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의 이론과 실제 서평학 총서
김기태 지음 / 이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본서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학문으로서의 서평학'을 추구하는 이론서이자 일부 서평을 수록한 서평집' 둘 다의 성격을 지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 앞표지 날개에 나오는 저자 약력과 본서에 수록된 서평 원전을 고려하자면 저자를 서평가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위 논문이나 주요 저서들의 제목만 훑어보면 누구나 저자가 실질적으로 '출판물 관련 저작권' 전문가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책은 크게 '1부 읽고 또 읽다_서평의 이론적 배경'과 '2부 읽고 쓰다_서평의 실제'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구체적으로 제1장 출판론, 제2장 독서론, 제3장 서평론으로 구성되고 제2부는 제4장 서평과 출판평론의 유형별 실제, 제5장 전문가 서평과 출판평론의 실제, 제6장 정형화된 서평의 실제로 구성되어 있다. 『서평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에 걸맞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앞표지 제목 오른쪽 위에 다소곳이 박힌 '서평학 총서'라는 총서 이름과, 『서평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 여기에 목차까지 보면, 독자는 이 책이 '학문으로서의 서평' 및 '서평 지침서'이자 참고할만한 좋은 서평을 수록한 '서평집'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실상은 거리가 있다. 


1, 2장의 글은 저자가 쓴 논문을 고쳐서 수록한 것이기에 3장 서평론과의 연계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부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서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출판 · 독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장 출판론에서는 책의 '개념' 및 전자책을 비롯한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책의 '재개념화'가 주 내용이고 2장 독서론 역시 독서의 '개념' 및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독서의 '재개념화', 나아가 독서력 증진 방안, 독서력 측정 도구의 개발과 활용 등이 주 내용이다.


3장에 가서야 마침내 서평에 관한 본격적인 개념이 제시된다. 저자는 서평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서평을 정의 내린다.

"서평이란 서평자의 전문지식 및 학문 수준과 경향을 바탕으로 특정 도서에 대한 가치 평가와 비평을 도모할 목적으로 서술, 비판, 해설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한편, 바람직한 독서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문화성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글쓰기로서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 P. 117

이후 서평의 3가지 갈래가 제시된다. 저자는 3가지 서평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서술적 서평으로, 크게 특정 도서를 요약하며 저자의 메시지 전달 위주의 서평이다. 여기서 서평자의 의견은 부연설명에 가깝다. 두 번째는 비판적 서평으로, '비평'에 가까운 서평이자 비판적 책읽기의 결과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해설적 서평으로, 책 내용을 차분히 정리하고 설명하여 편안한 독서로 안내하는 서평이다. 


이어서는 서평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서평의 왕도이지만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비평과 평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서평은 비평보다는 평가에 중점을 둬야하며, 비평의 한 갈래이자 출판에 관한 모든 현상을 망라하는 출판평론과 달리 독서를 전제로 한 책 내용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독후감이 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는 거시다. 독후감은 개인의 느낌을 주관적으로 적은 것인 반면, 서평은 책의 다양한 가치를 담고 가치 판단의 근거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책이라는 매체를 좋아해야 하며, 네 번째로는 줄거리로서 책 내용을 너무 많이 담지 말아야 하고, 마지막 다섯 번째로는 구체적으로 적절히 묘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은 부연 설명하자면 예컨대 "이 책의 저자는 매력적이다"에 그치지 말고,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저작권 전문가'의 글 답게 서평에서의 저작권이 언급되긴 하나 서평보다는 연구행위로서 표절 문제를 짚어보는 데 더 가깝다. 3장 마지막으로는 서평을 왜 학문으로서 승화시켜야 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가 제시된다. 


'제2부 읽고 쓰다_서평의 실제'는 저자의 글을 수록한 제4장 서평과 출판평론의 유형별 실제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을 수록한 제5장 전문가 서평과 출판평론의 실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6장 정형화된 서평의 실제로 구성된다. 


4장과 5장은 비록 출판평론과 서평이 뒤섞여 있긴 하지만 어쨌든 서평을 일부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어쨌든 서평집 역할을 맡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다. 6장에서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이 개발한 서평 양식 W.W.H./1.3.1 A4 서평쓰기라는 템플릿이 제시된다. 막연히 서평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해당 템플릿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냉정한 평가를 내리자면 유용한 정보는 많이 담고 있으나, 『서평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에 알맞은 이름값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1부에서 이 점이 두드러진다. 1장 출판론과 2장 독서론이 3장 서평론과 연계성을 살리지 못한다. 3장에서는 서평에 대한 학술적 개념을 내리고 서평의 방법론을 일부 제시하나, 그 후 이어지는 저작권 관련 내용은 서평과의 관련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3장에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었다. 미리 이 책을 구비해두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되었다. 2023년 지금 시점에서는 다른 서평 지침서나 서평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용적인 서평 지침서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실용서보다는 이론서를 지향하는 이 책에 굳이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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