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자꾸 이게 맞는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폰을 붙잡고 있으면 스크롤 속 남들은 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기분이 든다. 그런 어느 날, 눈에 띈 책 한 권. 제목부터 묘하게 울림이 있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묻는 아들에게'.
처음엔 뻔한 자기계발서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펼치자, 말투부터 다르다. 누가 시킨 듯 써 내려간 조언이 아니라 진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거창한 철학 대신 구체적인 말들.
“스마트폰에 주도권을 내주지 마라.”
이 문장에서 갑자기 뜨끔했다. 사실 나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과 함께 산다. 눈 뜨자마자 뉴스, 밥 먹으면서 유튜브, 자기 전까지 인스타.
책은 말한다.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것.
그 문장을 읽고 잠시 폰을 내려놨지만 10분도 못 버텼다. 그래도 내가 폰에 끌려다니고 있구나라는 자각만으로도 뭔가 되찾은 기분이었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습관을 길러라.”
이 챕터에서는 웃음이 났다. 회의 때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말을 듣는 나로서는 너무 뼈 때리는 문장이었다. 저자는 결론을 먼저 말하라고 말한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라면 끓이다가 스프부터 넣어서 냄비를 태운 사건. 결론(면)을 나중에 넣으니 인생(국물)이 눌어붙었다.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한 문장 속에서도 삶의 리듬을 가르쳐준다.
“원대한 꿈을 꾸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라.”
이 문장은 전형적인 자기계발 문장 같지만 이상하게 진심이 느껴졌다.
한 걸음에 천 리를 갈 순 없지만,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한다.
요즘처럼 모두가 빠르게 결과만 보여주려 할 때, 이 문장은 다소 느리지만 확실한 위로다.
책의 문체는 참 따뜻하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마치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조용히 조언해주는 기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무뚝뚝한 말투에 감정 표현도 서툴렀지만 그 안엔 언제나 너 잘 되라는 진심이 있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잔소리가 아니라 사랑의 매뉴얼.
결국 이 책은 인생의 조리법서 같다.
불을 너무 세게 하면 넘치고, 순서를 틀리면 눌어붙는다.
조금씩 불을 줄이고, 재료를 제때 넣고, 타지 않게 저어가며 끓이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묻는 아들에게'는, 삶의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면은 끓기 전에 넣고, 인생은 식기 전에 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