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그림자
노동 문학이란 노동자를 위한 문학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문학은 단순히 비평적 묘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노동 문학의 서술자가 노동 현장에 종사하더라도 고도의 예술적 성취가 목적이 아닌 노동 계급의 해방이라는 목적에 가장 부합해야 한다. 현대 문학이 소수의 예술로만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반면에, 노동 문학에서 문학의 성취는 노동자로부터 비로소 완성될 뿐이다. 그 묘사의 표현은 작가 자신의 주관적 한계가 있더라도, 그 내용의 서술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서술 역시 요구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며, 노동 계급을 대변하여 발언할 수 있는 언어조차 제한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바르뷔스의 『포화』는 상당 부분 전쟁 문학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 주체 역시 노동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노동 문학으로 읽을 수 있다.
레닌은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하여』(1916-1917), 『제3인터내셔널의 과업』(1919)에서 바르뷔스의 『포화』에 대해 거론한다. 그는 상당 부문 당대의 자국 문학만이 아니라 국제 문학까지 두루 틈내어 읽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평적 고찰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당면한 혁명적 과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하면서 거론된다. 이 소설이 다른 전쟁 문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병사의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단순히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투원으로 참가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된 프랑스의 '베르트랑' 보병 분대의 일화를 담아낸다.
이 분대원들은 참호 속에서 오랜 전쟁 기간 동안 자신들이 전쟁을 벌이는 목적에 대해 자문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단순히 민족 간의 갈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지배 계급으로부터 희생되는 피지배 계급의 위치를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서술된다. 주 배경은 프랑스의 북부 및 북동부 인근 참호 전선으로, 이곳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이 전선의 참호 속에서 분대원들은 전쟁의 무자비한 전개만이 아니라 이마저도 단조로운 반복으로 적응하게 되는 고도화된 전쟁의 성격을 부각시킨다. 이곳에서 시체와 부상자들에 대한 목도는 정점에 달한다. 이들은 프랑스군이지만, 적진인 독일군 상대 역시 단순히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닌 지배 계급을 위한 전쟁임을 암시한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전쟁 문학이 아니라 계급 문학이라 부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이러한 원수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전쟁은 지배 계급을 공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프랑스군의 분대장 베르트랑은 독일인인 칼 리프크네히트에게 응답이라도 보내듯이, '이 전쟁 위로 우뚝 솟은 리프크네히트'를 부르며, 독일의 전쟁 공채 선언에 유일한 반대를 던진 자각으로, 이 소설의 서사 주체가 병사인 노동자에게 있음을 드러낸다.
전쟁의 성격을 민족 간의 갈등이 아닌 본질적인 계급 간의 문제로 묘사한『포화』는 이 전쟁의 장본인에 대한 진정한 성격을 자문하고 투쟁 대상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비록 이 소설은 두 국가 간의 전쟁을 묘사했지만 병사이자 노동자의 관점 역시 명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