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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논문 바로쓰기 A Manual for Writers - 케이트 트레이비언의 ‘시카고 양식’ 제8판!
웨인 부스.그레고리 콜럼.조셉 윌리엄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시대의창 / 2019년 4월
평점 :
연구를 한다, 혹은 논문을 쓴다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의외로 간단한 반복 작업이다.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 말이다. 논문은 사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글로 쓴 것이다. 문제는 논문을 쓰는 연구자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답을 찾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읽고 다시 질문과 답변이 될 가설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고, 다시 자료를 찾는 과정을 부단히 반복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논증 구조를 짜야하고,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통용되는 논문의 형식을 지켜야 하며, 표절 같은 연구부정행위를 절대 저지르면 안 된다.
웨인 부스, 그레고리 콜럼, 조셉 윌리엄스가 지은 『영어논문 바로쓰기』는 지금까지 수차례 개정을 거친 논문지침서이다. 이 책은 논문을 써야하는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파트 '연구와 글쓰기: 계획에서 완성까지" 라는 소제목이 보여주듯이 논문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그 시작부터 끝까지를 알려주는 파트다. 두번째 파트는 "인용출처 표기"로 연구자가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들을 어떻게 인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표현양식"은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체, 문법, 구두점을 비롯해 글쓰기에 지켜야하는 스타일을 알려주는 지점이다.
이렇게 파트만 놓고보면 이 책은 실용적인 지침서(1부)와 실제 연구 및 논문 작성과정에서 어떻게 출처를 표기하고 인용할지, 구두법 및 철자법을 비롯한 글쓰기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할지 의문에 부딪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참고사전(2, 3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1, 2, 3부 저마다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겠다. 1부는 논문을 써야하는 연구자들에게, 2, 3부는 실제로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2부의 경우 다양한 인용출처 표기법이 나오기는 하나 국내 논문에서 제시하는 인용출처 표기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그 의미가 퇴색되는 지점이 조금 있다. 3부는 하이픈(--)이나 세미콜론(;), 콜론(:) 같이 한국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구두법도 다루고 있다보니 역시 한국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지침으로 다가오기 힘든 점이 있다.
그렇긴 하나 이 책의 1부는 논문을 작성해야하는 연구자들에게 연구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1부는 연구를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연구자가 던진 질문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연구 과정 동안 내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작성하면서 해당 답변이 논리적인가를 따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논문이 될 수 있는 지점, 즉 질문과 그에 답하는 답변으로서의 연구 가설을 다듬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수립한 연구 가설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검토한 후 다시 질문과 연구 가설을 재검토한다. 이 과정을 어느 시점까지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이 책의 저자들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핵심 과정이 논증짜기다. 논증은 주장(claim),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reason), 다시 논거를 받쳐주는 근거(evidence)로 구성된다. 앞서 질문을 던지고 연구가설을 세웠다면, 그리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연구가설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 연구가설을 주장으로 삼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구상하고, 해당 논거들을 받쳐줄 수 있는 증거들을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자료를 수집하고 다시 주장과 논거에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자의 논문은 점차 형태를 갖춰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논증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확실한 논거와 근거가 필요하다.
논증 구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다면 이제 초고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상황에 따라 다시 뒤로 후퇴할 수도 있다. 논문 쓰기 작업은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과정도 아니다. 패턴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혼돈의 길을 걷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1부는 논문쓰기의 모든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볼 수 있다. 그래서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작정 재밌어보인다고 아무 주제나 붙들고 연구를 시작하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노력은 노력대로 허비할 수 있다. 이 책의 1부는 연구의 시작점으로서 질문을 던지고, 해당 질문을 어떻게 검토할지에서 시작하여 실제 논문쓰기까지의 과정을 제시하면서, 연구자가 겪을 수있는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논문 쓰기 지침이 완벽하다고 보긴 힘들다. 사실 논문쓰기에서 완벽한 지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논문쓰기라는 것은 실제로 논문을 쓰면서 시행착오에 부딪쳐야 하는 영역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연구를 할 때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에 답하는 연구가설이 똑같은 경우도 없을 것이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시된 사례들이나 지침들을 자신의 경우에 알맞게 응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논문을 직접 쓰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논문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용할 수 있다. 특히 1부 5장 논증 짜기는 이 책의 저자들이 집필한 또 다른 서적인 『논증의 탄생』의 내용을 압축하여 담고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과 『논증의 탄생』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논증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항상 어떤 주장을 하고, 그에 대한 논거를 대고, 그에 대한 근거를 댄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오가는 대화에서도 발견된다. 이 책 또는 『논증의 탄생』을 통해 논문과 인연이 없는 독자들 역시 논문 쓰기와는 별개로 논리적인 논증을 구사하는 방법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럴 경우 『논증의 탄생』이 이 책 보다 더 유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단점은 개정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앞으로도 개정판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전 판본에 비해 현재 개정판에 추가된 점은 각종 인터넷 자료의 인용방식이 추가되었다. 향후 어떤 미디어 매체가 나오느냐에 따라 해당 매체를 인용하는 형식도 새롭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개정판이 계속 나오리라는 점은 손쉽게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 ChatGPT로 자료를 생성하여 논문에 인용할 경우, 어떻게 인용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