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비평적으로 생각하는 법부터 글 쓰는 법까지 다루겠지만, 그 전에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쓰기 위한 용기를 어떻게 확보할까‘라는 문제입니다. 지금 시대는 예전과 달리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간단히 표현할 수 있고, 동시에 그에 대한 반응도 즉각 마주하게 됩니다. - P13

젊은 세대가 ‘글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고 느낀다면, 나이 든 사람들의 임무는 그들 앞에 길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용기를 내어 주장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쓰고, 어떤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열쇠로서 앞서 말한 "상호간의 가치 차이를 명료히 하고, 서로가 새로운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비평의 속성이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평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도구이고, 비평 쓰기는 상대에게 가치를 전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앞으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발언할 수 있도록, 세상의 시류에 기죽지 않고 새로운 가치관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항대립이나 수치화된 가치 기준에 함몰되지 않고, 저마다 다른 관점이나 사고를 활용해 가치를 전달하는 사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 P15

비평이란 무엇일까? 왜 지금, 비평이 중요할까?
비평의 의미를 생각하고, ‘쓴다‘는 행위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정리해 보자. 대상이 갖는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북돋는 글이란 어떤 글인지 살피는 것이 1장의 목적이다. - P21

가치는 누군가에게 전달하여 객관성이 갖춰질 때 싹트는 것이며, 진정한 가치를 싹 틔우고자 하는 의지가 ‘가치를 전달하는 글‘을 쓰게 하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P25

어쩌면 최근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의 존재를 대면하기보다, 시비를 확실히 가리는 말이나 가치를 수치로 바꾼 문체를 더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문제를 단순화시킨 글은 읽기 쉽고, 정보를 좀 더 빨리 전달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의 구조를 단순화시킨 글이 기세를 떨치면서 다양한 가치를 간과하거나 잃어버린다면 애석한 일입니다. - P27

요약하자면 이 책은 그러한 가치를 번거롭게 여기지 않고, 정성껏 발견하고 사고하고 언어를 잘 조합하여 표현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바로 넓은 의미의 ‘비평‘이자 비평의 원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27

사전에서는 ‘비평‘을 "모든 물건과 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딱딱해 보이는 말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비평도 대상의 가치를 바르게 판단하여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의미상으로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 P29

어쨌든 비평이 존재하면 그 시대의 생각을 기록하는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크고 강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착실히 비평을 쌓다 보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서 적실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각의 수단이 될 것입니다. 비평에는 이렇듯 조용히 시대를 부감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 P36

인터넷에서 한쪽 면만 부각시킨 강한 어조의 글을 쓰면 동조자를 모으기 쉽습니다. ‘나와 같은 의견인 사람이 여기있다!‘ 하며 기뻐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의견을 같이하는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좁은 의견을 가진 폐쇄된 무리에 안주하지 않도록 자신과 다른 감정 그리고 다른 관점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P46

결론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글은 읽는 즐거움이 적고, 무언가를 아는 기쁨이나 생각하는 즐거움도 적지 않을까, ‘알기 쉬운 글’과 ‘가치를 전달하는 글’이 언제 어디서나 등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문장력을 갈고 다듬는 데 꽤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P71

하지만 저의 독서 경험에 의하면 구조를 따라가더라도 글 중간에 독자가 주의를 기울일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틀에 박힌 구조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반짝거리는 한 대목을 숨겨 놓고 무심하게 읽고 있던 독자의 가슴 한구석을 팍 찌릅니다. 그 대목은 정경묘사여도 좋고,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당돌한대사여도 좋습니다. - P73

뛰어난 글이란 읽는 사람에게 변화를 촉구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이 목표로 삼는 ‘가치를 전달하는 글‘이란 단지 가치를 전달할 뿐 아니라, 읽는 이가 원래 갖고 있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효과도 노리고 있습니다. - P75

천 명의 독자가 있으면 그 천 명이 각자의 독서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쓰면 많은 독자가 납득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서술이나 논리를 펼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다수의 독자‘를 상정하는 것은 쓰는 사람 스스로 다채로운 글쓰기를 포기해 버릴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손해보는 것은 글 쓰는 사람 당사자입니다. - P79

정보를 취합하는 작업은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리한 정보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새겨 넣는 것입니다.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