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는 독서는 ‘휘발되는 독서‘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면 그것은 정신에 지문을 남기고 이윽고 내 삶의 재산이 됩니다. 물론 쓰기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날아갑니다. 그러나 읽기만 했을 때보다는 더 오래, 깊이 남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7

오늘 글을 쓰면 어제보다 아주 조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제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작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면 어제보다 조금 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내가 될 수 있고, 아주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조금 더 현명해지고, 아주 조금 더 자신을 성찰하며, 아주 미미하게 삶에 대한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 정도라면 할 만하지 않습니까?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되니까요.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아예 나가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 책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전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독서의 궁극‘에 이르는 ‘서평 쓰기‘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P9

"읽은 책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은 독서라는 행위 전반을 되짚어보게 한다.
범박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읽은 책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 P13

‘읽은 책에 대해서, 그 내용을 설명하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첫 번째 목표이다.

독서의 3단계
1. 인지-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
2. 사고-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
3. 표현-도출된 사고의 결과물을 언어화하는 과정 - P14

독서의 전 과정 중에서 서평쓰기는 독서의 3단계 즉, 생각을 정리하고 그 결과물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단계에 속한다. 3단계에 어려움 없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가 막힘없이 순조로워야 한다. 가장 마지막 단계이니만큼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독서의 단계(읽기-생각하기-표현하기)의 각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서평쓰기 전반에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할 것이다. 자, 이제부터 차분히 독서의 단계마다 해야 할 훈련들을 하나씩 학습하고 밟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P15

비평도 서평과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을 평가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서 서평과 다른 점은 비평은 이 시대와 역사에 비추어 그 책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더 폭넓게 평가해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씌어졌으며,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무엇이고, 나아가 어떤 메시지 혹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글이 비평이다. 더불어 비평이란 "대상의 일차원적 정보만을 끌어 모아 그 가치를 언어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행동을 촉구하거나, 사회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사고가 싹트도록 호소하는 목적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쓰는법』, 유유) - P21

좋은 서평이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되고, 책을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흥미로운 요소만 부각해서도 안되며, 독자가 서평을 읽고 책의 내용을 오독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런 서평은 의도를 했건, 안했건 간에 결국 독자와 책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 P25

책을 읽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독서는 인간과 세상을 넓게 보고 이해하면서 결국에는 깊은 성찰과 통찰에 이르게 하는 정신적 성장의 여정인 것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앎과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그것에서 나만의 생각을 벼리고 가다듬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독서의 궁극이다.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서평쓰기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닿을 수 있는 궁극의 지점은 서평쓰기로 가능해진다. ‘쓰기‘라는 행위는 독서 행위 전반, 인간이 지식과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실력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훈련이다. - P26

쓰기는 곧 생각하기이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글은 생각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을 만드는 훈련이다. 쓰면서 생각이 만들어지고, 쓰면서 그 생각을 발전시키고, 쓰다보면 새로운 생각이 창출된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생각의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면서 생각을 전환시키고, 그것을 가다듬으면서 사고를 더 넓고 깊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금이 순간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이 글로 표현됨을 느낀다. 쓰기는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생각의 타래들을 끄집어내어 일목요연하게 정돈하여 새로운 결과물로 생산하는 창조적 행위이다. 잊지 말자. 쓰기가 곧 생각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 P27

말과 글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방식이다. 인간은 말하고 글을 쓰면서 보이지 않고 닿지 않는 마음속의 내면과 심연을 실체로써 형상화할 수 있다. 이것을 언어화라고 한다. 형상이 없는 감정과 생각을 끄집어내어 언어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은 모든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라는 언어와 친숙해져야 하고, 이런 감각을 언어감각이라고 한다. - P37

요약하기는 책의 요점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쓰는 최고의 글쓰기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기는 읽었는데 요약하기가 잘 안 된다면 그 책을 충실하게 읽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약하기는 책의 내용을 잘 읽고 파악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요약 할 수 있어야 마침내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기를 하면 책의 전체 내용을 더 잘 파악하고 책에서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기 훈련을 하면 읽은 책에 대해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고, 책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약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핵심을 담은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해서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 그 표시한 부분을 연결해서 요약하기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평의 목적 중에 하나가 책의 내용을 독자에게 소개시키고 전달하는데 있기 때문에 요약하기는 서평쓰기의 필수적인 항목이다. - P48

서평은 크게 위의 4가지 범주의 내용으로 채워진다. 서평에는 먼저 ①책이 어떤 책인지 말해주는 전체적인 소개가 필요하고, ② 책의 내용도 설명해야하며, 또 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또 ③ 그 책에 대한 서평가의 견해와 생각이 담긴 해석이 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④ 해당 책을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서평가의 글이 담겨야 한다. 인터넷에는 그저 책의 요약정리에 머무는 서평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P66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73

서평가가 책을 읽고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서평가의 대답을 합쳐 ‘해석‘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편의 서평은 한 편의 창조물이다. 책이라는 소재에서 서평가 나름의 사유를 이끌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서평가는 이러한 해석의 작업을 함으로써 해당 책이 다시 태어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잘 담긴 서평이 훌륭한 서평의 요건에 부합한다.
눈치가 빠른 분은 알아챘겠지만, 바로 이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생각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은 대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좀 더 근본적인 사유의 행위인 것이다. - P74

니체는 "모든 해석은 창조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을 반복해서 읽고, 밑줄을 긋고, 느낌과 생각을 달고, 질문을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해석’을 잘 하기 위한 것이다. 해석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현실을 경험하고 인식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에서 어떤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삶의 방향을 잃고 허무에 빠지고 만다. 삶에 ‘의미‘가 있어야만 인간은 살 수 있다. - P78

서평쓰기는 이러한 해석력을 키우는 최고의 훈련과정이다. 책을 읽고 그것이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는지를 우리의 삶과 연결해서 그 의미를 밝혀내는 글이 서평이기 때문이다. - P79

해석이란 보이지 않는 혹은 숨겨져 있는 실체를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해석이란 커튼 뒤에 가려져있던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커튼을 걷어버리는 행위이다. 해석자가 커튼을 쳐버리면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른다는 무지의 세계에서 앎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 P82

‘해석’이란 책의 주장에 덧붙여서 자신의 주장을 하나 더 얹는 행위이다. 저자의 주장을 ‘한 번 더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책의 내용과 다르게, 서평가 나름의 언어로 추가해서 쓰는 글로, 그 의미는 통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이다. 말하자면, ‘다르게 설명하기‘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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