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호기심이 뿜뿜한다.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라니, 열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열어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얼어붙은 학교부터 엉엉오리, 끔벅끔벅이, 육식채소까지 이름만 들어도 묘하게 웃긴 괴물들이 등장한다.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긴장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공포보다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어린이책이다. 평범한 학교와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느 순간 이상한 괴물 이야기로 바뀌는 과정도 재미있고, 괴물의 먹이와 행동, 주의할 점, 생존 전략을 노트처럼 정리해 둔 페이지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런데 재미있게 읽다가 육식채소가 등장하는 장면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사람이 채소를 먹는 게 아니라 채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재미난 설정이다. 작가도 아마 아이들이 깔깔 웃을 만한 상상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니 살짝 신경이 쓰였다. 채소를 원래부터 싫어하는 아이라면 역시 채소는 무서워 하고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역할 뒤집기지만, 아이에게 음식은 경험과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이며 친숙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채소가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지는 장면을 마냥 웃으며 넘기지는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채소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것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재미다. 욕조의 장난감 오리도, 채소도, 학교도 작가의 상상력을 만나면 얼마든지 괴상하고 재미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이 오히려 아이와 함께 읽기에 재미있는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말 채소가 사람을 먹는다면 어떨까?, 너라면 이런 괴물을 만나면 어떻게 할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 밖으로 상상이 계속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존재를 무조건 피하기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재미를 준다. 괴물의 특징을 알아내고 생존 전략을 세우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괴물 탐정이 된 기분이다.
많이 엉뚱하고, 자꾸 피식 웃게 되는 책.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마저도 신나는 상상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는 무서운 이야기는 읽고 싶지만 너무 무서운 책은 부담스러운 아이, 그리고 엉뚱한 괴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