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가 너에게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 가장 사악한 이 별이 어쨌든 동질적인 것이라고 하거든, 다시 말해서 조화로운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모든 것이 ‘착착 들어맞는다‘고 말하거든 곧바로 정신병원에 연락해라." - P11
"잊지 마라, 세상은 모순적인 거란다 난장판이란 말이다. 유령들, 나치들, 성자들, 그 모두가 동시대에 살아 숨쉬고 있어. 어느 한 곳에는 더 없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에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지. 이렇게 엉망진창인 곳은 다시 없을 게다." - P12
"에베레스트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해요. 거기서 내려오면 말할 가치가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거든요. 마치 어떤 소리처럼 공허가 우리를 둘러싸는 거예요. 무(無)죠. 물론 그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어요. 곧 세상이 밀려오니까요. 아무튼 입을 다물게 되는 이유는 완벽한 것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완벽한 생각이나 완벽한 문장이 불가능한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때는 말한다는 것이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배반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기분은 금방 흐려져요. 계속 살아가려면 어떤 타협이나 종결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 P13
안간힘을 쓰며 저항해도 결국에는 악이 승리하고야 마는 것일까? 악은 혈관 속에 날카로운 한 조각의 얼음을 남기고, 그것이 서서히 움직여 마침내 심장을 찌르는 것일까? 더 나아가서 혹시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닐까? - P16
그리고 정말 치명적인 결점, 즉 지브릴 파리슈타의 절실한 깨달음 — 물론 원한다면 망상‘ 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 그 내용인즉슨, 자기가 실제로 인간의 모습을 한 대천사라는 것, 그것도 보통 대천사가 아니라 ‘신탁의 천사‘, 그야말로 천사 중에서도 (샤이탄이 타락한 지금으로서는) 가장 고귀한 천사라는 것이었다. - P41
얼른 훑어보았더니 그것은 이 나라의 흑인 시민들을 ‘본국 송환‘ 하라고 요구하는 인종 차별적인 글이었다. 지브릴은 그녀가 자기를 백인 천사로 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천사들도 그런 구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군.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서 그는 새삼 신기해 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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