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 Actr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배우들,’ 정말 도발적인 제목이다. 은근히 이성적인 매력을 자극하는 이 제목은 사람들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어느 인간들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하루를 담은 영화다. 그 속엔 우리들이 알고 있는 환상과 신비감으로 가득한 환타지를 가득 담은 여배우들이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냄새를 갖고 있는 평범한 인간들이 나오고 있다. 이 역설적인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를 아마도 많은 관객들은 제목에 이끌려 영화관에 보러 갔겠지만, 그녀들도 평범한 인간임을 확인하며 극장에서 나왔을 것이다.
  역설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여배우들'란 영화엔 같으면서도 다른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그리고 배우라면 갖고 있는 이중성을 이 영화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기 이름과 자기 과거, 그리고 자기 상황을 갖고 사실과 거짓 사이를 멋지게 줄타기한다. 배우라는 거짓을 숙명으로 갖는 직업을 갖고 있는 여배우들이, 자신의 본명을 갖고, 자신이 출연했던 과거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또 그런 것들과의 연속선을 바탕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이런 구도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던 기발한 착상이다. 그래서 진실처럼 관객에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 솔직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어디까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것이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대사는 그녀들이든, 아니며 다른 여배우들이든, 같은 여배우들이 다 고민하고 걱정하던 내용을 간추리고 극화시킨 것임을 관객들은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각종 Gossip이나 연예계 통신들은 그런 보도를 갖고 생활을 연명하고 있으며, 오늘도 어디에선가 그런 것들을 찾으려 열심히 취재하러 돌아다닐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어느 여배우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은 어느 다른 여배우의 이야기일 것이고 진실보다 더욱 진실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리고 또 어느 부분에선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이야기 중 오직 3분의 1만이 시나리오 상에 있었을 뿐, 나머지는 여배우들 스스로가 만들어야 했던 기이한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해도 전혀 잘못된 구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속에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반복됐다. 동료배우의 성공을 질시한 모습이나, 새로운 일원으로 참가한 신참이 겪는 묘한 어색함, 일 없어도 있는 척 하는 슬픈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눈치 없는 지각, 그리고 위선과 시기, 그리고 다툼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관계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멋진 기타 선율에 호들갑이 잦아들고 낭만에 젖거나 조촐한 와인 파티에 자신들의 아픔과 고민이 웃고 우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그 속에서 보인 인간적 고민과 연민은 자신들의 환상에서 벗어난 평범한 어느 인간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가슴이 시리다. 여섯 중 반이 이혼녀인 상황에서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여배우가 아닌, 어느 한 시점에서의 실패를 경험한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듯 어울리기보다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인간도 보였다. 다른 사람이 입었던 의상을 걸쳤을 때, 몸에 맞지 않아 당황하는 여자도 있었고, 혼자 있을 때에만 솔직해지는 여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웃을 것만 같던 그녀들이 말다툼한 것도 보였고, 자신의 이혼경력이란 실수로 독한 것이라는 세간의 냉혹한 한 마디에 울보가 된 여자도 있었다. 솔직해선 안 되는 그녀들이기에, 거짓이 생명인 그녀들에게, 과도하게 소비된 사실 하나로 그녀들은 순식간에 날개 잃은 천사가 되고 말았다.   




  일시적인 유행이란 의미를 지닌 ‘Vogue’란 패션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그녀들은 모였다. 그녀들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그리도 그녀들에겐 차가운 곳이다. 그래도 그녀들은 와인 잔치로 그런 아픔들은 멋지게 털어버린다. 그들간에 있었던 앙금 역시 털어비리고 말이다. 그녀들은 그렇게 기다렸던 보석이 도착하지 않아 결국 찍지 못한 화보를 다음에 다시 찍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힘들고 외롭고, 언제나 감추어야 하지만 그래도 여배우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차비를 한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생활은 힘들지만 또, 그런 생활 속에서 재미도 찾고 왠지 모를 기대를 하고 산다. 눈 때문에 오지 못한 보석을 기약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역시 기다리고 싶다. 그녀들이 다시 멋진 보석이 되어서 우리들의 환상을 선물로서 주길 말이다. 그래서인지 여배우들은 무척 매력적이었고, 영화 ‘여배우들’ 역시 매우 즐거웠고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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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09-12-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때를 놓쳐 땅을치고 있습니다. DVD라도 기대할 수 밖에요.

novio 2009-12-24 13:13   좋아요 0 | URL
지금 이 영화, 극장에서 하고 있을텐데요. 확인하시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