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가지 설명밖에 없어요. 이제 예전의 그이가 아니라는거예요. 어떤 여자가 꼭 쥐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여자 때문에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꽤 오래된 사이일 거예요」 - P52

「이혼은 절대 안 해요」 부인은 갑자기 거칠게 대답했다. 「그이에게 그렇게 전해 주세요. 그 여자와는 절대로 결혼 못 할 거라고요. 제 고집도 그이 못지않아요. 이혼은 절대로 안 할 거예요. 아이들 생각도 해야죠」 - P53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 P69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어떤 창조의 본능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창조 본능은 그 동안 삶의 여러 정황 때문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치 암이 생체 조직 속에서 자라듯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서 마침내 존재 모두를 정복하여 급기야는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까지 몰아간것이 아니었을까. - P74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채 한가운데 숨어 있는 스파이이다.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敵)을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77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 그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09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 P112

방 안은 캄캄했다. 천장이 경사진 지붕 밑 다락방이라는 것만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어슴푸레한 빛이, 아니 빛이라기보다 덜 짙은 어둠이, 채광창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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