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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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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 Pa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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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묘했다.
  처음 들었을 땐,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만 같았다. 그러나 경기도 파주의 이름이란다. 정말 시작부터 의외였다. 내가 살았던 동네의 이름이었지만 영화 속의 파주는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영화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인간의 폐허화된 그런 곳이 형상화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파주는 안개가 자주 꼈고 비가 자주 내렸으며, 어딘지 모를 황량함이 느껴졌다. 안개가 자욱하기도 했고, 자주 비가 내렸다. 그리고 재개발 당하는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격렬한 투쟁의 장소가 보이기도 했다. 썩 편한 장소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 있는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결국 파멸로만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배려와 사랑을 위한 거짓말은 상대에겐 위선과 배신을 의미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영화의 비극의 핵심이 이것이었고, 누군가의 파국으로만 가야 할 운명을 갖고 영화의 서사는 진행됐다. 영화의 고통의 배경엔 사랑과 오해와의 이율배반적인 관계가 남녀 둘 사이에 존재한다. 과거의 실수로 평생 죄의식으로만 살아가고 있는 남자(김중식)와 언니의 불행을 옆에서 본 후의 분노로 형부에 대한 불만을 간직한 여자(최은모). 이 둘은 서로간의 감정을 확인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파멸적인 관계 속에 막혀 방황하고 만다. 그리고 배려와 오해는 함께 할 수 없기에 영화는 간단하지 않은 해결을 남길 수밖에 없는 비극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불륜이었고 파란이었다.  


  영화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주인공들을 몰아간다. 밝힐 것이냐 숨길 것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자신의 언니가, 사실은 자신의 실수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고통과 비극을 알기에, 남자는 숨겼다. 그런 남자를 처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가족적 관계에 묶이고 만다. 자신의 과오를 알지 못하기에 남자의 선의의 거짓말을 오해로 밖엔 해석할 수밖에 없는 여자의 입장은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의 시간으로 몰고 간다.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진실 속에서 남녀 둘은 서로간의 감정에 따를 수 없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선의의 거짓말을 갖고 악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불행의 씨앗을 만들었다. 배려가 사악함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영화는 인간의 허약한 믿음체계와 인간관계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불신에 가로막힌 사랑, 이 기묘한 관계는 주인공 둘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사랑하지만 용서할 수 없는 그이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파국을 단행한다. 그녀는 남자를 사랑했지만 언니 역시 사랑했기 때문이다. 파국을 선택한 후 파주에서 방황하는 그녀의 얼굴엔 아쉬움과 슬픔들이 겹쳐진다.
  여자가 선택한 방식은 모두에게 불행만을 가져다 주었다. 죽은 언니를 위한 선택이었다지만 오해와 불신에 잉태된 것이기에 건강한 결말을 기약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철거주민들은 자신의 지도자를 잃었고, 처제는 자신을 지금까지 아껴주었던 형부를 잃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기로 몰아갔고, 사랑도 잃었다. 여자의 치기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너무 뼈아팠다. 그녀는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웃을 배신했고 자신이 사랑했던 형부를 감옥에 가뒀고, 결국 버림받았다.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은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그곳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녀를 받아 줄 수 있는 곳이 사라졌기에.   

  오해의 무서움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아님 타인을 위한 배려가 사실은 또 다른 비극의 원인임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아니면 사랑도 결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아마도 난 마지막의 물음이 가장 적절한 질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회의론이 느껴졌다. 사랑에 의한 배려는 결코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 특히 뒤엉킨 인생의 실타래 속에선 시작부터 엉켰기에 결코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사연으로만 묶이게 된 것이다. 감독의 시선에서 쓰디쓴 인생의 회의론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의 가장 깨끗하고 아름답다던 사랑이 도리어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이 슬픈 아이러니를 보며, 영화를 통해 본 인간의 관계의 허망함과 인생의 고독한 심연은 어떻든 고달파만 보인다. 그렇게 인생은 쓰디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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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지금 세기말적인 우울함으로 가득 찬 영화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현재 살고 있는 이 지구의 위기가 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9년은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심화된 해였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가 조만간 끝날 것 같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젊은 20대에겐 ‘88만원 세대’라는 불운한 꼬리표까지 붙어있는 상황에서 미래는 무척 우울하게만 보입니다. 그렇다고 30-40대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50대 이상은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샐 것입니다. 이런 경제위기에 전세계적으로 밀어닥친 환경피해는 지구가 과연 언제까지 인류의 터전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태평양의 도서 국가들이 언젠가는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란 이야기도 이젠 동화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기도 힘들게 됐습니다. 자연보호는 이제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운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암울한 분위기는 국경을 넘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적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인간의 본능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 속에 보이는 세상은 자못 우울합니다. 그런데 이런 우울한 영화들 중 세 편은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불운한 이야기지만 지구 멸망, 아니 인류 문명의 멸망의 이야기들이 세 가지 서사로 구성될 수 있는 것들이 있네요. 인류의 멸망 전, 그리고 멸망,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모든 작품들이 다 볼만한 뛰어난 장점들을 갖고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세 편의 작품이 인간의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지한 철학 역시 갖고 있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인간이 지금의 방식으로는 결코 미래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그 작품들은 멸망 전, 멸망, 그리고 멸망 이후를 의미하는 [에반게리온: 파], [2012], 그리고 [더 로드]가 그것입니다.  


에반게리온: 파
 

 

 

    일본 TV Animation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입니다.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에 의해 창조된 이 영화는 10년이 넘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도 극찬을 얻었던 영화 [에반게리온:서]를 다시 새롭게 각색한 이 영화에선 지구가 이미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으로 인해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구의 불안은 푸른 빛에서 붉은 빛으로 변한 바다의 색을 통해 암시되는 것 같네요. 시작부터 불운해 보이기만 한 이 지구에 정체불명의 ‘사도’라는 존재가 인류의 멸망을 재촉하면서 지구를 공격해 옵니다. 이처럼 미지의 존재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제작된 ‘에반게리온’이란 전투 로봇엔 중학교 나이밖에 안 되는 소년과 소녀들이 파일럿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이 어린 이들의 어깨에 인류의 운명이 짊어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청소년들을 위한 만화영화로만 여겨지지만 이 영화에는 다양한 상징들과 현대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즉,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충돌,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책임성이 약화된 남성과 점차 강인해진 여성의 출현, 그리고 현실에 대한 부적응 문제와 인간의 본원적 모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인간의 대한 지독한 불신, 비민주적 사회, 소외된 자들의 그늘 등 관객들에겐 대단히 어려운 주제들이 영화 한 편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 속에서 보이는 인간성의 복원과 그 희구는, 보는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신지’라는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으며 여자 파일럿 ‘레이’는 우리 모두의 이상향을 담는 듯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2012

 

    정말 멸망할지 아님 멸망하다 도중에 그칠지는 극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죠. 그러나 이 영화는 멸망하는 지구, 혹은 위기에 빠진 인류와 그 문명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 합니다. 전작 [Independence Day], [Tomorrow] 등에서 지구의 멸망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줬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는 지구의 위기를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전문감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이 부분에선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경고를 담은 영화입니다. 즉, 이 영화는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자연의 복수가 영화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기반으로 할지언정 인간에 의해 자행된 불미스런 행동들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또한 정부에 대한 불신도 그 한가운데 어디쯤에 있기도 합니다. 감독은 자연재해에 대한 인류의 대처는 그다지 우아하지 못할 것임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지구의 멸망을 암시했다는 고대 마야 문명의 기이한 경고를 기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재난 종합선물세트라는 별칭을 얻었을 만큼 대단한 장면들을 담아냈습니다. SFX와 CGI의 마스터라 할 만큼 위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재난 액션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LA의 지진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땅이 갈라지고, 대형빌딩들이 무너지며, 유람선이 뒤집어지고,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은 3D 영상으로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인간의 아늑한 휴양지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지진과 화산폭발로 무너지는 장면은 인간의 낙원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주인공인 잭슨 커티스(존 쿠삭)는 인류 멸망을 대비하기 위해 진행해 오던 강대국 정부들의 비밀 계획, 즉 3년 동안 선별된 지구인을 피난시킬 계획을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그렇다고 잭슨의 행동이 인류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2012년이 되자 결국 전세계는 멸망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정부 계획을 안 이후, 무너지는 LA에서 가족을 구해서 피난길에 오르는 정도일 뿐이죠. 이 부분에서, 인간의 무력감을 느낄 수 있고 개인주의를 느낄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공존을 위한 희생이 아닌 <2012>의 가족들은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밟으며 살아남는 이기적 생존을 선택합니다. 결국 멸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현대인의 이기적 행태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자성을 이끌어 냅니다.   

The Road 

 

 

    이 영화는 인류가 만든 문명의 멸망 이후의 황량함을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잔인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인간적인 휴머니즘에 새로운 희망을 기댄 영화입니다. 폐허 이후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인 ‘코맥 매카시’가 2006년 발표하여 ‘퓰리쳐상’을 수상했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메카시 소설의 대표적인 속성인 잔혹성을 가장 현실감 있게 그림으로써, 인간의 극한의 비극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있는 가족의 사랑은 괴로운 위기 속에서 인류의 마지막 희망 찾기의 영원한 해결책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의 탄탄한 내용을 영화가 잘 소화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영화의 완성도는 이미 합격을 받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잿더미가 된 세계입니다. 그런 험상궂은 세상 속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은 굶주림과 혹한을 피해 무작정 남쪽으로 길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기본설정입니다. 공포에 질린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버지(비고 모텐슨)는 어려운 환경에 내동댕이쳐진 부자의 가련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대의 위기에 빠진 가족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 이들의 관계와 상황은 영화를 극한의 위험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특히 이 둘을 노리는 인간사냥꾼들의 위협은 지구가 황폐한 이후, 변해버린 인간들의 잔혹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우리 인류의 모습이기도 하고, 인간의 문명 이전의 본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그들 둘의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필수용품들인 물과 기름, 식량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도 됩니다. 가족에게 혹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구 멸망 이후의 비극을 강렬하게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또한 거친 환경에서의 사투는 살아남은 자들이 공포가 된 세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멸망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기 싫지만 ‘만약’이란 단어 앞에 놓인 우리들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자성이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은 물론 인류의 생존이 과연 가능한지, 아님 실패할지는 극장 안에서 확인해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최악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 그에 대한 올바른 실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OST 들) 

 

 

 

    현재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점차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서운 재난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설사 재난이 먼 미래에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변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며 지구와 인류는 점차 위기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인류는 반성해야 하고, 또한 건전한 공동체를 위해 우린 단결해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에반게리온: 파]에서 시작해서 [2012]를 거쳐, [더 로드]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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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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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배우들,’ 정말 도발적인 제목이다. 은근히 이성적인 매력을 자극하는 이 제목은 사람들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어느 인간들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하루를 담은 영화다. 그 속엔 우리들이 알고 있는 환상과 신비감으로 가득한 환타지를 가득 담은 여배우들이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냄새를 갖고 있는 평범한 인간들이 나오고 있다. 이 역설적인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를 아마도 많은 관객들은 제목에 이끌려 영화관에 보러 갔겠지만, 그녀들도 평범한 인간임을 확인하며 극장에서 나왔을 것이다.
  역설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여배우들'란 영화엔 같으면서도 다른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그리고 배우라면 갖고 있는 이중성을 이 영화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기 이름과 자기 과거, 그리고 자기 상황을 갖고 사실과 거짓 사이를 멋지게 줄타기한다. 배우라는 거짓을 숙명으로 갖는 직업을 갖고 있는 여배우들이, 자신의 본명을 갖고, 자신이 출연했던 과거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또 그런 것들과의 연속선을 바탕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런 구도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던 기발한 착상이다. 그래서 진실처럼 관객에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 솔직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어디까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것이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대사는 그녀들이든, 아니며 다른 여배우들이든, 같은 여배우들이 다 고민하고 걱정하던 내용을 간추리고 극화시킨 것임을 관객들은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각종 Gossip이나 연예계 통신들은 그런 보도를 갖고 생활을 연명하고 있으며, 오늘도 어디에선가 그런 것들을 찾으려 열심히 취재하러 돌아다닐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어느 여배우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은 어느 다른 여배우의 이야기일 것이고 진실보다 더욱 진실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리고 또 어느 부분에선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이야기 중 오직 3분의 1만이 시나리오 상에 있었을 뿐, 나머지는 여배우들 스스로가 만들어야 했던 기이한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해도 전혀 잘못된 구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속에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반복됐다. 동료배우의 성공을 질시한 모습이나, 새로운 일원으로 참가한 신참이 겪는 묘한 어색함, 일 없어도 있는 척 하는 슬픈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눈치 없는 지각, 그리고 위선과 시기, 그리고 다툼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관계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멋진 기타 선율에 호들갑이 잦아들고 낭만에 젖거나 조촐한 와인 파티에 자신들의 아픔과 고민이 웃고 우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그 속에서 보인 인간적 고민과 연민은 자신들의 환상에서 벗어난 평범한 어느 인간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가슴이 시리다. 여섯 중 반이 이혼녀인 상황에서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여배우가 아닌, 어느 한 시점에서의 실패를 경험한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듯 어울리기보다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인간도 보였다. 다른 사람이 입었던 의상을 걸쳤을 때, 몸에 맞지 않아 당황하는 여자도 있었고, 혼자 있을 때에만 솔직해지는 여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웃을 것만 같던 그녀들이 말다툼한 것도 보였고, 자신의 이혼경력이란 실수로 독한 것이라는 세간의 냉혹한 한 마디에 울보가 된 여자도 있었다. 솔직해선 안 되는 그녀들이기에, 거짓이 생명인 그녀들에게, 과도하게 소비된 사실 하나로 그녀들은 순식간에 날개 잃은 천사가 되고 말았다.   




  일시적인 유행이란 의미를 지닌 ‘Vogue’란 패션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그녀들은 모였다. 그녀들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그리도 그녀들에겐 차가운 곳이다. 그래도 그녀들은 와인 잔치로 그런 아픔들은 멋지게 털어버린다. 그들간에 있었던 앙금 역시 털어비리고 말이다. 그녀들은 그렇게 기다렸던 보석이 도착하지 않아 결국 찍지 못한 화보를 다음에 다시 찍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힘들고 외롭고, 언제나 감추어야 하지만 그래도 여배우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차비를 한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생활은 힘들지만 또, 그런 생활 속에서 재미도 찾고 왠지 모를 기대를 하고 산다. 눈 때문에 오지 못한 보석을 기약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역시 기다리고 싶다. 그녀들이 다시 멋진 보석이 되어서 우리들의 환상을 선물로서 주길 말이다. 그래서인지 여배우들은 무척 매력적이었고, 영화 ‘여배우들’ 역시 매우 즐거웠고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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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09-12-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때를 놓쳐 땅을치고 있습니다. DVD라도 기대할 수 밖에요.

novio 2009-12-24 13:13   좋아요 0 | URL
지금 이 영화, 극장에서 하고 있을텐데요. 확인하시면 될 것입니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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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 그는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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