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잘 모르지만 죽은 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의 깜깜하다. - P162
수명이 아무리 늘어났다고 한들 세상을 보면, 우주를 보면 인간의 삶이란 그저 한 톨 먼지에 불과하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고 잊힌다. 인생은 시간과 함께 저절로 묻힌다. 그런데 지레 스스로를 지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우리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 ‘왜 나한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같은 생각에 빠지기 쉽다. 이런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쉽사리 벗어날 수 없고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어진다. - P164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내게는 너무 가까운 일이다. 그런 현장이 흔하기 때문이다. 취업문제로 싸움 끝에 부모를 살인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달라 결국 생을 달리한 고인을 본 적도 있다. 비슷한 양상의 죽음이 반복되고,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왜 우리는 바뀌지 않는 걸까? 무엇을 해야 이 안타까운 죽음을 멈출 수 있을까? - P168
그렇다. 희망은 자가발전이 잘 안 된다. 혼자서 아무리 기를 써봐야 쳇바퀴 위를 구르는 것 같아 지치기 십상이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꿈꿀 때 희망이 생겨난다. 하지만 고인들의 집에는 없었다. 관계도, 대화도, 웃음도, 세상과 단절된 집 안에서 이미 자신감을 잃었고, 세상으로부터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상실감에 휩싸여 좌절했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그들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외로움을 자처했고 결국 외로움에 잡아먹혔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야 하거늘 문 여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희망을 외로움으로 바꾸고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 P178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사연을 듣다 보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절히 든다. 돈이 많아도, 돈이 없어도, 가족이 있어도, 가족이 없어도 저마다 사정과 사연이 있고, 또 그 때문에 생기는 아픔과 걱정도 제각각이다. 타인이 자기 입장에 서서 배놔라 감놔라 할 일이 아니고, 타인의 고통을 자기 기준에서 판단할 일도 아니다. 아니, 고통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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