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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연재 ㅣ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평점 :
이 책은 웹툰 작가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처음엔 그냥 웹툰 소재 판타지인가? 하고 가볍게 집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라 좀 놀랐다. 마왕, 용사 같은 판타지 요소가 나오긴 하지만, 이게 현실 도피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더 불편하게 들춰내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연재 중인 웹툰과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웹툰 속 인물들이 현실과 뒤섞이면서 시작된다.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가 다시 나타나고, 댓글과 독자, 익명성, 역바이럴 같은 요소들이 서사 안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이 이야기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닌다.
이 책은 웹툰 산업이나 온라인 문화에 대해 꽤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댓글, 조회 수, 플랫폼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휘어지는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누군가는 재미로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작품의 방향을 바꿔버리기도 한다는 걸 계속 상기시킨다.
제목인 ‘익명연재’도 꽤 잘 어울린다. 익명이라는 게 보호막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동시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점에서 폭력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계속 보여준다. 딱 잘라 누가 악이라고 말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빠르다. 웹툰 컷처럼 장면이 빨리 넘어가고 대사가 많아서 술술 읽힌다. 다만 그만큼 인물 감정이 깊게 파고들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있어서, 여운보다는 계속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쪽에 가깝다.
읽고 나서 괜히 내가 댓글 달던 기억이나 콘텐츠 소비하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냥 재미로 소비하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삶과 직결돼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웹툰이나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면 좀 찔리긴 하지만,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매드앤미러 #익명연재 #이종호 #홍지운 #텍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