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은 영혼의 어두운 밤, 고래의 뱃속, 암흑의 여신과의 만남, 지하 세계로 가는 여정으로 여겨지거나 또는 그저 우울증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강은 대개 삶을 통째로 바꿔놓는 상실에서 비롯된다. - P177

지하 세계로 가는 이 여정은 혼돈과 비탄, 소외와 환멸,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 P177

지하 세계에는 시간 감각이 없다. 시간은 무한하고 그곳을 서둘러 떠날 수도 없다. 아침도 없고 낮도 없으며, 또는 밤도 없다. 칠흑같이 어둡고 혹독하다. 온통 암흑뿐인 지하 세계는 축축하고 차갑고 뼈가 시리다. 지하 세계에는 쉬운 해결책이 없다. 빠져나가는 지름길도 없다. 울부짖음이 그친 그곳엔 침묵뿐이다. 여성은 벌거벗은 채 죽은 자들의 뼈 위를 걷는다. - P178

위로 올라가고 빛을 향해 밖으로 나아가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그들 존재의 근원 아래로 깊이 내려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땅을 판다는 비유는 여성의 입문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여성에게 영적인 경험은 자아의 바깥이 아닌 자아의 내부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 P180

어머니를 거부하면서 여성성의 거울이 산산조각 난 여성은 분리된 자신의 부분들을 되찾기 위해 땅속 깊이 내려간다. 이 여행중에 여성은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몸, 자신의 감정, 자신의 성적 취향, 자신의 직관, 자신의 이미지, 자신의 가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될 수 있다. 이것들이 그녀가 그 깊은 곳에서 찾는 것들이다. - P181

하강은 강박 행동이다. 우리는 모두 하강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삶의 어떤 순간에는 내면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강은 매력적인 여정은 아니지만 반드시 여성을 강하게 하고 여성이 자아감을 분명히 하게끔 한다. 오늘날 몇몇 여성들은 하강 과정을 꿈속에서 암흑의 여신을 만나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 P183

칼리 여신과 다른 여신들의 창조 원리(creatrix principle)는 아버지 신들(father gods)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 P183

"모든 어머니는 자기 안에 딸을 품고 있고 모든 딸은 자기 안에 어머니를 품고 있다. 모든 여성은 뒤쪽으로는 어머니와 이어지고 앞쪽으로는 자신의 딸과 이어진다." - P197

헬렌 루크(Helen Luke)는 모자와 모녀 경험의 엄청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형적 차원에서 아들은 어머니 자신의 내적 탐색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반면에 딸은 바로 어머니 자신의 확장이다. 딸은 어머니를 어머니 자신의 과거와 젊음으로 되돌아가게 하고, 자기 인식과 새로운 존재로의 재탄생을 약속하며 미래로 이끈다." - P198

자신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정신적으로 ‘아버지의 딸‘로서 살아왔음을 깨달을 때, 우리에겐 몇 가지 캐내야 할 것이 있다. 문화라는 의복으로 덮어 감추기 전에 우리들 것이었던 우리의 일부를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 P203

자연이나 몸과 관계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한 것처럼 에레슈키갈은 남성 신들에게 강간당하고 지하 세계로 추방당했다. 그녀는 지하로 가버린 여성성의 일부이다. 격노, 탐욕, 상실의 공포를 상징한다. 원초적이고 거친 성적 에너지이다. 의식의 세계와 분리된 여성적 힘이다. 무시당하고 조롱받는 여성의 본능과 직관이다. "그녀는 태어나기 전의 잠재적 생명이 출산의 진통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장소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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