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본의 형성
어떤 거래에서든 통상 사회적 합의와 계약이 선행된 후 상호 간의 신뢰가 형성된다고 간주하나, 자본의 역사는 지배와 착취가 개시된 시점에서 폭력적 정당화에 기반한다. 18-19세기 산업 혁명기, 산업 자본가 간의 경쟁 심화로 급박한 화폐 수요가 발생하자 상인들은 대부업에 기반한 타인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갈취하는 수단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자본의 운동은 인류의 지배 역사만큼 진행되었으나, 본격적인 자본주의적 형태는 15-16세기라는 막연한 시점보다는 18-19세기에 등장한 신생 자본의 확립기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
산업 자본이 노동자에게 자본을 지급하며 이윤 창출에 몰두할 때, 상업 자본은 경제 불황을 기회 삼아 타인의 자본을 흡수할 기제를 강구한다. 은행의 설립은 바로 이러한 동인에서 기인한다. 국가가 화폐 순환을 관리하고 이자율을 통제하기까지는 수많은 은행업자의 시행착오가 수반되었다. 은행이 강조하는 '개인의 신용'은 자산 보호라는 표면적 의무보다, 타인의 자본을 유치하여 은행 자체의 신뢰도를 높이고 갈취적 구조를 은폐하려는 전략적 홍보 수단에 가까우며, 이전에 유럽 중심의 선진 금융 산업은 미국의 금융 패권으로 이전되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피식민지 국가에 설립된 식민지 은행과 이후 등장한 공·사립 은행들의 자본 축적 비결은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전유물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식민지 주축 은행들이 이를 간과하는 이유는, 경제적 불안전성을 정치적 지도자나 시장 담당자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국가적 착각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고착화됨에 따라 은행 자본은 과잉 생산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용 안정도를 별도의 상품으로 변모시켰으며, 주식 시장의 출현 또한 이러한 강제적인 기제에 근간한다.
금과 은에 의존하던 이전과 달리, 현대의 화폐 기준은 유가 증권과 실물 화폐를 대체하는 각종 수단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발전 잠재력은 동시에 '자체의 부정'이라는 내재적 위험을 수반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공황의 원인을 인플레이션 등 표면적 현상에 국한하여 진단하는 것은 '자본 시장의 안정화'라는 강박에 매몰된 결과이며, 제도의 본질적인 모순을 도외시한 분석에 불과하다.
통화주의
금융 제도의 발달과 수익 창출의 과정에서 통화주의 이론은 핵심적인 위치를 점한다. 유럽은 이전 인민의 과도한 투기 열풍으로 인한 수요 급증과 공급 수축, 그리고 국가의 미흡한 대처가 맞물리며 수차례의 경제 공황을 겪었다. 특히 이자율 산정 및 제어의 실패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고, 시장 거래 비율이 끊임없이 변동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이러한 통화량 조절 기제를 사익 편취에 이용하려는 상업 자본가들의 존재에 있다. 이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소생산자이자 자본 확장의 주체로 거듭났으며, 이는 곧 '소부르주아' 계급이 형성되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현대 은행업의 기틀을 마련한 영국에서는 오브스톤과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잉글랜드 은행법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학문적 명성과 공적에도, 통화주의적 이론은 경제 공황으로 심화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명확한 이론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통화량 조절이라는 기술적 방법론이 자본주의 내재적 모순을 덮는 임시방편에 불과했음을 시사한다.
통화주의는 자유주의 경제 시장에서 통화량을 조절하면서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전제를 전파하여 자본주의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국가가 자유 시민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명분은 '부르주아 국가'의 결속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 착취를 은폐하는 기제가 작동한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노동자의 보험 비용이나 노동자가 기여한 생산적 가치는 통화 정책이라는 합법적 형식 내에서 자본가 계급으로 이전된다. 결국 통화주의는 절대적인 국가 통제의 실현을 향한 막연한 이상과 결합할 때 가장 위험한 양상을 띤다. 자본가들의 결정에 따른 정책적 결실이 전 국민의 이익으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정작 노동자들은 경제적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 채 구조적 위협에 노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성을 직시하는 경제학자는 극히 드물며, 대다수는 실무적 현실을 배제한 채 추상적 수준에서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고 만다.
자본주의의 발달: 금융업과 대출업의 밀접한 관계
국가 간의 전쟁의 심화 원인은 다각적일 수 있으나, 그 기저에는 화폐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이다. 유가와 증시의 급격한 변동은 국가가 시장 제어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는 상품 수입 확대를 요구받으며, 생산국은 수출 과세를 충당하기 위해 자본을 선대받아 지불하는 구조에 놓인다. 이전 정부가 축적한 국가적 채무는 단순한 계약 이행으로 해소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는 인민의 가중된 비용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을 파악할 때 비로소 자본주의의 착취적 속성이 비로소 드러난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노동자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결착되어 있으나, 모순적으로 대체로 노동자들은 자본가 계급의 정치적 방해 공작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다. 특히 증시 변동과 대부 산업이 은행과 결합한 현대 사회에서는 '국민의 채무가 곧 국가의 채무'라는 동일시 기제가 작동한다. 이러한 전제에 매몰되는 한 자본주의 제도의 본질적인 모순을 해결하기란 난망하다.
경제적 문제는 국가가 제시한 통계적 소득 평균치로 단순히 산정될 수 없다. 실제로는 자본 계급의 변동 기준에서 산출되는 잉여 가치와, 그 채무 부담의 원천인 이자율 및 고정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국가의 시장 통제가 강화될수록 투자의 불안전성은 심화되고, 반대로 규제가 완화될수록 투기적 요소는 극대화된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국가의 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증명한다. 은행이 내세우는 자산 가치 보호 및 재화·용역 제공이라는 명분은 실상 자산을 증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은행은 이러한 기제로부터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자본 수단들을 점유하고 있다. 감가상각을 제외한 이러한 자본 관계의 모순은, 이후 상술한 지대 문제와 결합하며 더욱 심화된 양상으로 전개된다. 오히려 재화와 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본 상식에 기초하여서도, 더욱 자산을 불리는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