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밥상에서 시작된다.


방금까지 5·18 관한 글을 쓸지 고민했다. 이전 세대에게 이 사건은 가슴 뛰는 서사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지고의 가치를 헌법에 수록한 헌정사의 투쟁적 의의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헌법이 지금까지도 공산주의자를 탄압하는 법률로 자리매김한 것도, 결국 법을 이용하는 인간의 문제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지금 광주에서는 5·18을 기념하여 지방 시민들이 전야제를 열고 있다. 광주 시민들이 세운 민주 혁명은 그 역사적 의의도 유일무이할 만큼 중대한 가치를 지닌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값어치로 환산시킨 것도, 가장 어리석은 소수로 인해 자행되었을지언정 결국 국민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이다.

 

이 좋다는 이유가 정신적 가치마저 오염시킬 때, 인간에게는 '사랑하기에는 고달프고, 자유롭기에는 촉박한' 가슴 아픈 시간이 주어진다. 너무 가까울수록 서로에게서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이번 5·18이 주는 교훈이다. 그러나 산 자가 죽은 자 앞에서 말이 없다.’ 발포 사실을 여전히 부정하는 세력의 후손들은 친일 행각과 같이 숨으면서도, 자신들이야말로 ‘청산을 대변한다며 민주 혁명이 주는 교훈을 도구로 이용해 왔다이제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은 유산 계급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은 다가올 선거에서도 시사하는 바일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도 유공자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유공자라는 명분을 앞세워 또다시 지배 계급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정당들은 이처럼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좌파 빨갱이라는 낙인을 생산하며 스스로 적폐를 만들고, 정작 무고한 사람들을 겨냥하여 자신들만의 공화국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던가. 이 글을 쓰는 본인 정체성 역시 노동자이자, 한국의 도시민이기 이전에 무산 계급이다. 지배 계급은 온갖 교육적인 가치를 동원하여 5·18을 기념하려 할 것이며, 자신들이 발언할 수 있는 유공의 자격을 과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가장선의의권력자가 되었고, 그들은 민주주의라는 지고한 가치 속에 숨어 자신들만의바쁜 여유를 누리고 있다.

 

민주주의 만세를 부를 때, 이제 안녕을 고한다. 타는 목마름으로도 그 민주주의를 부를 수 없게 될 때, 그것이 그들의 추도사와 기념식으로 거행될 때조차 우리는 늘민주주의를 고민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민주 정부와 함께하는 일은 매우 쉽다. 그들은 이제새마을’, ‘새시대’, 그리고 '지방 권력'까지 더하여 자신들만의 정의를 내세우고 여전히 노동자를 탄압하여 사냥하고 있다. 그만큼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위태로운 것도 더해지며, 유산 계급이 지배 계급으로서 오직 그들만의 정부로 군림하는 것이 당대의 마주한 현실이다.

 

필자 역시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아마 앞으로도 더 잃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결국 생사이다지고한 가치가 떠나가고 절박한 동지마저 모두 죽을지라도, 이번 생을 사는 한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당면하여 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일들이 존재한다. 아무도 대변해 주지 않는 우리는 각자의 이익만이 남은 바쁜 시간 속에서 겨우 살아남아 숨을 쉰다. 그렇기에 지지세와 무관하게, 더 이상 현 정부의 체제에 안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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