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순과 연대순으로 배열하면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특히 우리는 가치판단이 편향적이거나 순전히 개인적 선입견의 결과일 공산이 클 경우 이러한 배열에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항목 집합을 알파벳순이나 연대순으로 배열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항목에 대한 가치판단뿐 아니라, 항목 사이의 내적 연관성이 암시할 수도 있는 관계의 유의미한 패턴을 생각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 P30

나는 그저 알파벳순 배열보다 유의미하고 납득할 만한 배열법으로 오늘날의 백과사전과 대학 안내서를 보완할 필요가 있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알파벳순 배열이 완전한 무작위 배열보다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납득할만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알파벳순 배열 이상의 좋은 배열법을 궁리해 낼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하는 지적 결함을 가리키기 위해 나는 ‘알파벳주의’라는 낱말을 만들었다. 알파벳주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20세기에 널리 퍼진, 현대에만 있는 병폐다. - P32

백과사전의 항목을 알파벳순이 아닌 체계적인 방법으로 구성하면 이용자에게 지식의 구조, 즉 학식 세계의 지도는 제공할 수 있겠지만, 이용자가 관심 있는 항목을 손쉽게 찾게 해 주는 참고 도서로서의 기능은 잃게된다. - P41

두세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를 빼면, 20세기의 백과사전 가운데 이제껏 알파벳주의라는 결함(근대, 특히 오늘날에 만연한 병폐)을 바로잡은 사례는 없다. 나는 제2부에서 고대와 중세, 근대에 학식의 세계를 지도로 그리려 했던 시도, 즉 사전dictionary 모델에 따라 구성된 백과사전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도를 검토한 뒤 제3부에서 그러한 예외적인 백과사전을 다룰 것이다. - P45

7자유기예는 정신이 동원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예의 면모가 있다. 또한 원리에 호소하고 규칙이나 결론을 확립한다는 점에서 학문의 면모가 있다. 기예로서 7자유기예는 우리에게 지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학문으로서의 7자유기예는 정신이 그 자체의 활동과 개념적 추상화를 돌아보며 숙고하는 지적인 대상에 관한 지식을 준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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