리만족,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없다는 심리적 무력감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은 분명 통쾌할 것이다. 반대의 인물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들이 반갑고 그들과 함께 있고 싶고, 그들을 찾고 싶다. 그런 수고를 작가는 했다.
  책을 다 읽었다. 이것을 읽은 나 역시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만나고, 또한 찍었고, 즐겼다. 직접 체험이 아닌 간접체험이란 것이 한계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좋은 망원경을 통해 보듯 작가의 도움으로 보다 색다른 정경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던 작가들과 캐릭터들을 다른 앵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다르게 볼 수 있는 매력에 심취한 것이다. 언젠가 나도 직접 가고 싶다. 그리고 그 때, 좀 더 다른 앵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나만의 앵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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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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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針, 작고 가볍다. 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것은 작지 않다. 침 한 번을 맞는 순간, 아프면서도 상쾌하다. 이런 역설, 정말 오랜 만에 느끼는 순간이다. 어느 순간 잊고 있던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一針’이란 책이 말이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古典이란 말 속에 이미 과거의 것이란 뜻이 있기에, 고전의 가치가 아무리 높다 해도 이미 지난 과거의 것이라 무시당하거나 옛 것이란 이름으로 폄하되곤 한다. 현대가 과거를 극복하면서 전개됐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래서 과거와의 단절이 오늘을 사는 삶의 지혜와 발전이라 믿었기에, 고전을 과거의 부산물 정도로만 생각하고 사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현대의 작품들이 고전을 너무 많이 ‘오마주 [hommage]’하기에 고전은 다소 뻔한 것들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惡習이다. 현대인들의 오만함이 만들어버린 어리석음이 과거의 가치를 잊게 하고 또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삶의 가치관이나 기준 등을 상실하게 만든 원인이 되고 말았다. 과거를 통해 멋진 현재와 미래를 가꿀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우를 범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나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미래의 중요한 시간들을 하수도에 물을 버리듯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이렇기에 책 ‘일침’은 매우 색다르게 다가선다. 타성에 젖은 현대인들의 악습을 제거하기 위해 이 책이 갖고 있는 신비로운 매력을 간직하고 음미한다면 앞으로의 미래의 이야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민의 수고는 그래서 반갑다. 그가 세상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과거의 지혜를 통한 것이지만 지금에서도 매우 새롭다. 여기에 소개되는 사자성어는 고사성어는 아니다. 과거에 벌어졌던 어느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좀 수고스런 고달픔이 있을지 모른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 하나하나에 비견되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는 고사성어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전달해준다. 또한 사자성어 하나가 끝날 때 보여주는 시각자료들인 그림은 왠지 모를 강한 수긍을 이끌어 낸다. 현대판 파워포인트라 할까? 하긴 과거의 사람들이 현대인과 다르지 않기에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를 뿐 고전의 그들과 현대의 우리들은 하나일 뿐이다.
  저자의 노력과 사자성어를 만든 이들의 인생은 과도하다 할 만큼 압축되어서 우리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내용은 매우 풍부하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는 수많은 고민과 성찰, 그리고 그를 통해 얻게 된 삶의 정수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 뼈아픈 사자성어다. 분명 이 사자성어를 남긴 이들에겐 큰 시련이 있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성공은 물론 실패도 있었을 것이며, 그렇기에 이 사자성어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있을 것이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자신에게 탄식하듯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겁고 아프다. 삶 속에서의 실패를 통해 얻게 된 지혜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너무 수월하게 얻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이 따를 정도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사자성어들이 눈에 띈다. 재미있게 발음되는 ‘지지지지(知止止止)’는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라는 가르침은 재미있는 성음이지만 내용은 결코 재미있지 않다. 멈춰야 할 때 욕심을 내어 일을 그르친 것들이 이 성어를 통해 다시 생각난다. 그때 잠깐 참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질타한다. 모든 것이 다 욕심에 기인한다. 과거에도 이때도 이런 실수를 많이 했나 보다. ‘십년유성(十年有成)’은 ‘십 년은 몰두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이란 뜻이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십 년은커녕 1-2년 정도 집중력 있게 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지금의 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가 아닌, 삶의 타성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나이기에 매우 뼈아픈 사자성어다.
  반성이 깊어지면 자책하게 되고, 그래서 다시 나약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는 ‘해현갱장(解弦更張)’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성어다. 인간은 나약할 수 있고 풀어질 수 있다. 평범하다는 이야기엔 바로 이런 인간의 나약함이 존재함을 포함한다. 그렇다고 이런 인간의 보편성을 마냥 긍정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잠을 잤으면 일어나야 하고 누웠으면 벌떡 서야 하며, 풀어졌으면 다시 긴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경쟁의 시대에 이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일깨우는 성어다. 다만 이런 긴장으로 인해 바쁘게 되다 보면 잃어버릴 것도 많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유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마음이 한가해야 정신이 활발하다’는 ‘심한신왕(心閒神旺)’에서의 한가로움이 너무 귀중하게 다가온다. 바쁜 것은 결국 몸과 정신을 긴장시키고 그래서 선입견과 타성에 젖게 된다. 이럴 때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정말 이런 문제를 적절하게 풀어주는 한가로움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울 것이다.
  짧은 사자성어의 무거운 가치를 느끼면서 많은 활력을 갖게 된 것 같다. 조상이라 불리는 대상이 제사에서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의 진정한 대화는 고전을 통할 때 조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들이 얻었던 삶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때 과연 과거와 현대를 나눌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으로야 어쩔 수 없지만 종종 패러다임이나 가치관 등을 통해 함부로 이중잣대로 평가하는 못된 버릇이 현대인들에게 있으며, 나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일침인 것 같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성이 잘못 된 생각임을 언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었지만 이번처럼 몸으로 느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좋은 체험학습이고, 다시 한 번 고인과 대화를 나눌 필요를 느낀다. 힘들 때 그들의 삶의 지혜,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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