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러는 언제든 다음 사항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포멀한 형식의 서평이라면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원제, 혹은 번역 제목, 저자, 번역자, 편집자, 최초 출간 일시, 개정이나 수정 등의 상황,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에서 출간되었는지 등등을 본문에서 밝히거나 본문에 각주를 달아주도록 한다. 정보가 너무 많고 디테일하다면 각주를 추천한다. 물론 서평에서 책 제목이 등장할 때마다, 혹은 책 언급이 있을 때마다 각주를 달아주는 것은 오버센스다. - P140

서평에서 대화를 나누는 주체는 감상자의 심장, 감상자의 두뇌, 그리고 대상 텍스트이다. 이 삼자의 대화를 받아 적으면 된다. - P146

서평에는 책의 줄거리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줄거리라고 해도 요약해서 넣어줘야 한다. 서평을 독후감으로 만들지 말라는 말을 ‘줄거리를 무시하라‘는 말로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차이는 있다. 독후감에서 줄거리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거의 태반이 줄거리로 되어 있다. 그런데 서평에서 줄거리란 기본일 뿐, 최대 핵심도 최대 비중도 될 수 없다. 서평에서는 줄거리가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쓰지 않고 소홀히 다루어서도 안 된다. - P149

서평의 줄거리 요약에 있어서 섬세함은 그다지 대단한 덕목이 되지 못한다. 서평 줄거리 요약에서는 섬세함보다 과감함이 필요하다. 과감하려면 아무 때나 과감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부분을 탁탁 골라내서 짧은 줄거리에 포함시키는 이 식견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과감함이다. 모든 것을 다 강조하면 아무것도 강조하지 않은 것과 같다. - P152

줄거리 요약이 잘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를 판별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요약을 읽으면 대충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짐작이 잘 되면 좋은 요약이다. 둘째, 중요하지 않은 부분, 필요 없이 너무 디테일한 부분이 들어 있으면 좋은 요약이 아니다. 셋째, 책의 내용을 오해하고 있거나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좋은 요약이 아니다. - P153

정리하자면, 분석의 자잘한 요소들을 쭉 적어놓고 그중에서 3~4가지 중요한 요소들만 심층 분석하라는 말이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글에는 임팩트 있는 접근, 강약의 조절이 필요하다. 서평이나 영화평도 마찬가지다. - P160

책은 문학이냐 비문학이냐, 문학이면 어떤 문학이냐, 비문학이면 어떤 비문학이냐에 따라서 고려할 요소들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문체, 번역, 편집, 장절 구성, 도표나 삽화, 자료 및 출처, 줄거리, 주제, 세계관 등등이 조목조목 살펴보아야 할 대상들이다. - P165

그런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읽는 사람은 책을 일종의 ‘꽃‘, 그것도 ‘미지의 꽃‘이라고 보아야 한다. 책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하나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 저자는 몇 년을 애썼을 수 있다. 그 책을 만들기 위해 저자는 몇 십 년 전부터 생각을 가다듬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책은 저자, 저자가 살아왔던 한 시대, 저자가 경험하고 받아들였던 많은 지식과 생각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다. 이를테면 땅속에 심어졌던 씨앗(저자의 생각)이 주변(시대)에서 양분을 받아들여 조금씩 발아하고 천천히 가지를 뻗어 한 편의 꽃(책)을 피웠다고 보아야 한다. 방점을 찍자. 여기서 ‘꽃‘이 바로 우리가 읽고 서평을 써야 하는 바로 그 ‘책‘
인 것이다. - P165

그런데 책 안에 있는 내용들만 가지고 서평을 완성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서평을 정말 잘 쓰려면, 책장 안보다 행간, 책장의 글씨들보다 저자의 마음, 책보다 책이 놓여 있는 계보적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글에 들여오면 엄청나게 풍성한 서평을 쓸 수 있다. 대부분의 서평러는 쓸 말이 없어서 고민한다. 그런데 책에 적혀 있는 내용과 줄거리, 그 안에서 생각이 쳇바퀴처럼 돌면 당연히 쓸거리가 적어진다. 책을 만든 책의 환경, 책을 만든 저자의 내면 등 분명 책의 일부이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읽어야 진정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 P168

따라서 우리는 저자에 대한 철저한 뒷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 사람은 대체 왜 이런 책을 썼을까?", "왜 이렇게 이야기했을까?", "여기서의 중요 내용은 무엇이고, 그 내용을 피력한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꾸 궁금해해야 한다. 책이 어려우니까 사실 많은 독자들이 겨우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수용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서평러라면 그 책과 저자를 장악하려고, 적어도 시도는 해야 한다. 왜냐하면 책에 끌려만 다니면 결코 책에 대해 ‘평가‘를 할 수가 없다. 평가를 주저주저하면 서평은 흐물흐물해진다. ‘책의 이면을 간파하고 그 결과를 한 줄로써 요약하겠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저자와 책을 연관해서 읽기 바란다. 책의 의도랄까 방향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키워드가 바로 저자니까 말이다. - P169

서평 쓸 때 대상 책에 대한 새로운 수식어를 고안해보자. 내가 이 책에 대해 다른 제목이나 부제를 단다면 뭐라 명명할까. 책에서 열심히 저자가 했던 일의 의미를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얻은 생각을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조금 긴 어구로 만들면 평가에 가까워진다. - P173

글을 다 쓴 다음에 자신의 글을 최대한 낯설게 읽어보는 것이 좋다. 마치 남이 쓴 글처럼 읽으면서 키워드나 주요 주장에 밑줄을 그어보자. 그리고 그 키워드와 주요한 문장을 가지고 서평의 제목을 다시금 짜보면 효과적이다. 서평의 제목은 너무 짧아도 좋지 않다. - P181

서평은 내가 판단한 이 책의 기능이나 의의,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 이 책에서 얻어낸 최대 혹은 최저의 소득 등이 적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책 제목 역시 그러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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