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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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출간된, 김대식 교수가 지은 『메타버스 사피엔스』는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장을 잇는 일관된 흐름 3가지를 짚어낼 수 있다.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다루는 1장, 두 번째는 뇌가 현실을 창조한다는 2장과 3장, 세 번째는 AI에서 시작해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가상현실의 발달사를 이루는 4장에서 7장까지.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장 거대한 탈현실화의 시작은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탈세계화, 신냉전, 정체성 위기, 기후 위기와 같은 변화가 가속화되었고 그러한 변화들 중에는 현실을 도피해 가상현실로 들어가려는 메타버스의 등장을 소개한다. 


2장 꿈 그리고 시뮬레이션과 3장 뇌가 만들어 내는 현실들은 현실을 '본다'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이 보는 현실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뇌가 만든 착시이며, 인간이 뇌손상, 마약, 꿈을 통해 현실을 다르게 인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닐 보스트롬의 글을 인용하여 현실이 사실은 미래 세대의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보다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뇌는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하여 현실을 보며, 이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 현실을 왜곡해 보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2, 3장의 내용은 '현실은 뇌에서 만들어진다'로 요약될 수 있다. 


4장부터 마지막 7장까지는 AI의 등장에서 시작해, 30만년에 걸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 인터넷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무너뜨린 인터넷의 실태 및 아날로그 현실을 대체하는 디지털 현실의 가속화, 결정적 시기를 디지털 현실로 겪은 Z세대의 등장과 역사의 새로운 장을 펼칠 메타버스로 요약할 수 있다. 


4장 기계가 만들어 내는 현실들은 고유한 현실을 만들어내는 데 도달한 인공지능의 발달사를 간략히 다루고 있다. AI는 1950년대부터 등장하였으나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꾼 것이 바로 인터넷의 등장이었다. 인터넷 덕분에 AI에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고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규칙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장 30만 년 동안의 고독은, 비록 그 시작은 로지 같은 디지털 휴먼을 소개하면서 시작하긴 하나, 알맹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다. 처음에는 이주, 유목 생활을 하던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고 마침내 인터넷을 개발하기에 이른 과정을 아주 짧고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마무리된다.


6장 몸을 가진 인터넷은 인터넷이 실제 가져온 현실이 낙관적 전망과는 크게 달랐음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가짜정보가 범람하고, 사람들은 필터버블에 갖혀 나와 의견이 다르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를 만큼 이른바 '공론장'이 와해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현실이 가속화되며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가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날로그 현실에서 우리의 경험은 국지적이었으나 메타버스에서는 공간을 초월해 하나의 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7장 21세기 대항해시대에서 저자는 현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가 결정적 시기를 다름 아닌 디지털 현실에서 보낸 세대, 디지털 현실이 고향이나 다름없는 세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 아메리카를 비롯해 유럽인들이 지구 곳곳을 '발견'한 15,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21세기 메타버스의 발견을 빗댄다. 그러면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는 서술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이제 요약은 이쯤 하고, 가장 어려운 일, 이 책을 비평하는 일을 해보자. 우선은 장점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접하는데 있어서, 나아가 21세기 인류의 현재 위치를 돌이켜 보는데 있어서 아주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책의 분량이 160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책자에 더 가깝다. 


저자가 뇌과학, 인류학, 의학, 역사학, 정보과학, 동물학, 사회과학, AI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과 설명을 개진함에도, 독자들은 크게 무리 없이 저자가 개진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과 가독성이다.


보다 범위를 넓혀보자면, 지금까지의 인간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아우르는 서술을 통해 지금까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거나 확장시킬 여지를 제공해준다.  독자의 관점과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아울러, 4장은 AI의 발달사와 AI의 현재 위치에 관해 개략적으로 알려준다.


물론 장점의 이면이 곧 단점이다. 이 책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고 21세기 지금 현실에 일어나는 변화가 뭔지 어렴풋하게나마 감을 잡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바꿔 말해 해당 분야의 '초보자'들용 책으로 적절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과 관련해 이보다 더 어려운 책을 무난히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드는 것이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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