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고 싶은 문제나 전하고 싶은 가치관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확실히 쓰는 것, 불특정 다수의 존재를 주어로 삼아 마치 그 주장이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처럼 속이지 않고 정확히 한 개인의 주장으로 글을 쓰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글쓰기 방식이지만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글에 책임과 각오가 생겨 점점 더 좋은 글을 쓰게 됩니다. - P101

가치를 전달하려면 자극이 필요합니다. 아무 맛도 없는 수프는 누구도 먹지 않습니다. 독자가 ‘어?‘ 하고 생각하게 하는 의외성 또는 ‘어, 정말 그럴까?‘ 반문하게 하는 장치 또는 ‘그건 생각도 못했는데‘ 하고 놀라게 하는 정보의 수준 등 글에 대한 궁리 없이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독자들이 글쓴이인 ‘나‘를 투명하게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지식, 경험, 착안점 등 어딘가에 ‘나‘만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의식해 봅시다. 누구나 아는것, 누구나 경험해 본 것을 누구나 느낄 법하게 쓴다면 자극은 불가능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글을 쓰는 의미가 없습니다. - P113

‘누가 쓴 글인가?‘ 하는 질문은 단순히 글쓴이의 이름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글쓴이 정보에는 글쓴이의 성질이나 주의, 주장까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17

중요한 점은 모른다는 태도를 글쓰기의 결론으로 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했는데 모르는지 또는 어떠한 요소 때문에 모르는지를 분명히 글에 새기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인간의 관점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글이 되어 떠오를 때, 읽는 사람은 거기로부터 자신의 생각이 어떤 경로로 이어질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인간은 정보를 입력해서 금방 결론에 이를만큼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헤매고 고민하는 과정을 추체험할 수 있는 글에는 상당히 이점이 있습니다. 읽고 나서 필자의 논의보다 진전된 결론을 도출해 내거나, 다른 관점을 확보하는 거점으로서 글을 소화하는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 뛰어난 비평이라 할 수있습니다. - P125

대명사로서 작동하는 ‘-하는 것‘은 언제든지 일반 명사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는 것‘에 감추어진 구체적인 말이있다면 그것을 분명히 밝힙시다. 그러면 어휘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 P133

우선 첫 번째 이유로 ‘어떻게 재미가 없었는지, 무엇이 재미없었는지, 왜 재미없었는지‘라는 여러 의문에 기껏 ‘재미없다‘라고 밖에 답하지 못한다면 옹색한 일입니다. 비평에는 글 쓰는 대상과 독자 그리고 글 쓰는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목적이 있기에 ‘재미없다‘를 상세히 밝히지 않으면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의 미래를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틀에 박힌 표현은 글쓴이가 대상 관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잘 관찰하고 잘 분석하고 잘 생각하면 어떤 대상이라도 ‘재미없다‘는 한마디로 정리될 리 없습니다. 대상을 특별히 변호하려 하지 않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재미없는 특징 몇 가지는 있습니다. 틀에 박힌 말로 때우는 것은 그러한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글쓴이는 게으른 겁니다. 타성에 젖은 글은 독자에게도 대상에도 불행입니다. - P139

제목에는 내용을 단적으로 정리하는 기능이 있고 이는 정말 필요한 것입니다. 한편 제목에는 독자를 매료시키고 고무할 역할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목은 내용의 일부이자 첫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글이기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목으로는 독자를 여운에 잠기게 하는 말이 좋습니다. 그런 제목을 접하면 느긋이 취한 느낌이 들고,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황홀에 빠져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 P168

그러나 글을 쓰는 도중에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바로바로 고쳐 쓴다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문장은 구조로서는 언어의 집합체이지만, 단지 언어가 모였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글의 윤곽이나 짜임새는 글을 통째로 볼 때만 보입니다. 작은 디테일이나 짧은 말 한마디에 위화감이나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계속 써 나가야 합니다. 그 시점에서 하나하나 수정한다면 글 전체의 전경을 보기 어렵고, 글쓴이가 헤매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글발이 느려지고 둔해집니다. - P201

그렇다면 대상화되지 않은 장르, 더 정확히 말하면 비평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요? 이름 높은 비평가도 존재하지 않고, 비평의 장도 없는대상, 확정된 평가 기준도 갖지 못한 세계가 있다면, 그리고 그 세계가 갖는 가치를 널리 알릴 언어가 절실한 곳이라면 글을 쓰는 동기, 즉 생각하는 용기가 끓어오르는 듯합니다.
물론,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평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세계란, 앞선 비평을 참조할 수도 없습니다. 어떠한 가치관이 어떠한 변천을 밟아 왔는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발로 뛰고, 자신의 눈을 믿고, 자신의 귀에 기대고, 머리를 움직이고, 온몸으로 그 세계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작업이 되겠지만, 그로부터 생겨난 언어는 여러분 자신이 만들어 낸 가치가됩니다. 언젠가 그런 글을 저도 써 보고 싶습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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