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유통 과정과 그 순환


『자본』의 분석은 언제나 상품 분석을 전제로 시작된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모든 부는 방대한 상품 더미로 나타나며, 개별 상품은 이 체제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상품은 저마다의 출처와 원산지 등 기원을 가지며, 일반적인 소비 행위는 주로 사용 가치의 획득에 매몰되나, 그 이면에는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고 다시 자본으로 회전하는 복잡한 유통 과정이 존재한다. 상품 소비 역시 화폐를 매개로 한 거래로 이루어지며, 이는 구매와 판매라는 기초적 행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상품의 성분이나 재료를 비교하는 합리적 선택과 그 소비가 가치 교환의 관점에서는 부차적 현상에 불과하다. 핵심은 화폐가 자본으로 어떻게 유통 과정 내에서 순환하고 그 가치를 증식시키는가에 있다. 


현대 사회에서 화폐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의 판매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생존과 지불 수단 확보를 위해 노동력을 상품으로 내놓으며, 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노동 시간에 비례하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생활을 영위한다. 반면, 자본가는 투하된 화폐를 매개로 잉여 가치를 창출하고 자본을 축적한다. 노동 과정에서 생산된 잉여 생산물은 화폐로 교환되어 자본가의 수중으로 귀속되며, 이 과정에서 생산 수단과 노동 생산물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이 확립된다. 


자본의 순환 과정에서는 화폐의 성격인 기능과 역할에 따라 여러 형태가 나타난다. 자본 축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축장하는 퇴장 화폐나 거래 수단에서 제외되어 대기 중인 유휴 화폐 등이 공존하며, 이러한 화폐 자산은 자본가의 개인적 소비나 추가적인 생산 수단 구매를 위한 재원이 된다. 자본이 회전하여 다시 자본가의 수중으로 회귀할 때 하나의 순환 주기가 종료되며, 이 복귀 과정의 빈도와 속도가 자본 재생산 규모를 결정한다. 그러나 생산물이 적기에 화폐로 전환되지 못하고 재고로 정체될 경우, 물질적 부패뿐만 아니라 가치 실현의 실패라는 자본의 부패가 발생하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 전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정체와 누적은 결국 공황의 잠재력을 내포한다. 생산물이 특정 기간 내에 소비되거나 교환되지 못하고 화폐 교환이 정체될 때 체제 내부의 모순은 폭발하며, 그 피해는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 계급에게 집중된다. 엥겔스는 마르크스 사후 『자본』 제Ⅱ권을 정리하며 로트베르투스의 초기 공황론이 지닌 허구성을 비판하고, 공황의 역사적·사회적 성격을 규명한다. 특히 이자와 임대료 등 자본의 분배 구조에서 비롯되는 주택 문제 역시 공황의 여지를 상시화하며, 이는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닌 기존 자본 질서의 재편과 추락을 가속화하는 동인이 된다. 따라서 『자본』 제Ⅱ권이 제시하는 유통 과정과 순환은 가치 창출이 곧 개인의 부라는 착각이 만연한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한계를 밝히고,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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