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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슈퍼 에디션 : 톨스타의 복수 (양장) ㅣ 전사들 슈퍼 에디션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1월
평점 :
'전사들: 톨스타의 복수'는 읽기 전 예상과 읽고 난 뒤의 인상이 꽤 다른 책이다. 제목만 보면 분명 복수극이고, 전사들 시리즈 특유의 갈등과 충돌이 중심일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책은 싸움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 정확히 말하면, 분노가 생긴 뒤에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충분히 분노할 이유가 있다. 아버지를 잃고, 공동체 안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믿어 왔던 세계가 흔들린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이 감정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지점을 일부러 비껴간다. 복수를 결심하는 대신,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쪽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결코 고상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흔들리고, 후회하고,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진실이 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사건에는 말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고, 그 빈자리는 결국 이야기로 채워진다. 누군가는 의도를 오해하고, 누군가는 일부만 알고 판단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판단은 전설처럼 굳어지고 지도자의 이미지가 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한 인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감내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책임의 다른 형태처럼 느껴진다.
전투 장면이나 극적인 사건보다 마음에 남는 건 조용한 장면들이다. 분노를 억누르는 순간,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이 완전히 옳다고 확신하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는 모습들. 이 책은 강한 지도자가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한다. 여기서 강함은 이기는 힘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힘에 가깝다.
또 이 책이 어린이,청소년 판타지라는 외피를 쓰고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성숙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개인의 정의와 공동체의 안정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감정에 충실한 선택이 언제나 옳은가, 그리고 지도자는 어디까지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무겁게 다가온다.
'톨스타의 복수'는 전사들 시리즈를 오래 읽어온 독자에게는 세계관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고,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독립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화려하지 않고, 속도감이 빠르지도 않지만, 다 읽고 나면 오래 남는다. 복수는 제목에만 있고, 실제로 마음에 남는 것은 선택 이후의 삶이다. 그래서 이 책은 복수 이야기라기보다, 복수를 넘어서야만 했던 한 존재의 기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