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건네는 위로와 공감 -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박승민 지음 / 렛츠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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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위로를 내세운 에세이가 정말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도 처음엔 비슷비슷한 이야기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상실, 투병, 이혼, 난임… 제목만 봐도 무거운 주제들이고, 자칫하면 감정이 너무 과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은 애초에 독자를 울리려는 책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감정을 끌어올리거나, 눈물 나는 문장을 일부러 배치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담담하게, 상실 이후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상실을 개인의 감정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실을 겪으면 단순히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표현이 계속 반복된다. 시간의 흐름도 달라지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말들이 갑자기 버겁게 느껴지고 사소한 선택 하나도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특히 기적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많은 책들이 결국은 희망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책은 희망을 쉽게 주지 않는다. 대신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좋아졌다가 다시 무너지고, 또다시 일어서는 반복을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서 오히려 믿음이 갔다. 실제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가족과 관계에 대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은 가족을 무조건 따뜻한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상처를 가장 깊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 그래서 갈등도 깊어지고 상처도 커지는 관계로 그린다. 하지만 그 상처를 통과하면서, 결국 서로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이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뭔가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조언을 하거나, 긍정적인 말을 던지거나.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곁에 있는 것, 같이 버티는 것이 위로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나서 힘이 난다기보다는,

조금 덜 경솔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되고,

타인의 상처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에게 당장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사람보다는,

이미 많은 말을 들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던 사람,

혹은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책인 것 같다.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고,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곱씹게 되는 책.

'경험이 건네는 위로와 공감'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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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연재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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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웹툰 작가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처음엔 그냥 웹툰 소재 판타지인가? 하고 가볍게 집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라 좀 놀랐다. 마왕, 용사 같은 판타지 요소가 나오긴 하지만, 이게 현실 도피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더 불편하게 들춰내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연재 중인 웹툰과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웹툰 속 인물들이 현실과 뒤섞이면서 시작된다.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가 다시 나타나고, 댓글과 독자, 익명성, 역바이럴 같은 요소들이 서사 안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이 이야기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닌다.


이 책은 웹툰 산업이나 온라인 문화에 대해 꽤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댓글, 조회 수, 플랫폼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휘어지는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누군가는 재미로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작품의 방향을 바꿔버리기도 한다는 걸 계속 상기시킨다.


제목인 ‘익명연재’도 꽤 잘 어울린다. 익명이라는 게 보호막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동시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점에서 폭력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계속 보여준다. 딱 잘라 누가 악이라고 말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빠르다. 웹툰 컷처럼 장면이 빨리 넘어가고 대사가 많아서 술술 읽힌다. 다만 그만큼 인물 감정이 깊게 파고들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있어서, 여운보다는 계속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쪽에 가깝다.


읽고 나서 괜히 내가 댓글 달던 기억이나 콘텐츠 소비하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냥 재미로 소비하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삶과 직결돼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웹툰이나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면 좀 찔리긴 하지만,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매드앤미러 #익명연재 #이종호 #홍지운 #텍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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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화낼 일인가? -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방향으로 감정을 길들일 수 있다
박기수 지음 / 예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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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참으라는 말에 지친 사람에게 필요한 책


살다 보면 이 정도 일에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순간이 꼭 있다. 그때는 이미 관계가 어색해졌거나, 분위기가 망가진 뒤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억들이 계속 떠올랐다. '이게 화낼 일인가?'는 바로 그런 일상적인 분노를 다루는 책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순간들을 차분히 짚어준다.


화를 나쁜 감정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흔히 분노에 대해 이야기할 때 화를 내면 안 된다, 참아야 한다는 말부터 나오는데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화는 인간에게 원래 있는 감정이고 몸이 위험이나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설명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특히 직장과 가족 관계에서의 분노를 많이 다룬다. 업무 압박, 반복되는 야근, 사소한 말 한마디에 폭발하는 상황들이 낯설지 않다. 화를 내는 순간 몸이 긴장하고 심장이 빨라지며 그 상태가 반복되면 몸이 점점 예민해진다는 설명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화가 성격 문제가 아니라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또, 화를 내고 난 뒤에 찾아오는 감정들. 순간적으로는 속이 시원하지만, 곧 괜히 그랬나, 너무 예민했나 같은 생각이 따라온다. 이 죄책감과 후회가 다시 스트레스를 만들고 결국 다음 분노로 이어진다는 구조가 설명되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묘하게 위로가 됐다.


해결 방법도 현실적이다. 마음을 고쳐먹으라는 식의 조언이 아니라 몸을 먼저 움직이라는 이야기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라는 조언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솔직히 대단해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후반부에서는 분노가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도 이야기한다. 요즘 왜 이렇게 말들이 날카로워졌는지, 왜 분노가 사람들을 쉽게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감정이 정치나 사회 분위기와 연결되는 부분은 이 책을 단순한 감정 관리서 이상으로 만들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화를 전혀 안 내게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를 느낄 때 이 감정을 지금 어떻게 다룰까라는 질문을 한 번 더 하게 됐다. 화를 억누르기보다는, 덜 다치게 꺼내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화를 잘 참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뿐 아니라, 늘 참다가 지쳐버린 사람에게도 잘 맞는 책이다.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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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슈퍼 에디션 : 톨스타의 복수 (양장) 전사들 슈퍼 에디션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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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톨스타의 복수'는 읽기 전 예상과 읽고 난 뒤의 인상이 꽤 다른 책이다. 제목만 보면 분명 복수극이고, 전사들 시리즈 특유의 갈등과 충돌이 중심일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책은 싸움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 정확히 말하면, 분노가 생긴 뒤에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충분히 분노할 이유가 있다. 아버지를 잃고, 공동체 안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믿어 왔던 세계가 흔들린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이 감정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지점을 일부러 비껴간다. 복수를 결심하는 대신,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쪽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결코 고상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흔들리고, 후회하고,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진실이 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사건에는 말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고, 그 빈자리는 결국 이야기로 채워진다. 누군가는 의도를 오해하고, 누군가는 일부만 알고 판단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판단은 전설처럼 굳어지고 지도자의 이미지가 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한 인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감내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책임의 다른 형태처럼 느껴진다.


전투 장면이나 극적인 사건보다 마음에 남는 건 조용한 장면들이다. 분노를 억누르는 순간,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이 완전히 옳다고 확신하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는 모습들. 이 책은 강한 지도자가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한다. 여기서 강함은 이기는 힘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힘에 가깝다.


또 이 책이 어린이,청소년 판타지라는 외피를 쓰고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성숙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개인의 정의와 공동체의 안정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감정에 충실한 선택이 언제나 옳은가, 그리고 지도자는 어디까지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무겁게 다가온다.


'톨스타의 복수'는 전사들 시리즈를 오래 읽어온 독자에게는 세계관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고,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독립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화려하지 않고, 속도감이 빠르지도 않지만, 다 읽고 나면 오래 남는다. 복수는 제목에만 있고, 실제로 마음에 남는 것은 선택 이후의 삶이다. 그래서 이 책은 복수 이야기라기보다, 복수를 넘어서야만 했던 한 존재의 기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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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사람들
김희영.류정희 지음 / 담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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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육아와 삶을 다루지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 책이다. 잘하는 법, 견디는 법, 극복하는 법 같은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아이를 키우며 하루를 보내는 한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명을 듣는다기보다, 누군가의 시간을 옆에서 함께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책 속의 엄마는 늘 확신이 없다. 아이에게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 알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런 생각들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반복된다. 육아가 힘든 이유가 큰 문제 때문이 아니라, 매일 쌓이는 사소한 걱정과 피로 때문이라는 점을 이 책은 정확히 짚는다.


이야기는 대부분 일상의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길, 집 안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시간, 혼자 생각에 잠긴 얼굴. 화려한 연출이나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현실적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나의 하루와 겹쳐 보게 된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크게 외치지도 않고, 따뜻하다고 쉽게 정리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족한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시간을 담아낸다. 덕분에 위로받는다기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얻는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바쁜 하루 끝에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육아 중인 사람뿐 아니라,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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