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 도토리 ㅣ 풀빛 그림 아이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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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를 펼치면 가을 숲으로 산책을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도토리와 낙엽, 꽃과 나뭇가지처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물들이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가진 주인공으로 변한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가진 색과 모양만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처럼 느껴졌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자연물도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간 도토리는 낯선 곳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며 작은 모험을 이어간다. 물에 빠질 듯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고, 생각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도토리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궁금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특별히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숲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릴 때 가을이면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와 예쁜 낙엽을 하나씩 주워 모으던 기억이 떠올랐다. 별것 아닌 도토리 하나도 그때는 괜히 소중한 보물 같았다. 그래서인지 책 속 풍경을 보고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발밑에서 낙엽이 바스락거리던 어느 가을날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아이들은 책 속 도토리의 모험을 즐기고,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이건 무슨 잎일까?, 우리도 도토리로 얼굴을 만들어 볼까? 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겠다. 책을 다 읽은 뒤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도토리와 낙엽을 찾아보고, 책 속 장면처럼 자연물로 얼굴이나 작은 인형을 만들어보는 독후 활동으로 이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이 자연을 바라보는 놀이로 확장되는 셈이다.


읽고 나면 밖에 나가 도토리 하나, 낙엽 한 장을 주워 보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평범하게 보이던 자연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고, 아이와 산책하며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아이에게는 작은 도토리의 신나는 모험으로, 어른에게는 오래전 가을의 기억을 슬며시 꺼내주는 책. 선선한 가을날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어보기 좋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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