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코스타의 '언어의 뇌과학(El Cerebro Bilingue)'을 읽으며 떠올린 잡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중언어자가 '어떤 언어'를 구사하는 가도 중요해 보였다. 


현재의 한국만 따져보자. 지금 한국은 이중언어 구사자에 유리한 환경이 되가는 것 같다. 이유는 여러가지 일 것이다. 이민자 및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세계화로 인한 기업들의 해외 진출, 국제결혼의 증가 등. 수능에서도 영어와 제2외국어 시험을 실시하고 서점가에 외국어 코너를 가보면 다양한 외국어 학습 서적들이 즐비하다. 영어야 말할 것도 없고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교육 기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언어 사이에도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절대다수 한국인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제외한 외국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를 꼽으라 하면 영어일 것이다. 

영어는 아무래도 다른 언어에 비해 위상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영어보다 사용자 수가 많은 언어가 있긴 하나, 해당 언어가 국제 공용어인가? 라고 다시 물어보면 저절로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지식 생산과 관련해 영어는 압도적이다. 어떤 분야든 새로운 지식과 그 지식을 담아 전달하는 매체는 영어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이 속한 범주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책의 범주는 뇌과학 일반, 언어학/언어사, 뇌과학/인지심리학이다. 해당 범주로 들어가 번역서의 목록을 쭉 훑어보면 영어권에서 번역된 번역서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책은 국내에 번역된 영어권의 무수한 뇌과학 저작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스페인어' 저작이다. 

텍스트가 영어로 생산되고 이어서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그 반대는? 


한국에서 영어의 위치는 여러 경험적 근거로 확인 가능하다. 앞서 서점가의 외국어 코너를 떠올려보자. 영어는 외국어 코너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알라딘은 영어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먼저 국내 도서에서 '외국어' 분야를 보면 외국어의 하위범주 절반 가량이 영어로 채워져 있다. 토익/토플/텝스/영어회화/영어독해/영어학습법 등등. 나머지 언어들(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이 범주 하나만 할당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어의 독보적인 위상을 체감할 수 있다. 이제 국내 도서 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외국 도서 탭으로 넘어가보자. 여기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영미도서가 압도적이다. 


교육과정도 마찬가지. 초등, 중등교육과정에서 한국 학생들은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배우고, 대학에 가서 학교나 학원, 인강을 통해 영어 수업을 듣는다. 졸업 후에도 취업을 위해 영어 학원을 다니며 공인 영어시험을 준비한다. 대표적으로 수능은 한국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입지를 아주 잘 드러낸다.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는 국어, 수학과 대등한 과목인 반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은 모조리 제2외국어라는 범주에 속해 있다. 


이외에도 영어가 침투한 사례들을 다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과거 '영어 공용어화론'이 제기되었으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금 누군가가 영어 공용어화론을 제기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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