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천히 걷는 사람들
김희영.류정희 지음 / 담다 / 2025년 11월
평점 :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육아와 삶을 다루지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 책이다. 잘하는 법, 견디는 법, 극복하는 법 같은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아이를 키우며 하루를 보내는 한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명을 듣는다기보다, 누군가의 시간을 옆에서 함께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책 속의 엄마는 늘 확신이 없다. 아이에게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 알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런 생각들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반복된다. 육아가 힘든 이유가 큰 문제 때문이 아니라, 매일 쌓이는 사소한 걱정과 피로 때문이라는 점을 이 책은 정확히 짚는다.
이야기는 대부분 일상의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길, 집 안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시간, 혼자 생각에 잠긴 얼굴. 화려한 연출이나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현실적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나의 하루와 겹쳐 보게 된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크게 외치지도 않고, 따뜻하다고 쉽게 정리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족한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시간을 담아낸다. 덕분에 위로받는다기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얻는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바쁜 하루 끝에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육아 중인 사람뿐 아니라,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