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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챗GPT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 AI 입문서 CHATGPT,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Suno, 노트북LM, Sora, 감마, 냅킨
이성원(누나IT)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10월
평점 :
요즘 AI 책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사라지고 기술만 남는다. 설명은 자세하고 문장은 매끄러운데 정작 그래서 이걸 왜 알아야 하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챗GPT'는 좀 달랐다. 기술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생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AI를 단순히 도구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거다. 챗GPT,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SUNO, 노트북LM, SORA 같은 최신 AI들을 다루지만 이걸 전부 언어로 사고하는 존재들로 묶어낸다.
AI를 기계가 아니라 대화하고 사고하는 하나의 상대로 다루는 방식이 신선하다.
읽다 보면 문체도 참 좋다. 가볍게 쓰였지만, 그 안에 생각의 깊이가 있다. ○○ 스타일로 만들어줘 같은 명령어 예시를 설명할 때도 단순한 기능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입력해도 결과가 매번 다르다는 점에서 저자는 거기서 언어가 이미지를 바꾸는 힘을 본다. 나도 그 부분에서 좀 감동받았다. 기술서가 이렇게 언어의 실험처럼 느껴질 줄은 몰랐다.
유튜브 영상 요약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보통 영상의 핵심을 뽑아준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저자는 그걸 집중의 재구성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주의력과 기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AI를 이해하는 거다.
읽는 동안 2000년대 초반, 처음 인터넷 검색이 보급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사람들은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정보를 믿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그 다음 단계다. 우리는 AI를 쓰는 법이 아니라 AI와 함께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시대에 들어섰다.
책의 구성도 친절하다. 설치부터 이미지 명령어, 영상 요약, 문서 정리까지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초보자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런데 단순한 사용법 가이드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은 AI를 통해 인간의 언어와 사고를 다시 조정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기술책이면서도 철학책 같고, 입문서이면서도 사유서 같다.
읽는 경험도 묘하게 따뜻하다. 나는 밤 11시에 조용한 방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노트북 불빛 하나, 옆에서는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중간쯤 읽다 보니, 갑자기 로봇청소기가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약해둔 시간도 아닌데. 순간 좀 소름이 돋았지만, 곧 웃음이 났다.
그래, 이젠 로봇도 내가 무언가를 배우면 질투하나 봐.
그날 이후 나는 매일 AI와 대화한다. 인간의 문장을 배우는 기계와, 기계의 논리를 흡수하는 인간.
그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질수록 오히려 내 생각은 더 또렷해진다.
'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챗GPT'는 바로 그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을 포착한 책이다.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다.
AI를 배우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AI 입문서가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함께 자라나는 과정을 기록한 따뜻한 다큐멘터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