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교토 - 느릿느릿 즐기는 골목 산책 시공사 시크릿 시리즈
박미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교토가 이전에 ‘헤이안’으로 불렸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본 역사에 대한 기억을 짚어가다 보면 ‘헤이안 시대’가 나온다는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역사에 대해 관심은 그리 크지 못해서인지 관심 밖의 영역으로 있던 곳이다. 당연히 교토에 대한 역사를 들춰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상식이 없던 상황에서 상식 하나를 얻는 기쁨은 그리 작지 않다. 다만 ‘시크릿 교토’는 내 어설픈 상식 하나를 주기 위한 책은 아니었다. 도시라는 곳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일본인들에겐 상식인 교토의 내력이 나에겐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교토, 정말 독특하다. 말뿐인 신구의 조화를 제대로 이룬 이 도시는 정말 풍요로운 과거를 간직한 오늘의 도시다. 독특함과 기이함, 그리고 신선함이 살아 숨 셨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멋진 공원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 그것을 인식 못하며 살아가는 교토 사람들이 좀 부럽긴 하다. 어쩌면 그곳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한 채 평상의 어느 일상처럼 교토 속의 매력을 볼 그들을 생각하면 시샘이 나기도 하면서 그런 삶이 정말 좋은 삶,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부럽다.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에서 신선한 생명력을 전달해주는 것으로 맛집만한 것도 없다. 이제 일본 음식점이나 특히 라멘집, 우동집 등은 정말 구미를 당긴다. 여기에 일본 음식들의 진열장이라 할만큼 이 소잭자에 많고 다양한 맛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 음식에 특징이라 할 보기도 좋은 음식들의 모습은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또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카페들은 현대적인 매력은 물론 일본의 특징을 담은 전통적인 특색도 지니고 있다. 확실히 일본은 일본인가보다. 교토의 심장엔 고전과 현대의 기막힌 조화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교토는 일본의 과거를 담고 있다. 현재 일왕이 거주하는 궁이 있으며, 역사적 시간 단위도 몇 십년이 아닌 500년, 심지어 천년 단위로 계산되는 장소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도시 자체가 훌륭한 역사적 박물관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은 교토에선 매우 느릿느릿 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교토에 현대적인 매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토만큼 과거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궁들이나 정원들의 고풍스런 매력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하지만 옛 것을 간직하고 보여주는 것이 고궁만은 아닐 것이다. 거리 그 자체에서 고풍의 매력을 지닌 일본의 전통 가옥이 있는 ‘마치야’는 참 이색적이다. 가본 곳이 아니라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없지만 서울이 북촌의 고풍스런 매력을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일본은 그런 부산함을 떨 필요 없이 과거의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보존된 이 곳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곳은 살아 숨쉬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독특한 색을 지닌 다양한 일본의 정원들에 대한 소개 역시 자극적이다. 특히 료안지의 가레산스이 정원은 무척 묘했다. 미니멀리즘과 같은 느낌을 일으키는 이 기묘한 정원은 작은 사진 속에 소개되어 있지만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사진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걸작들이지만 그 소재가 그저 그랬다면 결코 감동을 주지 못했으리라. 괜히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재에 등재되진 않았으리라. 그것 이외에도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정원들이 많다.
  ‘짓코쿠부네’라는 나룻배 유람은 낭만을 자극한다. 벚꽃의 매력을 지나면서 진귀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것 같다. 또한 우지바시란 오래된 다리 위를 걷게 될 때, 과거로 들어가는 관문 앞에서의 흥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흔한 기회는 아니겠지만 게이코, 마이코를 만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과거와의 조우, 그것은 분명 나에겐 흔한 경험이 아니다.
  한국에도 교토와 같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도시가 있을까?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규모와 다양성, 그리고 현대와 전통이 제대로 조화된 곳을 찾긴 좀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촌이나 서촌 등의 전통가옥들을 중심으로 옛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김하는 작업들이 있겠지만 생활 그 자체를 유지한 것과는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연스런 모습은 아닐 수 있단 생각이 든다. 경주라면 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직도 과거의 매력을 더욱 많이 갖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교토가 부럽다. 과거를 제대로 간직한 현대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이유다. 교토, 가고 싶다. 그리고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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