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땅콩문고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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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법: 독서의 완성』이라는 제목과 뒷표지에서 부터 이 책은 서평이야말로 독서의 심화이자 독서의 완성임을 강조한다. 목차에 앞서 머리말이 나오는데, "'헬조선'의 중심에서 서평을 쓰다"라는 제목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2010년대 후반 이후로 사실상 사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는 머리말에서 "열 명이 서평을 쓰면, 열 편의 서평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서평의 본질은 동일하지요. 서평의 작성법 이전에 서평의 정체성에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라며 책의 의도를 설명한다. 


목차를 간단히 살펴보면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에서 서평의 본질과 목적을, 2부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서평의 전제, 서평을 이루는 요소, 서평을 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부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보자. 목차를 따라가보면 우선 서평과 독후감을 비교하고, 이어서 책과 서평의 관계가 제시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독서, 좋은 서평은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가져온다. 다음은 서평을 쓰는 이유다. 서평 쓰기는 독자가 내면을 성찰하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삶을 통한 해석이자 실천이기도 하다. 서평은 좋은 책을 읽고 획득한 자아와 타자에 대한 깨달음을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시킨다. 매개로서 서평은 책과 잠정적 독자를 연결하거나 단절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서평은 입장이 분명한 서평이다. 서평은 개인적 판단의 공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서평가 개인의 기호가 중요하다. 여기서 저자는 가벼운 서평과 무거운 서평을 나눈다. 전자는 특정한 책의 독서를 제안하나, 후자는 특정한 책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 책의 분량 3분의 2를 차지하는 2부를 요약해보자. 첫째는 어떻게 읽을까의 문제다. 저자는 무엇을 읽든 상관없으나 독서의 목적과 태도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언한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비판이 필요하다. 또한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서평의 핵심 중 하나는 요약이다. 좋은 요약은 공정한 평가의 전제이며 서평의 토대이다. 각 장을 읽은 후 핵심을 요약해야하며, 비평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요약만으로는 서평이 되지 못한다. 서평의 본질은 평가이며 독자의 해석이 포함되어야 한다.


서평의 또 다른 핵심인 평가로 넘어가자. 평가는 곧 비교이며, 가치를 매기는 행위다. 이를 위해 기준이 필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평가는 맥락화로 표현된다. 책 내부의 정합성과 책 외부의 맥락화 모두 중요하지만 저자는 외부의 맥락화에 더 무게를 둔다. 저자는 좋은 서평은 바른 맥락에서 책을 자리매김하는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준과 안목이다. 책을 평가하는 기준과 관점을 갖추려면 여러 분야의 독서가 선행되어야 하고, 서평 대상이 어떤 자리에 위치하는지 깊이 이해해야 한다. 즉 제너럴리스트이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지점은 서평 대상의 현재 맥락을 파악하는 공시적 맥락화와,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통시적 맥락화이다. 서평자는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찾을 필요가 있으며 자신의 전문 분야나 선이해가 된 분야에서 서평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좋은 서평집은 서평가의 문제의식을 내포하며, 맥락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지적 교양은 맥락을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훌륭한 서평가는 교양인이며 핵심 교양을 지향한다. 여기서 자신의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핵석학의 기준, 입장이 필요하다.


이제 책의 평가 요소로 들어가보자. 저자에 따르면 책의 모든 것이 평가 대상이다. 제목의 의미와 함의를 적절히 언급해야 하고, 목차를 분석하여 책의 구조를 파악해야하고, 문체를 이해하여 저자의 개성을 읽어내야 하며, 책이 다루는 지식이 해당 영역을 충분히, 정확히 다루었는가이다. 저자는 서평에서 따져야할 점은 예의가 아니라 바른 정보라고 말한다. 논리 전개 과정 역시도 전제, 기본 자료가 옳은지 따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서평의 방법이다. 일단 생각을 해야하고, 기본은 책을 정독하는 것이며 메모는 필수이다. 발췌 및 사유를 기록하여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바로 글을 쓴다. 쓰면서 생각한다. 이때 책 읽기로 생각한 내용을 언어화해야 한다. 첫 문장을 꼭 잘 쓰려 할 필요는 없으며,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아야 한다. 단어는 독자가 알기 쉬운 단어를 골라야 한다. 멋진 인용의 강박을 피해야 한다. 마무리는 좋은 서평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굳이 미문이나 교훈으로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비록 국내의 서평 인프라가 빈약하긴 하나, 서평을 쓰는 독자 대중이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 현상이라 진단한다. 아울러 서평쓰기는 정치적 행위로써, 시민의 일원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의무임을 강조한다. 서평이 쌓이는 만큼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쓰다 보니 요약에 치중한 글이 되어버렸다. 아직 요약 실력이 미숙하기 때문이리라. 이 부분은 많이 쓰면서 차츰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은 서평의 의의와 서평 쓰는 법을 제시하며, 분량을 따져보면 참고문헌을 제외하고 170페이지가 채 안되는, 책자에 가까운 책이다. 책의 크기도 작은 편이며 글자 폰트도 크고 목차 구분이 잘되어 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서평의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평의 정치적 성격을 강조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련 서평 지침서(혹은 작법서)라고 할만한 책들을 연달아 읽었는데, 서평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책이었다. 에필로그에서 서평쓰기를 시민의 일원으로서 수행해야할 의무이자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나, 오래전 교체된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혹은 당시 시점의 사회 전체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서평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저자의 서평관에 동의할지, 이의를 제기할지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인 『서평 쓰는 법』이 과연 책 본문에 잘 설명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제기될 수 있다. 이 책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읽은 다른 서평 관련서들과 비교하자면, 제목인 '서평 쓰는 법'에 비해 그리 친절한 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즉 '제목값'을 제대로 한다고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다른 서평 관련서들은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거나 서평을 쓰는 구체적인, 혹은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그에 비해 이 책에서 알려주는 서평 쓰는 법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다. 실제 서평의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서평 쓰는 법보다는 서평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 서평 자체의 의미, 서평 쓰는 행위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더 치중한다. 이런 점에서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서평을 잘 쓰려고 이 책을 집어드는 독자에게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이 과연 유용하게 다가올지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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