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환영의 생생한 힘에 자신이 소진되는 것이 느껴졌다. 끔찍한 목적! 이 순간 그의 온 인생은 자리를 떠나는 새의 움직임 때문에 흔들린 나뭇가지와 같았다………. 그리고 그 새는 기회였다. 자유 의지였다.
〈난 예지력이라는 미끼에 굴복해 버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미끼에 굴복했기 때문에 길이 하나밖에 없는 삶에 자신이 고착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예지력이 미래를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닐까? 어쩌면 예지력이 미래를 〈만든〉 건 아닐까? 그가 그 옛날의 각성 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미래의 거미줄에 자신을 노출시켜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입을 벌리고 그를 향해 다가오는 미래의 거미줄에 희생자가 되어버린 걸까?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