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균형‘이라는 단어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극도로 역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99
브래드 버드 감독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건 음반사건 간에 모든 창조적 조직은 하나의 생태계라고 말한다. "모든 창조적 조직에는 계절이 필요합니다. 폭풍우도 필요하고요. 생태계와 똑같아요. 충돌이 없는 상태를 최적의 상태라고 보는 것은 화창한 날을 최적의 상태라고 보는 것과 같아요. 화창한 날은 태양이 비구름을 몰아낸 날입니다. 이때는 충돌이 없고, 승자가 명백하죠. 하지만 매일 화창하기만 할 뿐, 비가 오지 않으면 생물이 자랄 수 없습니다. 밤도 없이 항상 햇볕만 내리쬐면 지구가 말라붙고 모든 생물이 멸종할 겁니다. 충돌은 기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충돌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검증받기 때문이죠. 화창한 날만 있으면 생태계가 존재할 수 없듯, 충돌이 없으면 창조적 조직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충돌이 건전한 것이라는 사실, 즉 충돌은 균형으로 가는 과정이며, 장기적으로 모든 직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다. - P199
브래드 버드 감독이 쓰고, 명배우 피터 오툴Peter O‘Toole이 성우로 참여해 낭독한 안톤 이고의 연설에 나도 전율했다. 이 연설은 오늘날까지도 내가 고민할 때마다 머릿속에 맴돈다. "음식평론가 일은 여러모로 쉽습니다. 우리는 별다른 위험 부담 없이,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으려는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즐기는 유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을수록 인기를 끕니다. 부정적인 평론은 쓰기도, 읽기도 재밌습니다. 하지만 우리 평론가들이 직면해야 하는 냉혹한 진실이 있습니다. 극히 평범한 쓰레기 음식일지라도 음식 평론가의 글보다는 더 의미 있다는 진실입니다. 평론가가 진정으로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옹호하는 순간입니다. 세상은 종종 새로운 재능, 새로운 창조물에 불친절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지지해줄 친구가 필요합니다." - P206
사람들은 효과가 검증된 것, 예컨대 과거에 통한 스토리, 방법, 전략에 안주하고 싶어 한다. 새로 고안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판명되면,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한다. 조직은 이런 식으로 학습한다. 조직은 성공을 거둬 성장할수록 기존 접근법에 집착하고, 점점 더 변화를 거부하게 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변화의 불가피성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자신에게 익숙한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자 저항한다. 불행히도 인간은 아직 유효하고 지킬 가치가 있는 것과 유효하지 않고 버려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데 서툴다. - P210
경영자는 유효성이 입증된 방식을 고수할 때와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방식을 시도할 때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변화를 반기든 거부하든 상관없이 변화는 일어난다는 사실뿐이다. 많은 사람이 예측할 수 없고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 무작위성은 피할 수 없는 게 분명하지만, 이는 인생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 점을 인식하고 인정하면 뜻하지 않은 상황이 닥쳐도 건설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짓눌려 확실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확실한 것,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안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나는 다르게 접근한다. 나는 무작위성을 두려워하는 대신 인생에서 무작위성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무작위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창의성의 산실이다. - P211
그렇다고 내가 모든 변화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여전히 유효한 것들을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변화는 프로젝트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변화를 극구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업을 지키기 위해 변화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관료주의적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대부분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조직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관료주의적이라기는 규범들은 원래 실제 문제, 오용, 모순, 복잡한 환경에 대처하고자 정한 것이다. 각각의 규범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원래는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는데도, 이런 규범들이 모여 부조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의도로 만든 규범일지라도 기업에 해가 될 수 있다. 규범에 짓눌린 기업은 창의력의 원천이 메마르기 쉽다. - P219
무작위성은 오래전부터 역사와 문학에 등장해온 소재다. 많은 수학자, 과학자, 통계학자가 무작위성을 연구했다. 무작위성은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 깊숙이 배태돼 있는 속성이다. 사람들은 이런 점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무작위성의 존재를 인정한다. ‘행운, 운수 좋은 날, 운수 나쁜 날, 기막힌 우연,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냈다‘, ‘잘못된 타이밍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갑자기 튀어나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내일 버스에 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무작위성을 암시하는 언어 표현들을 사용하지만, 무작위성을 이성적으로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의 두뇌는 무작위성과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진화했다. 인간의 두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환경에서 받아들인 정보들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도록 진화했다. - P220
인간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려고 하면서, 경험에 근거를 둔 사고 패턴을 형성한다. 이때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일에 지나치게 큰 가중치를 두고, 경험하지 않은 일은 무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없다. 그러다가 나쁜 일이 닥치면 누군가가 자신을 해코지하고 있거나 음모가 숨어 있을 거라고 - P221
생각한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이 똑똑하고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국 이런 착각 때문에 본인을 기만한다. 이런 자기기만은 경영자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 경영자들은 자신이 현명한 결정을 내린 덕분이라고 자부한다. 이런 경영자들은 자신이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비법을 터득했다고 믿게 된다. 사실은 무작위성과 행운이 기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는데도 말이다. - P222
모든 일을 단순하게 설명하려고 시도하다 보면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게 된다. - P223
가끔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 큰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작은 사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건으로 인식한다. 기업에서는 이런 큰 사건을 문제로 인식한다. 사람들은 갖가지 문제를 ‘통상적 문제‘와 ‘비상사태‘ 두 부류로 분류하고, 두 부류의 문제에 다른 태도와 다른 사고방식으로 접근한다. 사람들은 큰 문제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팔려 작은 문제들을 무시한다. 작은 문제 중 일부는 장기적으로 볼 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하고 큰 문제의 싹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큰 문제와 작은 문제에 동등한 가치와 동등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문제와 작은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공포에 질리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 P227
하지만 내가 볼 때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경영자들이 자신 보지 못한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 이들은 문제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파악하고 그 속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영자는 (p. 239) 기업을 망친다. 이것이 내 경영철학의 핵심이다. - P238
기업과 직원들의 운명이 상호연결되고 상호의존적이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상호의존성은 아무리 열심히 분석해도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기업과 직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자신은 보지 못하는 사건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영자는 파멸을 초래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건이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사고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여기서 주장하려는 바를 리더의 겸손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독자도 있겠지만, 리더가 진정으로 겸손해지려면 먼저 자신의 삶과 기업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이해해야 한다. - P248
미래 예측과 과거 회상은 비슷한 점이 있다. 사람들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입수할 수 있는 최선의 정보를 분석한 뒤 행동 방향을 선택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는 자신의 패턴 형성 취향에 따라 과거의 일을 무의미한 일, 유의미한 일로 분류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만 선별적으로 기억한다. 이런 분류와 선택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 즉 자신의 과거에 대한 모형을 구축하려고 애쓴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이용해 자신의 제한된 기억이 맞는지 검증한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과거는 현실 그대로가 아닌, 제한된 기억으로 재구성한 모형일 뿐이다. - P249
인간의 두뇌는 실로 어려운 일을 수행한다. 인간은 안구의 뒷면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인 망막 중 상의 초점이 맺히는 부분인 중심와를 통해 눈앞에 펼쳐진 지극히 방대한 시각 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받아들인다. 쉽게 말해 인간은 눈앞에 보이는 정보를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부족한 세부 정보를 즉시 보충해 넣는다. 이것이 인간 두뇌의 심성모형mental model(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마음의 표상. 사람들은 경험이나 훈련을 통해 심성모형을 형성한다-옮긴이)이다. - P251
사람들은 자신이 현실을 온전히 인식하고 있다고 굳게 믿지만, 사실은 현실의 일부분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기 두뇌가 처리한 ‘결과‘는 인식하지만, 두뇌의 정보 처리 과정‘은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보통 의식을 두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인식 이론을 연구한 알바 노에Alva Noe UC버클리 철학 교수는 의식을 인간이 주변 세계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거나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의식이란 문맥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알바 노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사는 환경 속 - P252
에서 구현된 삶을 살아간다. 인간은 외부의 영향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발휘한 영향력에 영향을 받도록 태어난 존재다. 인간은 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알바 노에 교수는 돈을 예로 들었다. 돈은 상호연결된 방대한 경제사회 시스템 안에서만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비록 사람들은 화폐 표면에 찍힌 숫자에 신경을 쓰지만, 사람들의 돈에 대한 관념은 훨씬 복잡한 심성모형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심성모형은 인생관, 자기이익,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지위, 타인과 자신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한다. - P253
누구나 나름의 독특한 심성모형을 가지고 있기에,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은 제각기 다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관점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가 아는 관점이라고는 자기 자신의 관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을 오해하는 일을 겪으면서 자기 현실 인식의 한계를 저절로 자각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절로 자각할 수는 없다. 타인의 인식이나 경험은 자신의 인식이나 경험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부하고 거듭 복습해야만 한다. 창조적 기업 환경에서 이런 차이들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이 같은 차이는 창조적 업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된다. - P253
다시 말하지만, 인간의 심성모형은 현실이 아니다. 인간두뇌의 심성모형은 기상학자가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형같은 것, 즉 도구다. 기상학자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는 화창한 날이 많듯, 도구는 현실이 아니다. 도구와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 P256
픽사의 이점 중 하나는, 픽사가 처음부터 기술, 예술,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경영진의 지휘 아래 성장했다는 점이다. 픽사에서 나는 기술 부문을, 존 래스터는 창작 부문을,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 부문을 총괄했다. 픽사는 세 경영자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픽사의 비즈니스 모델, 영화 제작 방식. 기술은 계속 변했지만 예술, 기술, 비즈니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덕분에 어느 한 부문도 엇나가지 않고 세발 의자의 다리처럼 픽사를 지탱했다. 픽사에서 예술, 기술, 비즈니스는 서로 혁신시키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 P280
인식 편향을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대상을 파악할 때 이를 무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의자가 아닌 것‘을 보는 법을 배우면 인식 능력이 높아진다. 의자가 아닌 것을 볼 수 있으면 의자를 실체에 더 가깝게 인식할 수 있듯, 문제에서 주변 환경으로 초점을 이동할 수 있다면 더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특정 장면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그 장면만 수정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다른 장면도 수정해야 한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 이외의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 P293
창조Invention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결과로 도출되는 능동적 과정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새로운 것을 세상에 존재하게 해야 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를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출현하고 번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는 것뿐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진정한 확신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항상 알고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방법을 임직원이 함께 협력해 강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 P306
앤드루 스탠튼은 설명한다. "항해하면서 궂은 날씨와 파도를 피하는 것이 목표인 선장은 애초에 배에 타지 말았어야 합니다. 항해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직면해야 하는 일입니다. 항해하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습니다. 어떤 날씨라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항해의 목표는 결국 맞은편 육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통제할 순 없습니다. 항해란 이런 일입니다. 편하고 간단하게 가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배를 타면 안 됩니다." - P312
예컨대, 나는 사람들이 기업을 기차에 비유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늘 궁금했다. 기차는 선로를 따라 산을 넘고 평야를 가로지르고 짙은 안개와 어두운 밤을 뚫고 달려간다. 기업의 상황이 나빠질 때 사람들은 기업이 ‘탈선했다‘, ‘기차가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라고 말한다. 픽사 제작팀을 정교한 기관차에 비유하며, 이 기차를 운전해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이 기차를 운전할 능력이 있는 기관사라고 믿고, 기관사가 기업의 미래를 창조할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관사는 기차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다. 기업의 미래를 창조하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은 기관사가 아니라, 선로를 놓는 사람이다. - P320
‘현재를 충실히 살라‘는 동양 철학의 가르침을 들어본 미국인이 많을 것이다. 현재 마주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해법을 찾으면, 과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낼 수 있다. 그러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 즉, ‘모든 것은 변화한다‘라는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막을 수 없다. 막으려고 시도하다간 험한 꼴을 당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계속 변화를 막아보려고 한다. 더 나쁜 것은 변화에 저항하다가 초심자의 마음(새로운 것에 열린 마음가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P322
픽사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세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픽사에서 잡스의 역할은 계속 진화했다. 초기에는 픽사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후원자였고, 나중에는 픽사의 보호자(픽사 내에서는 건설적인 비평가, 밖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옹호자)가 됐다. 우리는 함께 힘든 시기를 보냈고, 이 과정에서 보기 드문 유대감을 형성했다. 나는 언제나 픽사를 잡스에게 사랑받는 양자라고 생각했다. 픽사는 잡스가 개입하기 전부터 존재했지만, 그가 오랜 세월 정성 들여 키운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인생 막바지 10년간 그가 픽사를 바꾸고 픽사가 그를 바꾸는 과정을 지켜봤다.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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