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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화낼 일인가? -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방향으로 감정을 길들일 수 있다
박기수 지음 / 예미 / 2026년 1월
평점 :
화를 참으라는 말에 지친 사람에게 필요한 책
살다 보면 이 정도 일에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순간이 꼭 있다. 그때는 이미 관계가 어색해졌거나, 분위기가 망가진 뒤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억들이 계속 떠올랐다. '이게 화낼 일인가?'는 바로 그런 일상적인 분노를 다루는 책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순간들을 차분히 짚어준다.
화를 나쁜 감정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흔히 분노에 대해 이야기할 때 화를 내면 안 된다, 참아야 한다는 말부터 나오는데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화는 인간에게 원래 있는 감정이고 몸이 위험이나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설명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특히 직장과 가족 관계에서의 분노를 많이 다룬다. 업무 압박, 반복되는 야근, 사소한 말 한마디에 폭발하는 상황들이 낯설지 않다. 화를 내는 순간 몸이 긴장하고 심장이 빨라지며 그 상태가 반복되면 몸이 점점 예민해진다는 설명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화가 성격 문제가 아니라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또, 화를 내고 난 뒤에 찾아오는 감정들. 순간적으로는 속이 시원하지만, 곧 괜히 그랬나, 너무 예민했나 같은 생각이 따라온다. 이 죄책감과 후회가 다시 스트레스를 만들고 결국 다음 분노로 이어진다는 구조가 설명되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묘하게 위로가 됐다.
해결 방법도 현실적이다. 마음을 고쳐먹으라는 식의 조언이 아니라 몸을 먼저 움직이라는 이야기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라는 조언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솔직히 대단해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후반부에서는 분노가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도 이야기한다. 요즘 왜 이렇게 말들이 날카로워졌는지, 왜 분노가 사람들을 쉽게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감정이 정치나 사회 분위기와 연결되는 부분은 이 책을 단순한 감정 관리서 이상으로 만들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화를 전혀 안 내게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를 느낄 때 이 감정을 지금 어떻게 다룰까라는 질문을 한 번 더 하게 됐다. 화를 억누르기보다는, 덜 다치게 꺼내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화를 잘 참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뿐 아니라, 늘 참다가 지쳐버린 사람에게도 잘 맞는 책이다.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