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잠들어 있는, 혹은 반쯤 깨어난 상태에서 지브릴 파리슈타는 이 지긋지긋한 꿈 속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신에게 종종 분노를 느낀다. 내가 죽어갈 때, 내가 간절히 간절히 필요로 할 때도 나몰라라 하던 그 ‘하나‘, 알라 이슈바르(Ishvar) 하느님. 이 모든 일이 자기 때문인데도, 자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데도 신은 예나 지금이나 온데간데 없다. ‘절대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이 장면, 무아지경의 예언자와 배꼽 탈출과 빛의 탯줄이 자꾸 반복될 뿐이고 그때마다 일인 이역의 지브릴은 위에서내려다보는 동시에 밑에서올려다본다. 그리고 둘 다 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두려워 돌아버릴 지경이다. - P167
마훈드가 눈을 크게 뜬다, 어떤 환상을 보고 있다, 뚫어지게 바라본다, 아하, 그렇구나, 지브릴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나였어. 나를 보고 있어. 내 입술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움직여지고 있으니까. 무엇이, 누가? 모른다, 말할 수 없다. 어쨌든 나온다, 내 입에서, 목구멍을 지나, 이빨 사이를 뚫고 말씀이. 신의 우체부 노릇도 재미있는 건 아니라네, 친구. 그러나그러나그러나: 이 장면에도 신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누구의 우체부인지 알 게 뭐냐. - P168
비몽사몽간에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환청을 듣고 말의 유혹에 빠지는데 그건 내가 아니야. 나는 한 번도 그런 말들을 꺼낸 적이 없어. 그렇다면 누구지? 누가 그들의 귓속에 속삭이고 그들에게 산을 움직이는 능력을 주고 시계를 정지시키고 병을 진단해주는 거지? 지브릴로서는 짐작할 길이 없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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