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랑죄로 즉결심판소로 보내지기 위해 275명의 부랑자가 유치장에 빽빽이 입감되었는데, 대부분 ‘섬‘에서의 6개월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적어도 징역형은 확실했다. 다만 경험 많은 접수계 경찰은 중요한 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아서 형량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부랑자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이들의 표는 푼돈을 받고 팔리기 마련이다. - P124

선의를 왜곡할 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수년간 꾸준히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사견을 미리 밝히자면, 중국인을 진정한 기독교도로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은 지금 세대에선 실패했다고 말하겠다. 굳이 말하자면, 다음 세대에는 지금보다도 더 희망이 없다. 오랜 기간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숭배로 인해 중국인은 신념의 온화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자질이 없을 뿐 아니라 종교적 가르침의 목적과 이타적 정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중국인 주변에는 그들 자신의 격정 외에 강렬한 것이라고는 없다. 단언컨대, 중국인이 좌우간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은 모종의 동기(정치인이라면 은폐된 동기라고 칭할), 요컨대 단기적인 이득을 기대하고 미국인의 옷을 입었을 때, 그러니까 세탁업이라든가 기독교인 아내라든가 하는 것들이 당장은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변발보다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가 중국인을 너무 악랄하게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 중국인을 위해서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 P151

나라면 중국인을 추방하기보다는 그들의 아내를 포함해 문호를 더욱 넓게 개방하겠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이 아내와 함께 이민을 와서 체류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도 최소한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고, 우리 주변에서 정처 없는 이방인처럼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도시에서 바라보는 실질적인 중국인 문제의 해법이다. 중국인의 아편과 그들의 비열한 욕망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 어차피 타락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타락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P164

나는 1번가 공동주택을 떠올릴 때마다 몸서리친다. 한밤중이었다. 길가 식당에서 갑자기 솟구친 불길이 탈출로를 막아버렸다. 사람들이 창문에서 몸을 던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 소방관에 의해 실려 나왔다. 숨이 끊어진 것으로 보이는, 옷을 입다 만 차림의 13명이 석탄 사무소 옆 바닥에 누워 있었고, 그 사이로 구급차 요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바삐 움직였다. 앳된 소녀 하나가 갓난아기를 안고서 황망하고 휑한 시선으로 시체와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겁에 질린 낮은 목소리로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의사 한 명이 소녀를 한쪽으로 데려가 갓난아기의 뺨을 어루만졌다. 차가웠다. 아기는 이미 엄마와 아빠처럼 질식사한 뒤였다. 그러나 소녀 그러니까 아기의 언니는 알지 못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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