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 : 얼어붙은 학교와 육식채소들의 은밀한 계획 ㅣ 경고!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 4
트로이 커밍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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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호기심이 뿜뿜한다.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라니, 열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열어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얼어붙은 학교부터 엉엉오리, 끔벅끔벅이, 육식채소까지 이름만 들어도 묘하게 웃긴 괴물들이 등장한다.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긴장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공포보다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어린이책이다. 평범한 학교와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느 순간 이상한 괴물 이야기로 바뀌는 과정도 재미있고, 괴물의 먹이와 행동, 주의할 점, 생존 전략을 노트처럼 정리해 둔 페이지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런데 재미있게 읽다가 육식채소가 등장하는 장면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사람이 채소를 먹는 게 아니라 채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재미난 설정이다. 작가도 아마 아이들이 깔깔 웃을 만한 상상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니 살짝 신경이 쓰였다. 채소를 원래부터 싫어하는 아이라면 역시 채소는 무서워 하고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역할 뒤집기지만, 아이에게 음식은 경험과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이며 친숙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채소가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지는 장면을 마냥 웃으며 넘기지는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채소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것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재미다. 욕조의 장난감 오리도, 채소도, 학교도 작가의 상상력을 만나면 얼마든지 괴상하고 재미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이 오히려 아이와 함께 읽기에 재미있는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말 채소가 사람을 먹는다면 어떨까?, 너라면 이런 괴물을 만나면 어떻게 할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 밖으로 상상이 계속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존재를 무조건 피하기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재미를 준다. 괴물의 특징을 알아내고 생존 전략을 세우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괴물 탐정이 된 기분이다.


많이 엉뚱하고, 자꾸 피식 웃게 되는 책.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마저도 신나는 상상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는 무서운 이야기는 읽고 싶지만 너무 무서운 책은 부담스러운 아이, 그리고 엉뚱한 괴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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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 ㅣ 풀빛 그림 아이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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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를 펼치면 가을 숲으로 산책을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도토리와 낙엽, 꽃과 나뭇가지처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물들이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가진 주인공으로 변한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가진 색과 모양만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처럼 느껴졌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자연물도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간 도토리는 낯선 곳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며 작은 모험을 이어간다. 물에 빠질 듯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고, 생각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도토리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궁금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특별히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숲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릴 때 가을이면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와 예쁜 낙엽을 하나씩 주워 모으던 기억이 떠올랐다. 별것 아닌 도토리 하나도 그때는 괜히 소중한 보물 같았다. 그래서인지 책 속 풍경을 보고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발밑에서 낙엽이 바스락거리던 어느 가을날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아이들은 책 속 도토리의 모험을 즐기고,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이건 무슨 잎일까?, 우리도 도토리로 얼굴을 만들어 볼까? 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겠다. 책을 다 읽은 뒤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도토리와 낙엽을 찾아보고, 책 속 장면처럼 자연물로 얼굴이나 작은 인형을 만들어보는 독후 활동으로 이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이 자연을 바라보는 놀이로 확장되는 셈이다.


읽고 나면 밖에 나가 도토리 하나, 낙엽 한 장을 주워 보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평범하게 보이던 자연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고, 아이와 산책하며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아이에게는 작은 도토리의 신나는 모험으로, 어른에게는 오래전 가을의 기억을 슬며시 꺼내주는 책. 선선한 가을날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어보기 좋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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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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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밥인데도 막상 한식은 왜 이렇게 먹을까 하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밥 옆에는 왜 국이 있고, 반찬은 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차려 먹는지, 찌개와 조림은 무엇이 다른지.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밥국찬'은 그 익숙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밥과 국, 찬이라는 평범한 밥상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와 생활방식, 한국인의 입맛을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한 끼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다른 나라의 식사법을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특히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인의 모습을 과거 한국인이 거지처럼 먹는다고 여겼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 조금 불편했다.


표현이 강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불편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음식문화에는 맞다, 틀리다보다 다르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밥그릇을 식탁에 놓고 먹고, 누군가는 손에 들고 먹는다. 어떤 곳에서는 숟가락이 중요하고 어떤 곳에서는 젓가락이 중심이 된다. 너무 자연스럽게 몸에 밴 행동이라 우리는 종종 자신의 방식이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그것 역시 각자의 환경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습관일 뿐이다.


흥미로운 건 이 불편함 덕분에 오히려 하려는 이야기를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에게 당연한 밥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밥과 국, 여러 반찬을 한 상에 차려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오가며 먹는다.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밥국찬'은 이렇게 너무 익숙해서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기후와 농업, 역사와 생활의 흔적을 들려준다.


“그러고 보니 왜 그렇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찌개와 조림의 차이부터 나물, 밥상의 구성, 음식의 온도와 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들이 이야기의 재료가 된다. 아는 음식이 계속 등장하니 어렵지 않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음식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무엇보다 '밥국찬'은 한식을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렇게 먹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한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한식은 어느새 익숙한 메뉴들의 모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늘 보던 밥과 국과 반찬인데 전과 아주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무심코 드는 숟가락에도, 뜨거운 국물을 찾는 입맛에도 시간이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음식책은 맛있는 것을 먹고 싶게 만들지만, 좋은 음식문화 책은 늘 먹던 것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밥국찬'은 오래 씹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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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자본 - 인공지능 시대 당신을 위한 마지막 신분이동의 사다리
황유선 지음 / 예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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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의 언어자본은 얼마나 많은 말을 할 수 있느냐보다 어떤 말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서 나뉘며, 실패와 책임을 경험한 사람이 언어의 결정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뜻에는 찬성이다. 살아보니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남기도 하고,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거나 상처가 되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내가 한 말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런데 실패와 책임이라는 대가를 치러본 사람만이라는 부분에서는 잠시 멈췄다.


꼭 직접 실패해봐야만 깊이 있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사람의 말을 깊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경험의 많고 적음만으로 그 사람의 언어를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잘 말하는 사람보다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의 말을 더 믿는 편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경험을 확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좋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어라는 여지를 남기는 사람의 말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 보니 이 책이 말하는 언어자본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요즘은 몇 가지 조건만 입력해도 AI가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준다. 나도 막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매끄러운 표현을 만날 때도 있다.


하지만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데서 멈추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넣어 다시 자기 언어로 바꿔야 한다고. 중요하다, 필요하다, 의미 있다처럼 그럴듯하지만 조금은 막연한 표현도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으로 바꿔보라고 권한다.


생각해보면 AI가 잘하는 건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그 말이 정말 내 생각인지, 그 말을 하고 난 뒤에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언어자본'을 읽고 나서 오히려 말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 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서툴러도 내가 실제로 겪은 것이 묻어나는 말,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언어, 멋있어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 그런 것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더 귀해질지도 모르겠다.


언어자본이란 화려한 어휘나 능숙한 말솜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과 생각,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 그리고 내가 한 말을 책임지려는 마음.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그 사람만의 언어가 되는 것 같다.


'언어자본'은 나는 어떤 말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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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골드러시 - 일론 머스크의 화성 프로젝트, 지구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다 ㅣ AcornLoft
전성기 지음 / 에이콘온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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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스타링크,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택시, 보링 컴퍼니와 뉴럴링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많은 사업이 화성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읽다 보면 하나의 큰 그림이 보인다. 머스크가 벌이고 있는 여러 사업을 따로 보지 말고 서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들고 스페이스X는 로켓을 만든다. 전혀 다른 회사처럼 보이지만 한 분야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이 다른 분야로 이어지고, 그렇게 성장한 사업이 다시 다음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구에서 발전시킨 기술이 우주로 가고, 우주에서 발전한 기술이 다시 지구의 새로운 산업으로 돌아오는 그런 식이다.


특히 NASA의 SLS와 스페이스X의 개발 방식을 비교하고, 웨이모와 테슬라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율주행에 접근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완벽하게 준비한 뒤 움직이는 것과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고쳐나가는 것의 차이를 보다 보면 우주 산업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머스크는 왜 이렇게 많은 사업을 동시에 하는 걸까 궁금했던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 스페이스X는 우주 회사, 스타링크는 인터넷 회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각각의 사업 사이에 숨어 있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미래 산업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운 기술 전문서는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도 괜찮다. 복잡한 기술 원리를 파고들기보다 그 기술이 어떤 사업과 만나고 무엇을 가능하게 할지를 중심으로 설명해 준다. 그림과 도표도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완전자율주행과 로보택시, 화성 정착과 테라포밍 같은 미래에는 여전히 기술과 비용, 안전, 제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 반드시 이렇게 된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정말 이렇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하고 상상하며 읽는 편이 더 잘 어울린다. 머스크 개인의 삶이나 성격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전기라기보다 기업과 산업의 구조를 다룬 책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그래도 '화성 골드러시'에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부분이 있다.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지금의 지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만들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지금의 일들이 언젠가 우주에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미래가 정말 그대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이 바라보는 먼 미래가 지금의 기술과 산업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리고 화성보다 오히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화성에 갈 수 있을까보다, 화성으로 가는 동안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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