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편적인 진보의 담당자임을 근거로 하여 유럽인들의 우월성을 정당화하는 역사관은 ① 진보가 모든 비유럽인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인들의 희생 위에서 이룩되었고, ② 더욱이 비유럽인들에게서 그들의 역사를 빼앗아 공식적인 역사 이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있음을 애초부터 차단하고 진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수취와 사회적 통제를 호도하는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비판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유럽이 지녔던 문화적 헤게모니 장치의 핵심적인 일부분으로서 사실상 그 헤게모니의 단순한 반영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영속화하는 기능을 담당했던 것이다. -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