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품

 

1-1. 상품사용 가치와 그 가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 ‘방대한 상품더미로 나타나며개개의 상품은 이 부의 기본 단위를 이룬다. 따라서 이 체제에 대한 분석은 상품 분석에서 시작한다상품은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대상이며, 그 속성으로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이때 욕구의 성격이나 기원은 중요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상품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 곧 소비재로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지 또는 생산적으로 간접적으로 만족시키는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철이나 종이와 같이 유용한 물건은 질적 및 양적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각각의 물건은 수많은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유용성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를 발견하는 일은 인류 역사의 과제다유용한 물건의 양을 측정하는 사회적 척도를 찾아내는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척도들이 다양한 이유는 측정 대상의 본질적인 성격과 사회적 관습 때문이다.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 가치로 만든다. 이 유용성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며, 상품의 물리적 속성에서 비롯되고 상품 자체와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철, 밀, 금강석 등 상품 자체가 사용 가치이자 유용한 물건이다상품의 이러한 속성은 그 유용성을 얻고자 인간 노동이 얼마나 투입됐는지와는 무관하다. 사용 가치를 논할 때는 항상 일정량(몇 개의 시계몇 톤의 철몇 미터의 아마포)을 전제로 한다상품의 사용 가치는 상품학이라는 특정 학문의 연구 대상이며, 오직 사용이나 소비로만 실현된다사용 가치는 사회적 부의 형태와 관계없이 부의 물질적 내용을 구성한다. 우리가 분석하는 사회에서는 사용 가치가 동시에 교환 가치를 지닌 물건이다교환 가치는 일차적으로 양적 관계곧 특정 종류의 사용 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 가치와 교환되는 비율로 나타난다그런데 이 비율은 시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하므로교환 가치는 우연적이고 순전히 상대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품 자체에 내재된 교환 가치라는 개념은 일종의 형용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문제를 더 깊이 고찰해 보도록 하자.

 

밀 1리터 X량의 구두약, Y량의 명주, Z량의 금 등 다양한 상품과 여러 비율로 교환될 때, 이는 밀이 하나가 아닌 수많은 교환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다. 여기서 X량의 구두약, Y량의 명주, Z량의 금은 모두 밀 1리터의 교환 가치를 표현한다따라서 이들은 교환 가치로서 동일한 크기를 지닌 동일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특정 상품의 다양한 교환 가치들은 모두 동일한 '어떤 것'을 표현한다. 둘째교환 가치는 그 자체와는 구별되는 어떤 내재적 내용의 표현 양식이자 현상 상태에 불과하다. 1리터 밀과 X킬로미터 철이 교환되는 등식, '1L 밀 = Xkg' 철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물건, 곧 밀과 철에 공통된 어떤 것이 동일한 양만큼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교환 가치로서 이 두 상품은 각각 이 공통의 제3자로 환원될 수 있다. 

 

간단한 기하학의 실례로부터 이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다각형의 면적을 구하고, 비교하고자 그것들을 삼각형으로 분해한다. 그리고 이 삼각형 자체를 겉모습과 전혀 다른 표현인 밑변과 높이의 곱에서 1/2로 환원한다이와 마찬가지로상품의 교환 가치 역시 공통적인 어떤 양을 표현하며 그 양으로 환원된다상품에 공통된 그 무엇은 기하학적, 물리학적, 화학적 또는 그 밖에 자연적 속성일 수 없다그러한 속성들은 상품의 유용성, 곧 사용가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의 교환 관계는 그들의 사용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특징을 지닌다. 곧, 교환 관계에서 어떤 특정 사용 가치는 그것이 충분히 존재하기만 하면 다른 어떤 사용 가치와 마찬가지로 유용하다또는 노련한 바본이 언급한,더욱 가벼운 신화폐 주조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하나의 상품과 다른 상품은 그 교환 가치가 같다면 차이가 없다. 동일한 크기의 교환 가치를 지닌 물건들 사이에는 어떠한 질적 차이나 구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100원의 가치를 지닌 납이나 철은 100원의 가치를 지닌 금이나 은과 똑같은 크기의 교환 가치를 갖는다.’


사용 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교환 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인 차이만을 지닌다. 따라서 교환 가치에는 사용 가치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상품의 사용 가치를 무시하면, 오직 하나의 속성이 남는다. 곧 노동 생산물이라는 속성뿐이다. 그러나 이 노동 생산물 또한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사용 가치를 무시하면서, 노동 생산물을 사용 가치로 만드는 물질적 구성 요소와 형태도 함께 사라진다이제 이 생산물은 책상, 집, 면사 또는 기타 어떤 유용한 물건이 아니다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모든 속성이 사라진다. 그것은 더 이상 가구공, 벽돌공, 방적공의 노동 생산물이 아니며, 그 어떤 특정한 생산적 노동의 결과물도 아니다노동 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지면서, 그 안에 체화된 노동의 유용한 성질도 함께 사라진다. 따라서 노동의 구체적인 다양한 형태도 사라진다이 노동들은 더 이상 서로 구별되지 않는, 동일한 종류의 인간 노동 일반곧 추상적인 인간 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 생산물은 유령 같은 모양을 띠는데, 이는 동질적인 인간 노동이 응고된 형태이다노동 생산물은 인간 노동력이 그 지출 형태와 관계없이 투입되고 응고된 결과물이다생산에 인간 노동력이 지출됐고인간 노동이 그 속에 퇴적되어 있다모든 노동 생산물은 그들에게 공통된 이러한 사회적 실체가 응고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곧 상품 가치를 가진다이미 상품이 교환될 때, 그 교환 가치는 사용 가치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했다상품의 사용 가치를 무시하면 상품 가치만 남는다. 따라서 상품의 교환 관계 또는 교환 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 인자는 바로 상품 가치다연구로부터 교환 가치야말로 가치의 필연적인 표현 양식이자 현상 형태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당분간은 가치 성질을 그 현상 형태와 관계없이 고찰해야 한다사용 가치 또는 유용한 물건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오직 그 안에 추상적인 인간 노동이 대상화되거나 체현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가치 크기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이는 물건에 담긴 가치를 형성하는 실체인 노동의 양으로 측정된다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 시간으로 측정되며, 이 지속 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삼아 측정한다.

 

상품 가치가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면, 게으르거나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가치가 더 높아야한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가치 실체를 이루는 노동은 동질적인 인간 노동, 곧 동일한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다상품 세계의 가치로 표현되는 사회의 총노동력은 비록 수많은 개별 노동력으로 구성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하나의 동질적 노동력으로 간주된다각 단위의 노동력은 사회적 평균 단위의 성격을 가지며한 상품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만이 투입된다고 간주된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이란 특정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산 조건, 그리고 지배적인 평균적 노동 숙련도와 노동 강도에서 어떤 사용 가치를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 시간이다. 특히 영국에서 증기 직기기 도입된 뒤로 일정량의 실을 천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노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증기 직기 도입 이후에도 수직공들이 이전과 동일한 시간을 들여 직조했지만, 그들의 개별 노동 1시간은 이제 사회적 노동에서 1/2시간밖에 대표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생산물 가치는 이전 가치의 절반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의 가치량은 오직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곧 생산에 사회적으로 투입되는 노동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 경우 개개의 상품은 그 종류의 평균적 표본으로 간주된다. 동일한 노동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다상품 간 가치 비율도 이와 같다. 따라서 "가치에서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 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 시간이 변하지 않는 한 일정하다. 그러나 노동 시간은 노동 생산성이 변할 때마다 변화한다노동 생산성은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노동자들의 평균적 숙련도과학 및 기술 발전 정도생산 과정의 사회적 조직생산 수단의 규모와 효율, 자연적 조건이 여기에 포함된다. 동일한 양의 노동을 투입하더라도 풍년에는 밀 8리터를 생산하는 반면, 흉년에는 겨우 4리터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풍부한 광산은 빈약한 광산보다 더 많은 금속을 생산한다. 다이아몬드는 지표면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아, 이를 채굴하는 데 평균적으로 많은 노동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은 양의 다이아몬드가 많은 노동을 대표하게 된다. 제이콥(Jacobs)이 금에 대해 그 완전한 가치가 지불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듯이, 이는 다이아몬드에 더욱 적합한 말이다. 에슈베게(Eschwege)에 따르면, 1823년까지 80년 간 브라질 다이아몬드 광산의 총산출액은 브라질 사탕 또는 커피 농장의 1년 반 분의 평균 생산물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산이 더 풍부해진다면, 동일한 양의 노동은 더 많은 다이아몬드로 체화되며, 따라서 다이아몬드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아주 적은 노동으로 석탄을 다이아몬드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다이아몬드 가치는 벽돌 가치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 생산성이 높을수록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과 응고되는 노동량은 줄어들며, 따라서 상품 가치도 감소한다. 반대로, 노동 생산성이 낮을수록 상품 생산에 걸리는 노동 시간과 상품 가치는 커진다. 따라서 상품 가치는 상품에 체화된 노동량에 정비례하고, 노동 생산성에 반비례한다

   

어떤 물건은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서 사용 가치일 수 있다. 이는 인간에 대한 물건의 유용성이 노동에 따라 매개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공기, 미개간지, 자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한 예다. 어떤 물건, 그리고 인간 노동의 생산물은 상품이 아니면서도 유용할 수 있다. 자신의 노동 생산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 가치를 창출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을 생산하려면 사용 가치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사용 가치, 곧 사회적 사용 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타인을 위한 사용 가치 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세 농민은 봉건 영주에게 바칠 공납이나 성직자에게 바칠 십일조용 곡물을 생산했지만, 이는 타인을 위해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는 상품이 되지 않는다. 생산물이 상품이 되려면 그 생산물을 사용 가치로 소비할 사람에게 교환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도 사용 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어떤 물건이 쓸모없다면, 그 안에 투입된 노동 또한 쓸모없게 되어 노동으로 계산되지 않으며, 따라서 아무런 가치도 형성하지 못한다

   

1-2. 상품에 체현된 노동의 이중성

 

상품은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라는 이중성을 가진 물건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노동 또한 이중성을 띠게 된다. 노동이 가치로 표현될 경우 더 이상 사용 가치를 창조하는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 상품에 체현된 노동의 이중성은 필자가 처음으로 지적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했으며, 정치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기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두 상품, 저고리 1벌과 아마포 10미터가 있다고 가정하자. 저고리 가치가 아마포 가치보다 두 배라면, 아마포 10미터 = W일 때, 저고리 1벌 = 2W가 된저고리는 특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용 가치이며, 이를 생산하고자 특수한 종류의 생산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산 활동은 그 목적, 작업 방식, 수단,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의 유용성이 생산물의 사용 가치로 나타나거나, 또는 노동이 그 생산물을 사용 가치로 만들어 스스로 표현하는 노동을 유용 노동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노동의 유용 효과만 고려된다.  


저고리와 아마포가 질적으로 다른 사용 가치이듯이, 이를 만들어낸 노동 또한 질적으로 다른 재봉 노동과 직조 노동이다. 이 두 물건이 질적으로 다른 사용 가치가 아니거나 질적으로 다른 유용 노동의 산물이 아니라면, 상품으로서 서로 마주할 수 없다. 저고리가 저고리와 교환되지 않듯, 동일한 사용 가치를 가진 물건은 교환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용 가치들의 총체는 다양한 유용 노동들의 총체, 곧 사회적 분업을 나타낸다. 사회적 분업은 상품 생산의 필수 조건이지만, 상품 생산이 사회적 분업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고대 인도 공동체에서는 노동이 사회적으로 분할됐지만, 그 생산물은 상품이 아니었다. 또한 현대의 어떤 공장에서도 노동은 체계적으로 분할되지만, 이러한 분업은 노동자들이 개별 생산물을 서로 교환하면서 유지되지는 않는다. 오직 독립적으로 행해지는, 곧 상호 의존하지 않는 사적 노동의 생산물만이 상품으로서 서로 마주하게 된다. 각 상품의 사용 가치에는 유용 노동, 곧 일정한 종류의 합목적적인 생산 활동이 담겨 있다. 여러 가지 사용 가치는 질적으로 다른 유용 노동이 담겨 있지 않다면 상품으로서 서로 마주할 수 없다. 생산물이 일반적으로 상품 형태를 취하는 사회, 곧 상품 생산자 사회에서는 개별 생산자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자신의 계산에 따라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유용 노동 사이에 질적 차이가 하나의 복잡한 체계인 사회적 분업으로 발전한다


재봉사 자신이 저고리를 입든, 그의 고객이 입든, 저고리는 사용 가치로 기능한다. 마찬가지로, 저고리와 이를 생산하는 노동 사이에 관계는 재봉일이 사회적 분업의 독립적인 한 부분이 됐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옷을 입어야만 했기에 전문 재봉사가 나타나기 수천 년 전부터 이미 재봉일을 해왔다. 그러나 저고리와 아마포는 자연이 미리 제공하지 않는 여타 물적 부와 마찬가지로, 특정 자연 소재를 인간 욕구에 맞게 변형시키는 특수한 합목적적 생산 활동을 거쳐서만 창조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은 사용 가치를 창조하는 유용 노동으로서, 어떠한 사회 형태와도 무관하게 인간 생존의 조건이자 인간과 자연 사이에 물질대사를 매개하는 영원한 자연적 필연성이다


사용 가치인 저고리나 아마포 같은 상품체는 자연 재료와 노동이라는 두 요소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저고리나 아마포 등에 들어 있는 모든 유용 노동을 제거하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이 제공하는 물질적 바탕만 남게 된다. 인간은 생산 과정에서 자연이 그러하듯 물질 형태만을 변경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자연력의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노동은 노동으로 생산되는 사용 가치, 곧 물적 부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윌리엄 페티가 지적했듯이, '노동은 물적인 부의 아버지이며, 토지는 어머니이다.'

 

가정했던 대로 저고리가 아마포보다 두 배의 가치를 가진다면, 이는 양적인 차이에 불과하다. 지금은 양적 차이보다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1벌의 저고리 가치가 10미터 아마포 가치의 두 배라면, 20미터 아마포는 1벌 저고리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저고리와 아마포는 동일한 실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동질 노동의 객체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재봉 노동과 직조 노동은 질적으로 다른 형태의 노동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번갈아 재봉과 직조를 하는 사회도 존재한다. 이 경우, 두 가지 다른 노동 방식은 동일한 개인이 행하는 노동의 변형일 뿐이며, 서로 다른 개인에게 고정된 기능은 아니다. 마치 재봉사가 오늘은 저고리를 만들고 내일은 바지를 만들고자 자신의 개인 노동을 바꾸는 일과 같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 수요 변화에 따라 사회적 노동의 일부가 번갈아 재봉 또는 직조의 형태로 공급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동 형태의 변화가 마찰 없이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생산 활동의 명확한 질, 곧 노동의 유용한 성격을 무시하면 생산 활동은 단순히 인간 노동력의 지출에 불과하다재봉과 직조가 질적으로 다른 생산 활동일지라도, 둘 다 인간의 두뇌, 근육, 신경, 손 등을 생산적 사용하며, 이 점에서 모두 인간 노동이다. 곧, 재봉과 직조는 인간 노동력이 지출되는 두 가지 다른 형태일 뿐이다. 물론 인간 노동력이 다양한 형태로 지출되려면, 노동력 그 자체가 어느 정도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상품 가치는 순수하고 단순한 인간 노동, 곧 인간 노동력의 일반적인 지출을 나타낸다. 부르주아 사회에서 장군이나 은행가가 위대한 역할을 하지만 평범한 인간은 보잘것없는 기능밖에 하지 못하듯이, 인간 노동도 마찬가지다. 인간 노동은 특수한 방향으로 발달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 육체적이고 평균적인 단순 노동력을 지출한다. 물론 단순하고 평균적 노동 자체도 국가나 문화 발전 단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지만, 일정한 사회에서는 이미 그 특성이 잘 알려져 있다. 더 복잡한 노동은 강화되거나 몇 배로 된 단순 노동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적은 양의 복잡 노동은 더 많은 양의 단순 노동과 동등하게 여긴다. 이러한 환산 과정은 끊임없이 일어나며, 이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어떤 상품이 복잡한 노동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그 가치에 있어서는 단순 노동의 산물과 동등해지며, 일정한 양의 단순 노동을 대표할 뿐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노동이 그 측정 단위인 단순 노동으로 환원되는 비율은 생산자들 배후에서 진행되는 하나의 사회적 과정에 따라 결정되며, 따라서 생산자들에게는 관습으로 전해 내려온다. 앞으로의 논의를 단순화하고자, 여기서는 모든 노동력을 단순 노동력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이는 다만 환산의 수고를 덜기 위함이다.  


가치로서 저고리와 아마포를 고찰할 때, 그 사용 가치의 차이를 무시하듯이, 그것들의 가치로 포함된 재봉과 직조라는 노동 의 유용성 형태 차이도 무시하게 된다. 사용 가치로서 저고리와 아마포는 특정 목적의 생산 활동이 천이나 실과 결합하여 만들어지지만, 가치로서 둘은 단순히 동질적인 노동의 응고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그 가치에 내재된 노동 역시 천이나 실에 대한 생산적 작용의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 아니라, 오직 인간 노동력의 지출로만 의미를 갖는다. 재봉과 직조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 가치인 저고리와 아마포를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재봉과 직조의 특수한 질이 무시되고, 둘 다 인간 노동이라는 질을 가지는 한, 이 노동은 저고리와 아마포 가치의 실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저고리와 아마포는 가치일 뿐만 아니라 일정한 크기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의 가정에 따르면, 1벌 저고리는 10미터 아마포보다 두 배 가치를 가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량의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 이는 아마포가 저고리에 들어 있는 노동의 절반만을 포함하고, 저고리 생산에 아마포 생산에 드는 시간보다 두 배나 긴 노동력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에 체현된 노동은 상품 가치와 관련해서는 질적으로, 가치와 관련해서는 양적으로 고려된다. 전자의 경우 노동이 어떻게 수행되고 무엇을 생산하는지가 중요하지만, 후자의 경우 노동력이 얼마나 지출되는지, 곧 노동의 지속 시간이 중요해진다. 상품 가치의 크기는 그 상품에 투입된 노동량만을 나타내므로, 상품들은 일정한 비율에 따라 동일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유용 노동의 생산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된 저고리의 가치량은 그 개수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1벌의 저고리가 X일의 노동을 나타낸다면, 2벌의 저고리는 2X일의 노동을 나타내게 된다. 하지만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이 두 배로 늘거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 1벌의 저고리가 이전에 2벌의 저고리와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2벌의 저고리가 이전에 1벌의 저고리와 같은 가치밖에 갖지 못한다. 두 경우 모두 저고리가 제공하는 편의(사용 가치)나 그 안에 담긴 유용 노동은 변함이 없더라도, 저고리 생산에 드는 노동량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치도 변한다


상품의 양적 증가는 그 자체로 물적 부의 증가를 의미한다. 2벌의 저고리는 1벌의 저고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입힐 수 있기에 더 큰 물적 부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적 부의 증가는 때때로 가치량 감소를 동반할 수 있는데, 이러한 모순된 현상은 바로 노동의 이중성에서 기인한다. 생산성은 항상 구체적인 유용 노동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이는 주어진 시간 동안 특정 생산 활동이 목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하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유용 노동은 생산성의 변동에 따라 더 많거나 적은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노동이 가치로 표현될 때는 구체적 유용 형태가 무시되기 때문에 생산성과는 무관해진다. 동일한 시간에 투입된 노동은 생산성의 변동과 관계없이 언제나 동일한 가치량을 창조한다. 그럼에도 생산성이 변동하면, 노동은 같은 시간 동안 다른 양의 상품을 생산한다. 곧, 생산성이 오르면 더 많은 상품을, 생산성이 떨어지면 더 적은 상품을 생산한다생산성이 상승하여 일정한 시간에 생산되는 상품의 총량을 증가할 경우, 이 총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총 노동 시간은 단축되므로, 상품 총량의 총 가치는 감소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모든 노동은 생리학적으로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며, 이 동등하고 추상적인 인간 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상품 가치를 형성한다. 반면에, 모든 노동은 특정한 합목적적 형태로 인간 노동력을 지출하며, 이 구체적이고 유용한 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사용 가치를 생산한다

 

1-3. 가치 형태 또는 교환 가치

 

사용 가치 형태를 지닌 철, 아마포, 밀 등은 평범한 평범한 현물로 세상에 나타나는 상품이다. 이러한 상품은 사용 대상임과 동시에 가치를 지닌다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므로, 현물 형태와 가치 형태를 모두 지닐 때 비로소 상품이라는 형태를 갖춘다. 상품 가치가 객관적으로 실재한다는 점은 셰익스피어 희곡헨리 4에 등장하는 과부 퀵클리가 "어느 누구도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와 구분된다. 상품 가치의 실재에는 상품체의 거칠고 감각적인 객관적 실재와 달리 단 한 분자의 물질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아무리 상품을 돌려가며 그것이 가치를 지닌 물건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상품이 인간 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일 때 비로소 가치로서 객관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러한 가치의 객관적 성격이 순전히 사회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가치는 오직 상품과 상품 사이에 사회적 관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사실, 상품의 교환 가치 또는 교환 관계로부터 출발하여 상품 속에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이제 다시 가치의 현상 형태로 돌아가 보자. 


상품들은 다양한 사용 가치 형태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공통의 가치 형태인 화폐 형태를 지닌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폐 형태의 기원을 밝혀야 한다. 이는 부르주아 경제학이 시도하지 못했던 과제다. 그리고 상품 가치 관계에 내재된 가치 표현이 가장 단순하고 미미한 형태에서 출발하여, 찬란한 화폐 형태로 발전해 온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으로부터 화폐의 신비는 비로소 풀린다. 가장 단순한 가치 관계는 두말할 필요 없이, 한 상품과 다른 종류의 한 상품 사이에 가치 관계다. 따라서 두 상품의 가치 사이에 관계는 한 상품의 가치의 가장 단순한 표현을 제공한다


. 1형태: 단순하고 개별적인 가치 형태

 

X량의 상품 A = Y량의 상품 또는 X량의 상품 AY량의 상품 B와 가치가 같다

(예: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또는 20미터 아마포는 1개 저고리와 가치가 같다.)

 

가치 표현의 두가지 형태: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

 

모든 가치 형태의 비밀은 이 단순한 가치 형태 속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이 형태를 분석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다. 여기서 아마포와 저고리라는 두 종류의 상품은 분명히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아마포는 자신의 가치를 저고리로 표현하고, 저고리는 이러한 가치 표현의 재료가 된다. 곧, 첫 번째 상품(아마포)은 능동적인 기능을 하고, 두 번째 상품(저고리)은 수동적인 기능을 한다. 첫 번째 상품은 자신의 가치를 상대적 가치 형태로 표현하고, 두 번째 상품은 등가 형태로 기능한다.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는 서로 의존하며 제약하는 불가분의 요소들이지만, 동시에 상호 배제하며 대립하는 두 극단, 곧 가치 표현의 양 끝이다. 이 두 끝은 가치 표현으로 상호 연관을 맺는 서로 다른 상품들이 맡는다. 아마포 자체만으로는 아마포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20미터 아마포 = 20미터 아마포'라는 등식은 결코 가치 표현이 아니다. 이 등식이 의미하는 바는 오히려 그 반대로, 20미터의 아마포가 그저 사용 대상으로 고찰한 아마포의 일정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마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곧 다른 상품으로만 표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형태는 어떤 다른 상품이 등가 형태로서 아마포와 마주한다고 전제한다. 다른 한편으로, 등가물 기능을 하는 상품은 동시에 상대적 가치 형태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상품은 자신의 가치 표현이 아닌, 오직 첫 번째 상품 가치를 표현하는 재료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표현은 1개 저고리 = 20미터 아마포'라는 역관계를 내포한다. 그러나 저고리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표현하려면 등식을 뒤집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아마포가 등가물이 된다. 따라서 동일한 상품은 하나의 가치 표현에서 동시에 두 가지 형태를 가질 수 없다. 이 두 형태는 정반대로 서로를 배제한다. 어떤 상품이 상대적 가치 형태에 있는지, 아니면 등가 형태에 있는지는 오직 그 상품이 가치 표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곧, 그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지, 아니면 다른 상품의 가치를 표현하는지에 달려 있다.   

 

상대적 가치 형태의 내용 

 

한 상품이 가지는 가치의 단순한 표현이 두 상품의 가치 관계 속에 어떻게 숨어 있는지를 해명하려면, 이 가치 관계를 먼저 양적 측면으로부터 완전히 떠나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이와 정반대의 연구 방법을 취해, 가치 관계에서 두 상품의 일정한 양이 서로 같아지는 비율만 본다. 그들은 이때 상이한 물건들의 크기는 동일한 단위로 환원된 뒤에야 비로소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동일한 단위로 표현했을 때만 물건들의 크기는 공통분모를 가지며, 따라서 서로 비교할 수 있다


20미터의 아마포가 1개, 20개, 또는 X개의 저고리와 같든, 곧 아마포의 양이 많은 적든, 이러한 비율의 존재는 항상 아마포와 저고리가 가치량이라는 동일한 단위로 표현되며, 동일한 성질을 가진 물건들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아마포 = 저고리'라는 사실이 이 등식의 기초다

 

이 등식에서는 두 상품은 질적으로 동일하지만, 동일한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오직 아마포의 가치만이 표현될 뿐이다. 아마포는 자신과 교환될 수 있는 물건인 저고리와의 관계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표현한다. 이 관계에서 저고리는 가치의 존재 형태, 곧 가치의 물리적 모습으로 간주된다. 이는 오직 그럴 때만 저고리가 아마포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관계 속에서 아마포의 가치 실재는 독립적인 표현을 얻는다. 아마포는 오직 가치로서만 저고리와 동등하며, 자신과 교환될 수 있는 물건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화학에서는 부티르산과 프로필포름산은 서로 다른 물질이지만, 둘 다 탄소(C)와 수소(H)와 산소(O)라는 동일한 화학적 실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비율 또한 'C4H8O2'로 같다. 이제 부티르산을 프로필포름산과 같다고 표시하면, 이 관계는 첫째, 프로필포름산은 'C4H8O2'의 존재 형태일 뿐이며, 둘째, 부티르산 역시 'C4H8O2'로 구성됐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부티르산을 프로필포름산과 동일시하면서, 물리적 형태와는 화학적 구성을 표현하게 된다


상품 가치를 논할 때, 상품을 인간 노동의 단순한 응고물로 분석하여 추상적 가치 차원으로 환원하지만, 그 자체로 현물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 형태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상품 가치는 오직 두 번째 상품과 관계로만 표면에 드러난다. 저고리를 아마포의 등가물로 삼으면, 이는 저고리에 담긴 노동이 아마포에 응결된 노동과 동일하다고 표현한다. 재봉과 직조는 분명 종류가 다른 구체적인 노동이지만, 재봉을 직조와 동일시하면서, 사실상 이 두 노동을 인간 노동이라는 공통된 성격으로 환원하게 된다. 이것은 직조 또한 가치를 창출하는 한에서는 재봉과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추상적 인간 노동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우회적인 방식이다. 서로 다른 상품들 간의 등가 표현만이 그 상품들에 담긴 다양한 노동을 공통적인 인간 노동 일반으로 실제로 환원하며, 이로부터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의 독자적 성격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아마포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의 독특한 성격을 표현하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 노동력은 운동하면서 가치를 창조하지만, 그 자체로 가치는 아니다. 인간 노동은 어떤 대상의 형태로 응고된 상태에서만 가치가 된다. 따라서 아마포 가치를 인간 노동의 응고물로 표현하려면, 그 가치가 아마포 그 자체와는 물질적으로 구별되면서도, 동시에 아마포와 다른 모든 상품에 공통되는 하나의 객관적 실재를 지닌다고 표현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저고리와의 관계 속에서 아마포 가치를 표현할 때, 저고리는 가치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아마포와 같은 종류로 간주된다. 이는 곧 저고리가 가차를 나타내는 물건, 다시 말해 가치를 손으로 만져 느낄 수 있는 현물 형태로 표현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저고리 그 자체는 순수한 사용 가치에 불과하다. 저고리가 스스로 가치를 표현할 수 없는 일은, 임의의 아마포 한 조각이 스스로 가치를 표현할 수 없는 일과 마찬가지다. 상품은 오직 가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저고리가 아마포와 가치 관계 안에 있을 때, 그 관계 밖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의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많은 사람이 금으로 장식된 제복을 입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되는 일과도 같다. 


저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로 재봉이라는 형태의 인간 노동력이 투입된다. 따라서 저고리에는 인간 노동이 응축되어 있으며, 이 점에서 저고리는 '가치를 지닌 존재'. 물론 이러한 속성은 저고리가 아무리 닳아 얇아진다 해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가치 등식에서 아마포의 등가물로서 저고리는 이러한 자격, 곧 구체적인 형상을 띤 가치 또는 가치체로서 기능한다. 저고리가 비록 단추를 채운 채 나타났을지라도, 아마포는 그 속에 있는 가치라는 동류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저고리가 아마포에게 가치를 대표하려면, 아마포에게 가치는 반드시 저고리의 형태를 취해야만 한다. 이는 개인 A가 개인 B로부터 '국왕'으로 숭배를 받고자, B의 눈에 국왕이 A의 육체를 가지고 나타나야 하는 일과도 같다. 더군다나 A의 용모와 머리털 등은 '국왕'이 바뀔 때마다 변해야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저고리가 아마포 등가물이 되는 가치 관계에서, 저고리 형태는 가치 형태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상품인 아마포 가치는 상품인 저고리라는 물체로 표현된다. 이는 한 상품의 가치가 다른 상품의 사용 가치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사용 가치 면에서 아마포는 저고리와 명확히 구별되는 물건이지만,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아마포가 저고리와 같으며, 따라서 저고리처럼 보인다. 이로부터 아마포는 자신의 현물 형태와는 다른 가치 형태를 얻게 된다. 아마포의 가치는 아마포와 저고리의 동등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기독교도의 순한 양과 같은 성질을 '기독교도 = 신의 어린 양'이라고 표현하는 일과 같다


상품 가치에 대한 분석은 아마포가 저고리와 교환되는 순간, 그 모든 과정을 상품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 준다. 아마포는 자신의 가치가 추상적인 인간 노동으로 창조됐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저고리가 자신과 동등하게 여겨질 때, 곧 가치일 경우에만 저고리 또한 자신과 동일한 노동을 구성됐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고상한 객관적 실재가 자신의 거친 육체와는 다르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아마포는 저고리 형태로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며, 자신 역시 가치물인 한 저고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상품 언어는 히브리어 외에도 다양한 방언을 가지고 있다. 상품 B를 상품 A와 등치시키는 일이 상품 A의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임을 나타낼 때, 독일어인 'Wertsein'(가치가 있다)이라는 표현은 라틴어 계통 동사들인 'valere', 'valer', 'valoir'에 비해 덜 적절하다. 1593 앙리 4세가 "파리는 확실히 미사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이러한 가치 관계로부터 상품 B의 현물 형태는 상품 A의 가치 형태가 된다. 다시 말해, 상품 B의 물체는 상품 A의 가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품 A 가치체이자 인간 노동의 체현물인 상품 B와 관계를 맺으면서, 상품 B의 사용 가치를 자기 가치 표현의 재료로 삼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상품 A 가치는 상품 B의 사용 가치로부터 표현되어 상대적 가치 형태를 얻게 된다


상대적 가치 형태의 양적 규정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야 하는 각 상품은, 15리터 밀이나, 100그램 커피처럼, 일정한 양의 유용한 물건이다. 이 정해진 상품량에는 특정 양의 인간 노동이 일정량이 포함됐다. 따라서 가치 형태는 가치 일반뿐 아니라, 양적으로 규정된 가치인 가치량도 나타내야 한다. 상품 A가 상품 B에 대해 갖는 가치 관계, 곧 아마포가 저고리에 대해 갖는 가치 관계를 보면, 저고리라는 상품 종류가 가치체 일반으로 아마포에 질적으로 등가일 뿐 아니라, 1개 저고리라는 특정량의 가치체 또는 등가물이 20미터 아마포라는 특정량에 등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 20미터 아마포와 1개 저고리 가치는 같다는 등식은 1개 저고리에 20미터 아마포에 들어 있는 것과 동일한 양의 가치 실체가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두 상품량은 같은 양의 노동, 곧 동일한 노동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20미터 아마포나 1개 저고리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노동 시간은 재봉이나 직조의 생산성이 변할 때마다 달라진다. 이제 이런 변동이 가치량의 상대적 표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1. 아마포 가치는 변동하지만, 저고리 가치는 변동하지 않는 경우

 

아마포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이 아마를 재배지에 비옥도 저하로 인해 두 배가 되면, 아마포 가치 역시 두 배로 상승한다. 기존의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은 이제 '20미터 아마포 = 2개 저고리'로 바뀐다. 이는 1개 저고리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이 20미터 아마포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에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토지 개량으로 인해 아마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한다면, 아마포 가치도 절반으로 하락한다. 이에 따라 등식은 '20미터 아마포 = 1/2개 저고리'가 된다. 이처럼 상품 B(저고리)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상품 A(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곧 상품 B로 표현되는 상품 A 가치는 상품 A 가치에 정비례하여 상승하거나 또는 하락한다.


2. 아마포 가치는 변동하지 않고, 저고리 가치가 변동하는 경우

 

양털 흉작으로 인해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면, 기존의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은 이제 '20미터 아마포 = 1/2개의 저고리'로 바뀐다. 반대로, 저고리 가치가 절반으로 하락하면, 등식은 '20미터 아마포 = 2개 저고리'가 된다. 따라서 상품 A(아마포) 가치는 변하지 않더라도, 상품 B(저고리)로 표현하는 상품 A의 상대적 가치는 상품 B의 가치 변동에 반비례하여 상승하거나 또는 하락한다.


1번2번의 여러 경우를 비교해 보면, 동일한 양의 상대적 가치 변동이 정반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이 '20미터 아마포 = 2개 저고리'로 변하는 경우를 보자. 이는 때로는 아마포 가치가 두 배로 오르기 때문이며, 때로는 저고리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20미터 아마포 = 1/2개 저고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때로는 아마포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고, 때로는 저고리 가치가 두 배로 오르기 때문이다. 

 

3. 아마포와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이 동시에 동일한 방향과 비율로 변동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두 상품 가치가 아무리 변동하더라도,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들의 가치 변동은 가치가 변하지 않은 제3의 상품과 비교할 때에만 드러난다. 모든 상품 가치가 동시에 같은 비율로 상승하거나 하락한다면, 그 상품들의 상대적 가치는 변동하지 않는다. 이 경우, 상품 가치의 실제 변동은 동일한 노동 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이전보다 증가했는지, 또는 감소했는지로 나타난다.

 

4. 아마포와 저고리 각각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동시에, 동일한 방향이면서 서로 다른 정도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변동하는 경우

 

이러한 다양한 조합이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살펴본 1. 2. 3번의 경우를 응용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가치량의 실제 변동이 상대적 가치 크기에 명확하고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상품에서 상대적 가치는 자신의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변동할 수 있고, 반대로 자신의 가치가 변하더라도 상대적 가치는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상품 가치의 양적 변화와 그 상대적 표현이 동시에 변하더라도, 그 변동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등가 형태

 

상품 A(아마포)는 자신의 가치를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상품 B(저고리)의 사용 가치로 표현하면서, 상품 B등가물이라는 독특한 가치 형태를 부여한다. 아마포는 저고리가 자신의 본래 형태와 구별되는 가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아마포와 등치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가치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드러낸다. 저고리가 아마포와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형식 자체가 아마포가 가치로서 자기의 존재를 실질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어떤 상품이 등가 형태로 존재할 때, 그 상품은 다른 상품들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


특정 상품 종류(저고리)가 다른 상품(아마포)을 위한 등가물로 기능하며 직접 교환될 수 있는 독특한 속성을 획득한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둘 사이에 교환 비율이 결정되지 않는다. 이 비율은 아마포의 가치량이 주어질 때, 저고리의 가치량에 따라 정해진다. 저고리가 등가물로, 아마포가 상대적 가치로 표현되든, 또는 그 반대이든, 저고리 가치량은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으로 규정되며, 이는 저고리의 가치 형태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가치는 양적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저고리는 가치 등식에서 다만 사용 가치의 특정량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40미터 아마포는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저고리 2개와 같다. 이 경우, 상품 종류인 저고리는 등가물 기능을 하며, 저고리라는 사용 가치는 아마포에 대해 가치체로 인정된다. 따라서 특정량의 저고리는 아마포의 가치량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2개의 저고리는 40미터의 아마포의 가치량을 나타낼 수 있지만, 결코 자기 자신의 가치량을 표현할 수는 없다. 가치 등식에서 등가물이 항상 어떤 물건, 곧 사용 가치의 양적 형태로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피상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베일리를 비롯한 그의 선행자와 후계자 다수는 가치 표현에서 오직 양적 관계만 보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상품이 등가물로 기능할 때, 그 상품 가치의 양적 크기는 표현되지 않는다.

 

등가 형태를 고찰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사용 가치가 자신의 대립물인 가치 현상의 형태로 된다는 점이다. 곧, 상품의 본래적인 현물 형태가 가치 형태로 전환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전환은 상품 B(저고리, 밀, 철 등)임의의 다른 상품 A(아마포 등)와 가치 관계를 맺을 때에만, 그리고 오직 그 관계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상품도 자기 자신에 대해 등가물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자신의 현물 형태를 자기 가치 표현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품은 반드시 다른 상품을 등가물로 삼아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곧, 다른 상품의 현물 형태를 자신의 가치 형태로 삼는다. 

 

덩어리 사탕은 물체이므로 무게가 있지만, 그 무게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고 손으로 감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미리 무게가 정해진 다양한 쇳붙이 조각, 곧 저울추를 사용한다. 저울추의 물체 형태 그 자체는 덩어리 사탕과 마찬가지로 무게의 현상 형태가 아니다. 하지만 덩어리 사탕의 무게로 표현하고자 사탕을 저울추와 중량 관계에 놓으면, 저울추는 무게 외에는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물체로 기능하게 된다. 저울추의 크기는 사탕의 무게를 측정하는 역할을 하며, 덩어리 사탕에 대해 오직 무게의 화신 또는 무게의 현상 형태만을 대표한다. 저울추가 이러한 기능을 하는 일은 무게가 측정되어야 할 사탕 또는 다른 물체와 맺는 관계 안에서 할 수 있다. 이 두 물체가 모두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러한 관계를 맺을 수 없고, 따라서 한 쪽이 다른 쪽의 무게를 표현할 수도 없다. 이 두 물체를 저울 위에 놓을 때, 무게라는 점에서 서로 동일하며, 따라서 일정한 비율을 취하면 동일한 무게를 가졌다고 확인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치 표현에서 저울추라는 물체가 무게 척도로 덩어리 사탕과 관계를 맺으며 오직 무게만을 대표하듯이, 저고리라는 물체는 아마포와의 관계에서 오직 가치만을 대표한다. 


여기에서 유사성은 끝난다. 덩어리 사탕의 무게를 표현할 때 저울추는 두 물체에 공통된 자연적 속성인 무게를 나타낸다. 하지만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할 때, 저고리는 두 물건의 사회적(초자연적) 속성, 곧 가치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상품(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형태는, 아마포의 가치 존재를 아마포 자체나 그 속성과는 전혀 다르게, 저고리와 같다고 표현한다. 이 표현은 그 뒤에 어떤 사회적 관계가 숨어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등가 형태는 이와 반대다. 등가 형태에서 상품(저고리)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치를 표현하며, 처음부터 가치 형태로 보인다. 물론 이는 저고리가 상품인 아마포에 대해 등가물이 되는 가치 관계 안에서만 성립하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물건의 속성은 다른 물건과의 관계로부터 생겨나는 게 아니라, 그러한 관계 속에서 단지 증명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고리가 무게가 있고 체온을 보존하는 속성을 지니듯이, 등가 형태를 처음부터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등가 형태의 신비성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 등가 형태가 화폐라는 완성된 형태로 눈앞에 나타날 때 비로소 그 신비성에 주목한다. 그때 그들은 금과 은의 신비성을 깨뜨리고자, 금과 은을 덜 화려한 다른 상품들로 대체하며 과거에 등가물로 기능했던 모든 평범한 상품들의 목록을 만족스럽게 나열한다. 하지만 그들은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 표현조차 이미 풀어야 할 등가 형태의 수수께끼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등가물로 기능하는 상품체는 통념상 추상적 인간 노동이 구체적 형태를 띠고 나타나지만, 등가물은 언제나 특정한 유용성을 가진 구체적 노동의 생산물이다. 따라서 구체적 노동이 추상적 인간 노동을 표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저고리가 단순히 추상적 인간 노동의 구체화라면, 저고리 안에 실제로 구현된 재봉 노동은 눈에 보이는 추상적 인간 노동이 되는 셈이다.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하는 맥락에서, 재봉 노동의 유용성은 옷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가치를 지닌 물체(아마포 가치에 객간화된 노동과 구별되지 않는 응고물)을 창조하는 데 있다. 가치의 거울 역할을 하고자, 재봉 노동 그 자체는 인간 노동이라는 추상적 속성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나타내서는 안 된다.

 

인간 노동력은 재봉이라는 형태, 직조라는 형태로 지출된다. 따라서 이 두 형태는 인간 노동이라는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경우(가치 생산)에는 오직 이 관점에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신비도 없다. 그러나 상품의 가치 표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직조가 직조라는 구체적 노동이 아닌, 인간 노동이라는 일반적 속성에서 아마초의 가치를 형성한다고 표현하고자, 아마포의 등가물(저고리)을 생산하는 구체적 노동인 재봉과 대비시킨다. 이 순간 재봉은 추상적인 인간 노동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현실화된다.


등가 형태의 두 번째 특징은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 노동의 현상 형태가 된다는 점이다. 이 구체적 노동(재봉)이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표현으로 인정받게 되므로, 이 노동은 다른 노동(아마포에 들어 있는 노동)과 동일하다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노동은 다른 모든 상품 생산 노동과 마찬가지로 사적 노동이면서도, 동시에 직접적으로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노동은 다른 상품들과 직접 교환될 수 있는 생산물, 곧 저고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의 노동으로 변하는 일은 바로 등가 형태의 셋 번째 특징이다. 등가 형태의 마지막 두 특징은 사고 형태, 사회 형태, 자연 형태와 함께 가치 형태를 처음으로 분석한 저 위대한 학자,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로부터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상품의 화폐 형태가 단순한 가치 형태(어떤 상품의 가치를 임의의 다른 상품으로 표현한 것)가 발전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이는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5개의 침대 = 한 채의 가옥이라고 말한다면‘5개의 침대 = 얼마의 화폐라고 말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더 나아가, 이러한 가치 표현을 할 수 있는 가치 관계는 집과 침대가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꿰뚫었다. 그는 감각적으로 서로 다른 이 물건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면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환은 동일성 없이는 있을 수 없으며, 동일성은 측량의 공통성 없이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난관에 부딪혔고, 가치 형태에 대한 추가 분석을 포기했다. 그는 ‘그러나 종류가 서로 다른 물건들이 같은 단위로 측정된다면, 곧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말은, 실제로는 이뤄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이러한 등식은 물건들의 진정한 성질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실제적인 필요를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이상 분석할 수 없었던 일은 바로 가치 개념의 부재 때문이었다. 침대의 가치를 표현할 때, 집이 침대를 위해 나타내는 그 동일한 공통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집이 침대와 집 모두가 가진, 진정으로 똑같은 무엇을 대표하는 한, 집은 침대에 대해 어떤 동일한 것을 표현하게 된다. 바로 인간 노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상품 가치 형태에서 모든 노동이 동등한 인간 노동, 곧 동일한 질의 노동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가치 형태 분석에서 밝혀내지 못한 이유가 있다. 그리스 사회는 노예 노동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동등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노동력 또한 같지 않다는 점을 사회의 자연적 토대로 삼고 있었다. 모든 노동이 인간 노동 일반이기 때문에, 그리고 오직 그런 경우에만 동등하며 동일하다는 가치 표현의 비밀은, 인간들이 서로 동등하다는 개념이 대중적 선입관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상품 형태가 노동 생산물의 일반적 형태가 되고, 인간들이 상품 소유자로 맺는 관계가 지배적인 사회적 관계가 되는 사회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재성은 바로 그가 상품의 가치 표현에서 하나의 동등 관계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훌륭하게 드러난다. 다만, 그가 살던 사회의 역사적 한계 때문에 바로 이 동등 관계가 실제로 무엇인지를 규명할 수 없었다. 

   

전체로 본 단순한 가치 형태

 

한 상품의 단순한 가치 형태는 다른 종류의 상품과 맺는 가치 관계, 곧 교환 관계에 포함된다. 상품 A의 가치는 상품 B와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질적으로 표현되며, 일정햔 양의 상품 B가 주어진 양의 상품 A와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양적으로 표현된다. 다시 말해, 한 상품의 가치는 그 교환 가치가 주어져야만 비로소 독립적인 표현을 얻게 된다. 이 장의 첫 부분에서 '상품은 사용가치이자 동시에 교환 가치'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정확하지 않다. 상품은 유용한 물체인 사용 가치이면서 동시에 가치다. 상품은 자신의 가치가 본래의 현물 형태와는 다른 독특한 표현 형태, 곧 교환 가치를 가질 때 비로소 그 이중성을 드러낸다. 상품은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교환 가치라는 형태를 띠지 않으며, 자신과 종류가 다른 상품에 대한 가치 관계나 교환 관계에서만 이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있다면, 상품은 사용 가치이면서 동시에 교환가치다’라는 표현은 부정확하더라도 간편한 표현이 될 수 있다. 


분석에서 증명했듯이, 상품의 가치 형태와 가치 표현은 상품 가치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가치와 가치량이 상품 교환 가치의 표현 방식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후자의 사고방식은 근대적 추종자인 페리에, 가닐 같은 중상주의자들이 가졌던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정반대 입장에 있던 바스티아와 그의 동료들 같은 근대 자유무역론자들 역시 이와 같은 착각을 지니고 있었다. 중상주의자들은 가치 표현의 질적인 측면, 곧 화폐를 그 완성 형태로 하는 상품의 등가 형태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어떤 가격에서든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하는 근대 자유무역 상인들은 상대적 가치 형태의 양적인 측면에 중시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상품의 가치나 가치량은 오직 교환 관계의 표현, 곧 매일의 상품 시세표에만 존재할 뿐이다. 런던에서 금융가의 혼란스러운 관념들을 그럴듯하게 정리하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던 스코틀랜드 사람, 맥클라우드는 미신을 숭배하는 중상주의자와 개화된 자유 무역 상인에 훌륭한 혼혈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 AB의 가치 관계에 포함된 상품 A의 가치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관계 안에서 상품 A의 본래 형태는 오직 사용 가치로만 나타나고, 상품 B의 본래 형태는 오직 가치 형태 또는 가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상품 내부에 숨어 있는 사용 가치와 가치 사이에 내적 대립은 두 상품 간 외적 대립으로 표출된다, 곧, 자신의 가치를 표현해야 하는 한쪽 상품은 직접적으로는 사용 가치로만 여겨지고, 그 가치를 표현하는 다른 쪽 상품은 직접적으로는 교환 가치로만 여겨진다. 따라서 한 상품의 단순한 가치 형태는 그 상품 내부에 존재하는 사용 가치와 가치 사이에 대립이 단순하게 외부에 나타난 형태다.


노동 생산물은 어떤 사회 제도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대상이지만, 그 생산에 투입된 노동이 물건의 객관적 속성, 곧 가치로 나타나는 일은 오직 역사적으로 특수한 발전 단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바로 이 단계에서 노동 생산물은 상품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상품의 단순한 가치 형태는 동시에 노동 생산물의 단순한 상품 형태이며, 상품 형태의 발전은 가치 형태의 발전과 함께 진행된다.


단순한 가치 형태가 불충분하다는 점은 첫눈에도 명백하다. 그것은 상품 가치를 화페량으로 표현하는 가격 형태로 성숙하기 전, 하나의 싹에 불과하다. 상품 A의 가치를 다른 어떤 상품 B로 표현한다면, 다만 상품 A의 가치를 그것의 사용 가치와 구별하는 데 그친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상품 A를 오직 한 가지 상품 종류(B)와 교환 관계에 놓을 뿐이며, 다른 모든 상품들과 상품 A 사이에 질적인 동등성이나 양적인 비율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상품(아마포)에 대한 단순한 상대적 가치 형태에는 다른 하나의 상품(저고리)에 대한 개별적인 등가 형태가 대응한다. 따라서 아마포의 상대적 가치 표현에서 저고리는 이 하나의 상품 종류, 곧 아마포에 대해서만 등가 형태, 직접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한다.

 

단순한 가치 형태는 스스로 더 완전한 형태로 나아간다. 물론 단순한 가치 형태는 한 상품 A의 가치를 다만 한 종류의 다른 상품으로만 표현한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상품이 저고리이든, 쇠이든, 밀이든, 그 무엇이든 전혀 상관없다. 따라서 상품 A가 어떤 다른 상품 종류와 가치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상품 A의 단순한 가치 표현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가치 표현 의 수는 상품 A를 제외한 다른 상품 종류의 수로부터만 제한된다. 그러므로 상품 A의 개별적인 가치 표현은 무한히 연속되는 다양하고 단순한 가치 표현들로 전환된다.


. 2형태: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 형태

 

z량의 상품

 = u량의 상품 B

 = v량의 상품 C

 = w량의 상품 D

 = x량의 상품 E

 = 기타 등등

 

20미터의 아마포 

 = 1개의 저고리

 =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

 = 1리터 밀

 = 2온스 금

 = 1/2톤 철

 = 기타 등등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

 

이제 한 상품인 아마포 가치는 상품 세계에 있는 무수한 다른 상품들로 표현된다. 이로써 다른 모든 상품체는 아마포 가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러한 형태는 아마포 가치 자체가 진정으로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응고물임을 보여준다. 아마포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은 이제 다른 어떤 형태의 인간 노동(저고리, 밀, 쇠, 금 등 어떤 현물 형태로 대상화된)과도 동일한 노동으로 명확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아마포는 자신의 가치 형태로부터 단 하나의 다른 상품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상품 세계 전체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아마포는 상품으로 세계의 한 시민이 된다. 동시에, 아마포 가치를 무한히 표현하는 이러한 연속적인 관계로부터, 아마포 가치는 그것을 드러내는 사용 가치의 특수한 형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1형태에서 두 상품이 일정한 양적 비율로 교환될 수 있다는 점은 우연적 사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2형태에서는 이러한 우연적 현상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교환 비율을 규정하는 배경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마포 가치는 그것이 저고리, 커피, 철 등 수많은 다른 소유자들의 상품으로 표현될 때마다 그 크기가 항상 동일하다. 이는 두 개인적 상품 소유자 사이에 우연적 관계를 제거한다. 이제 상품 교환이 상품 가치량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상품 가치량이 상품 교환 비율을 명백하게 규제한다.


특수한 등가 형태

 

저고리, 커피, 철, 차, 밀 등의 상품은 아마포 가치를 표현할 때 등가물로, 곧 가치체로 기능한다. 이 상품들 각각의 현물 형태는 다른 여러 상품과 함께 하나의 특수한 등가 형태가 된다. 마찬가지로, 여러 상품체에 포함된 다양한 구체적 유용 노동들은 이제 인간 노동 일반의 특수한 실현 형태 또는 현상 형태로 간주된다.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 형태의 결함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 형태에는 여러 결함이 있다. 첫째로, 상품의 상대적 가치 표현은 미완성이다. 상품 가치를 나타내는 연속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가치 등식의 사슬은 새로운 상품 종류가 등장할 때마다 연장된다. 둘째, 이 사슬은 조각조각 끊어진 잡다한 가치 표현들의 다채로운 조각무늬를 이룬다. 끝으로, 각 상품의 상대적 가치가 이러한 전개된 형태로 표현되면, 모든 상품의 상대적 가치 형태는 서로 다른 무한한 가치 표현들의 연속으로 된다.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의 결함은 그에 대응하는 등가 형태에도 나타난다. 각 상품 종류의 현물 형태는 수많은 등가 형태 가운데 하나가 되며, 각각의 등가 형태는 서로를 배제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오직 파편적 등가 형태만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특수한 등가물 상품에 포함된 특정한 구체적 유용 노동은 인간 노동의 특수한 종류일 뿐이므로, 인간 노동 일반의 포괄적 현상 형태가 될 수 없다. 물론 인간 노동의 완전한 또는 전체적인 현상 형태는 그 특수한 현상 형태들의 총체로 구성되는 일은 사실이지만, 이 경우 인간 노동은 하나의 통일적인 현상 형태를 가지지 못한다.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는 단순한 상대적 가치 표현들의 합계, 곧 제1형태에 속하는 여러 등식들의 합계에 불과하다.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20미터 아마포 = 10그램 차 등

 

그러나 이 등식들은 각각 좌변과 우변을 바꾸어 놓은 다음과 같은 등식 또한 내포한다. 

 

1개 저고리 = 20미터 아마포

10그램 차 = 20미터 아마포 등등

 

사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마포를 여러 다른 많은 상품들과 교환하고, 그로 인해 아마포 가치를 일련의 다른 상품들로 표현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상품 소유자들도 자신의 상품을 아마포와 교환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여러 상품 가치를 동일한 제3의 상품, 곧 아마포로 표현하게 된다. 여기서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또는 '= 10그램 차', 등과 같은 연속을 거꾸로 뒤집어, 이미 내포된 역관계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나타난다. 


. 3형태: 일반적 가치 형태

 

· 1개 저고리

·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

· 1리터 밀

· 2온스 금

· 1/2톤 철

· X량의 상품 A

· 기타 등등 상품

 

 = 20미터 아마포 

 

가치 형태의 변화한 성격

 

이제 여러 가지 상품들은 자신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1). 간단하게 표현한다: 단 하나의 상품으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2). 통일적으로 표현한다: 왜냐하면 동일한 상품으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들의 가치 형태는 간단하고, 공통적이며, 일반적이다.


1형태와 제2형태는 한 상품의 가치를 자신의 사용 가치(상품체)와 구별되는 다른 것으로 표현하는 데 불과했다. 1형태는 '1개 저고리 = 20미터 아마포', '10그램 차 = 1/2톤 철' 과 같은 가치 등식을 제공했다. 그러나 저고리의 가치 표현(아마포와 동등함)과 차의 가치 표현(철과 동등함)은 아마포와 철이 서로 다르듯이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다. 이러한 형태는 노동 생산물이 우발적이고 간헐적인 교환 행위로부터 상품으로 전환되는 교환 초기 단계에서만 실제로 나타난다.


2형태는 제1형태보다 한 상품의 가치를 자신의 상품 가치와 더 완전하게 구별한다. 자기의 사용 가치와 구별한다이제 아마포 가치는 저고리, 쇠, 차 등 아마포를 제외한 다른 모든 물건과 동등하게 되어 아마포의 본래적인 현물 형태와 대립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형태는 모든 상품의 공통된 가치 표현을 직접적으로 배제된다. 각 상품의 가치 표현에 다른 모든 상품들이 등가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된 등가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전개된 가치 형태는 특정 노동 생산물, 가축이 예외적이 아닌 관습적으로 다양한 상품들과 교환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실제로 나타난다.

 

새로 얻은 제3형태는 상품 세계의 가치를 그 안에서 선별된 한 종류의 상품, 곧 아마포로 표현한다. 이 형태로부터 모든 상품은 아마포와 동등해지면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한다. 이제 어떤 상품의 가치도 자신의 사용 가치뿐만 아니라 모든 사용 가치로부터 구별된다.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상품 가치가 아마포라는 공통의 매개체로 표현된다. 따라서 이 형태로부터 비로소 상품들은 실제 가치로 서로 관계를 맺거나 상호 간 교환 가치로 나타나게 된다.


이전에 두 가치 형태는 각 상품 가치를 단 하나의 다른 상품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그 상품과 다른 여러 상품들로 표현한다. 어느 경우든, 개별 상품이 가치 형태를 얻는 일은, 그 상품만의 개인적인 일로 보이며다른 상품들의 협력 없이 달성된다다른 상품들은 그저 등가물이라는 수동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일반적 가치 형태는 오직 상품 세계 전체의 공동 사업으로만 완성될 수 있다. 한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모든 상품들이 동일한 등가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새로 등장하는 상품 종류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상품이 가치로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일은 순전히 이 물건들의 사회적 존재에 근거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객관적 실재는 상품들의 전면적인 사회적 관계로부터만 표현될 수 있으며, 따라서 상품의 가치 형태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형태여야 한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모든 상품이 아마포와 동등해지는 이러한 형태에서, 모든 상품은 이제 질적으로 서로 동등한 가치 일반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가치량으로 나타난다. 이는 모든 상품의 가치량이 동일한 재료인 아마포로 표현되기 때문에 서로 비교된다. 10그램의 차 = 20미터 아마포와 같고, 40그램 커피 = 20미터 아마포와 같다면,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와 같다. 이는 1그램 커피에는 1그램 차에 들어 있는 가치 실체(노동)의 1/4만 들어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는 상품 세계에서 분리된 아마포에 일반적 등가물의 성격을 부여한다. 아마포의 현물 형태는 이제 모든 상품의 가치가 공통적으로 취하는 형태가 되며, 따라서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형태에서 아마포의 생산(직조)은 모든 인간 노동의 눈에 보이는 화신, 곧 모든 인간 노동의 사회적 현상 형태로 간주된다. 곧, 사적 노동인 직조는 다른 모든 종류의 노동과 동등하다는 일반적인 사회 형태를 획득한다. 일반적 가치 형태를 구성하는 수많은 등식은 아마포에 구현된 노동을 다른 상품에 포함된 다양한 노동과 차례로 동등하게 만들어, 직조를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일반적 현상 형태로 만든다. 이처럼 상품 가치에 객관화된 노동은 현실적 노동의 모든 구체적 형태와 유용한 속성을 제거하는 소극적 표현과 동시에, 모든 종류의 현실적 노동을 인간 노동력 지출이라는 공통된 성질로 환원시키는 적극적 표현을 갖게 된다. 따라서 모든 노동 생산물을 무차별적인 인간 노동의 단순한 응고물로 표현하는 일반적 가치 형태는 그 구조 자체로 상품 세계의 사회적 표현임을 보여준다. 이로써 상품 세계 안에서는 노동의 일반적 인간적 성격이 그 노동의 독자적인 사회적 성격을 형성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의 상호의존적 발전

 

상대적 가치 형태의 발전 정도와 등가 형태의 발전 정도는 서로 대응한다. 그러나 등가 형태의 발전은 상대적 가치 형태 발전의 단순한 표현이자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단순한 가치 형태한 상품에서 가치를 다른 한 상품으로 표현하는 단순한 상대적 가치 형태는 그 다른 상품을 개별적 등가물로 만든다


· 전개된 가치 형태: 한 상품에서 가치를 다른 모든 상품들로 표현하는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는 다른 모든 상품들에게 각기 다른 종류의 특수한 등가물 형태를 부여한다. 


· 일반적 가치 형태: 기타 모든 상품들이 한 가지 특수한 상품을 자신들의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가치 표현의 재료로 삼기 때문에, 그 특수한 상품은 일반적 등가물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가치 형태가 발전함에 따라, 그 두 끝인 상대적 가치 형태와 등가 형태 사이에 대립 또한 발전한다.


이미 제1형태인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라는 등식에도 이러한 대립은 내포되어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는 등식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지, 또는 그 반대로 읽는지에 따라 아마포와 저고리라는 두 상품이 각각 상대적 가치 형태가 되기도 하고, 등가 형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두 극의 대립성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2형태에서는 한 번에 단 한 가지 상품만이 자신의 상대적 가치를 완전히 전개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모든 상품이 그 한 가지 상품에 대한 등가물로 기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그 상품이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형태에서는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또는 = 10그램 차'와 같은 가치 등식의 좌우를 바꾸어 놓을 수 없다. 등식을 바꾸면, 그 전체적인 성격이 변경되어 전개된 가치 형태가 일반적 가치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3형태는 상품 세계에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를 부여한다. 이것은 오직 하나의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등가 형태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성립한다. 따라서 아마포라는 단 하나의 상품만이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할 수 있는 직접적 사회 형태를 얻게 된다. 이는 다른 모든 상품들이 이러한 형태를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에만 성립하는 특수한 조건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는 상품은 통일적이고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로부터 제외된다. 아마포(일반적 등가물)가 동시에 상대적 가치 형태에도 포함된다면, 아마포는 자기 자신의 등가물이 되어야 한다. 이 경우 '20미터 아마포 = 20미터 아마포'라는 동어 반복이 발생하며, 이는 가치나 가치량을 표현하지 못한다. 일반적 등가물의 상대적 가치를 표현하려면 오히려 제3형태를 역으로 적용해야 한다. 곧, 일반적 등가물은 다른 상품들과 공통된 상대적 가치 형태를 가지지 않으며, 그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체의 무한한 연속으로 상대적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전개된 상대적 가치 형태(2형태)가 바로 등가물 상품의 독자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로 나타난다. 

 

일반적 가치 형태가 화폐 형태로 이행

 

일반적 등가 형태는 가치 일반의 한 가지 형태이므로, 어떤 상품이든 이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3형태에서 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일은 오직 다른 모든 상품이 그 상품을 자신들의 등가물로 선택하고 배제할 때에만 성립한다. 이러한 배제 과정이 최종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상품 종류에 한정되는 순간, 상품 세계의 통일적인 상대적 가치 형태는 비로소 객관적인 고정성과 일반적인 사회적 타당성을 획득한다. 


자신의 본래 형태가 사회적 등가물로 간주되는 특수한 상품 종류는 이제 화폐 상품이 된다. 곧, 화폐로 기능하게 된다. 이 상품은 상품 세게에서 일반적 등가물로 작용하며, 이 역할은 그 상품만의 독점적인 사회적 기능이 된다. 역사적으로, 2형태에서 개별 등가물로 기능했고 제3형태에서 공통적으로 상대적 가치를 표현했던 여러 상품들 가운데, 금이라는 특정 상품이 이러한 특권적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3형태에서 아마포 자리에 금을 놓으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된다.

  

. 4형태: 화폐 형태

 

· 2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

· 10그램 차

· 40그램 커피

· 1리터 밀

· 1/2톤 철

· X량의 상품 A

 

 = 20미터 아마포


1형태에서 2형태로, 그리고 다시 제2형태에서 제3형태로의 이행 과정에서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4형태는 제3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마포 대신 금이 이제 일반적 등가 형태를 취한다는 점만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제4형태에서 금은 3형태의 아마포와 마찬가지로 일반적 등가물의 기능을 수행한다. 발전한 점은, 직접적으로 보편적인 교환 형태, 곧 일반적 등가 형태가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금이라는 특수한 현물 형태와 최종적으로 동일시됐다는 점뿐이다. 금이 다른 여러 상품에 대해 화폐로 기능하는 점은, 이미 그 전부터 금이 그들과 상품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도 개별적인 교환에서는 개별적 등가물로, 전개된 교환에서는 여러 다른 등가물 상품과 함께 특수한 등가물로 기능했다. 그러다가 점차 때로는 좁은 범위에서, 때로는 더 넓은 범위에서,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게 된다. 금이 상품 세계의 가치 표현에서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를 독점하자마자, 비로소 화폐 상품이 된다. 금이 화폐 상품이 됐을 때, 4형태는 이전 형태들과 구별된다. 곧, 일반적 가치 형태가 화폐 형태로 전환된다. 한 상품(아마포)의 상대적 가치를 화폐 상품(금)으로 표현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가격 형태라고 한다. 따라서 아마포의 가격 형태는 다음과 같다.

 

20미터 아마포 = 2온스 금

 

또는 금 2온스 주화의 명칭이 2원이라면,

 

20미터 아마포 = 2


화폐 형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일반적 등가 형태, 곧 일반적 가치 형태(3형태)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제3형태(일반적 가치 형태)를 역으로 되돌리면, 2형태(전개된 가치 형태)로 환원된다. 


· 이 제2형태의 구성 요소는 제1형태(단순한 가치 형태)인 '20미터 아마포 = 1개 저고리'와 같은 개별적인 가치 등식이다.  


따라서 가장 단순한 형태인 단순한 상품 형태(단순한 가치 형태)가 바로 화폐 형태의 싹이다. 


1-4.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상품은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당연한 물건이다. 그러나 분석하면, 그것은 형이상학적 궤변과 신학적 잔소리로 가득한 기묘한 물건임이 드러난다. 상품이 사용 가치인 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속성을 지니든, 인간 노동의 산물로 그 속성을 얻게 되든, 그 안에 신비한 요소는 전혀 없다. 인간이 자신의 활동으로부터 자연 재료의 형태를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꾸는 일은 자명하다. 나무로 책상을 만들면 나무의 형태가 변할 뿐, 책상은 여전히 나무로 만들어진 감각적인 물건이다. 그러나 이 책상이 상품으로 변하는 순간, 그것은 초감각적인 물건으로 변모한다. 책상은 자기 발로 마룻바닥 위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품과 역관계를 맺으며, 책상이 스스로 춤을 추는 일보다 훨씬 더 기이한 환상을 그 나무 머리에서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상품의 신비한 성격은 그 사용 가치에서 비롯되지 않고, 상품 가치를 규정하는 요소들의 성격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첫째, 유용 노동이나 생산 활동은 그 종류가 다양하더라도 언제나 인간 유기체의 기능이며, 그 성격과 형태가 어떠하든 본질적으로 인간의 뇌, 신경, 근육, 감각 기관 등을 소모하는 생리학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치의 양을 규정하는 토대인 노동력 지출의 지속 시간, 곧 노동량은 노동의 질과는 명확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생활 수단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은 사람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비록 발전 단계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를지라도). 끝으로,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하게 되면, 그들의 노동 역시 사회적 형태를 띠게 된다. 그렇다면 노동 생산물이 상품 형태를 취하는 순간 생기는 이 수수께끼 같은 성격은 어디에서 오는가. 분명히 이 형태 자체에서 온다. 왜냐하면 다양한 인간 노동이 동등하다는 점은 노동 생산물이 가치로서 동등한 객관성을 가진다는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며, 인간 노동력 지출을 그 지속 시간으로 측정하는 일은 노동 생산물의 가치량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생산자들 사이에 관계(그들의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증명되는)는 노동 생산물 사이에 사회적 관계라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


상품 형태의 신비함은, 그것이 인간 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노동 생산물 자체의 물리적 특성처럼 보이도록 하며,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를 그들 밖에 존재하는 물건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처럼 보이게 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처럼 변형된 노동 생산물은 상품이 되며,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초감각적(사회적)인 물건이 된다. 이는 물건에서 나오는 빛이 시신경을 자극해 물건을 보게 된다고 여기지 않고, 그 빛을 눈 밖에 존재하는 물건의 객관적 형태로 간주하는 일과 비슷하다. 물론 사물을 볼 때 빛은 실제로 한 물건(외부 대상)에서 다른 물건()으로 던져지는, 물리적 대상들 간 물리적 관계이다. 그러나 상품의 경우는 다르다. 노동 생산물이 상품으로 존재하고, 노동 생산물 사이에 가치 관계(상품이라는 표식을 부여하는)가 형성되는 일은 생산물의 물리적 속성이나 그로부터 발생하는 물질적 관계와는 무관하다. 이는 인간들의 눈에는 물건들 사이에 관계로 보이는 환상적인 형태일 뿐, 실제로는 인간들 간 특정한 사회적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슷한 예를 찾으려면 몽롱한 종교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인간 두뇌의 산물들은 스스로 생명을 가진 자립적인 인물로 등장하여 그들 상호 간,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상품 세계에서는 인간 손의 산물들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이를 필자는 물신 숭배라 부르는데, 이는 노동 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는 순간 상품에 들러붙고, 따라서 상품 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 상품 세계의 이러한 물신 숭배는 앞선 분석이 보여주듯,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 특유의 사회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유용한 물건이 상품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사적 개인들의 노동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적 개인들의 노동 총합이 곧 사회의 총노동을 이룬다. 생산자들은 자신의 노동 생산물을 교환하면서 비로소 사회적으로 접촉하게 되며, 그들의 사적 노동에 내재된 독특한 사회적 성격은 오직 이 교환 과정에서만 드러난다. 곧, 교환 행위가 노동 생산자들 사이에, 그리고 노동 생산물을 매개로 생산자들 사이에 맺어주는 관계에서만, 사적 개인의 노동은 비로소 사회 총노동의 한 요소로 나타난다. 따라서 생산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적 노동 간 사회적 관계가, 개개인이 작업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맺는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실제로 눈에 보이는 바와 같이 물건으로부터 개인들이 맺는 관계, 그리고 물건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로 나타난다.

 

노동 생산물은 교환으로부터 비로소 유용한 물건이라는 감각적이고 다양한 물체와 구별되는 사회적으로 동등한 객관적 실재, 곧 가치를 얻는다. 노동 생산물이 유용한 물건과 가치 있는 물건으로 분리되는 현상은, 교환이 이미 충분히 보편화되어 유용한 물건이 교환을 위해 생산되고, 그 물건 가치로서의 성격이 이미 생산 단계에서부터 고려될 때 비로소 실제로 나타난다. 이 순간부터 개별 생산자의 사적 노동은 이중적인 사회적 성격을 띠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적 노동이 특정한 유용 노동으로서 일정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러면서 자연 발생적인 사회적 분업의 한 부분으로 사회 총노동의 한 요소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적 노동이 개별 생산자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은, 각각의 특수한 유용하고 사적 노동들이 서로 교환되고, 서로 동등하다고 인정될 때뿐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노동을 완전히 동등하게 만드는 일은, 그 현실적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노동을 인간 노동력 지출(추상적 인간 노동)이라는 공통적 성격으로 환원할 때만 성립한다. 사적 생산자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사적 노동이 지닌 이러한 이중적인 사회적 성격은 생산물 교환이라는 실제 거래 형태로만 나타난다. 따라서 사적 노동의 사회적 유용성은 노동 생산물이 타인에게 유용해야 한다는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노동의 동등성이라는 사회적 성격은 물질적으로 서로 다른 노동 생산물이 모두 하나의 공통된 성질(가치)을 가지고 있다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동 생산물이 단순히 동질의 인간 노동을 품고 있는 물질적 겉껍데기이기 때문에 서로 가치로서 관계를 맺는다고 보지 않으며, 그 반대로 생각한다. 곧, 사람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생산물을 교환 과정에서 서로 가치로서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그들의 서로 다른 노동을 인간 노동으로 동등하게 만든다. 그들은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가치는 자신의 이마에 가치라고 써 붙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가치는 각각의 노동 생산물을 하나의 사회적 상형 문자로 바꾸어 놓는다. 이후에 사람들은 이 상형 문자의 의미를 해독하여 자신들의 사회적 산물(가치)의 비밀을 해명하려고 노력한다유용한 물건이 가치라는 성격을 갖게 된 일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노동 생산물이 가치인 한, 그것은 생산에 투여된 인간 노동의 물질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후대의 과학적 발견은 인류 발전사에 획기적인 일이지만,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생산물 자체의 객관적 성격으로 보이게 하는 환상을 결코 없애지는 못한다. 상품 생산이라는 특수한 생산 형태에 속한 사람들은, 위에 과학적 발견 이전에든 이후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절대적 타당성으로 여긴다. 곧, 서로 독립적인 사적 노동의 독특한 사회적 성격이 인간 노동으로 동등하다는 점에 있고, 그 사회적 성격이 노동 생산물에서 가치라는 존재 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공기의 구성 성분이 과학적으로 발견된 뒤에도 공기 그 자체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마찬가지의 절대적 타당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생산자들이 교환을 할 때, 그들이 가장 먼저 실제로 관심을 갖는 일은 자신의 생산물이 타인의 생산물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 곧 어떤 비율로 교환되는가다. 이 비율이 관습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 비율은 노동 생산물의 본질에서 나오듯이 보인다. 그래서 '1톤 쇠와 2온스 금이 가치가 같다'는 말은 '1그램 금과 1그램 쇠가 물리적, 화학적 속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무게를 가진다'는 사실처럼 자연스럽게 생각된다. 노동 생산물의 가치 성격은 생산물들이 가치량으로 상호 작용할 때 비로소 명확해진다. 왜냐하면 이 가치량은 교환하는 사람들의 의지, 예견, 행동과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이다. 사회 안에서 교환자들 자신의 행동은 그들에게 물건들의 운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들은 이 운동을 통제하기는커녕 도리어 그 운동으로부터 통제당하고 있다. 서로 독립적으로 수행되면서도 사회적 분업의 자연 발생적 일환로서 전면적으로 상호 의존는 모든 종류의 사적 노동이 사회가 요구하는 양적 비율로 끊임없이 조정된다는 과학적 인식은, 경험 자체로부터 생겨나려면 상품 생산이 완전히 발전해야만 한다. 이러한 조정이 이뤄지는 이유는, 생산물들 사이에 우연적이고 끊임없이 변동하는 교환 관계 속에서 생산물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이 중력 법칙과 같이 규제적인 자연 법칙으로 자신을 관철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동 시간에 따른 가치량의 결정은 상품의 상대적 가치 현상 뒤에 숨어 있는 하나의 비밀이다. 이 비밀을 찾아내더라도, 노동 생산물의 가치 크기가 순전히 우연적으로 결정되는 일 같은 겉모습을 없앨 수는 있어도, 가치 크기가 결정되는 형태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사회 생활 형태들에 대한 고찰, 곧 이 형태들의 과학적 분석은 그것들의 실제 역사적 발전 경로와는 반대로 이루어진다. 분석은 잔치가 끝난 뒤에, 곧 발전 과정의 결과를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노동 생산물에 상품이라는 표식을 찍고, 따라서 상품 유통의 전제 조건이 되는 형태들은, 사람들이 그 형태들의 역사적 성격을 파악하기도 전에(왜냐하면 그 형태들은 역사적으로 변하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 이미 사회 생활의 자연적 형태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그래서 오직 상품 가격을 분석할 때만 가치량 결정의 문제가 제기됐고, 모든 상품이 공통적으로 화폐로 표현된다는 사실로부터만 상품 = 가치라는 성격이 확정됐다. 그러나 바로 상품 세계의 이 완성된 형태, 곧 화폐 형태는 사적 노동의 사회적 성격과 개별 노동자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를 숨김없이 폭로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그 관계를 물건들 사이에 관계로 나타내며 은폐하고 있다. 아마포가 추상적 인간 노동의 일반적 화신이기 때문에 저고리나 장화와 관계를 맺는다는 올바른 주장은 명백히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저고리와 장화 생산자들이 자신의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인 아마포나 금, 은과 비교할 때, 이 비교가 사회의 총노동과 그들의 사적 노동 사이에 관계를 표현한다는 올바른 인식 또한 생산자들에게는 똑같이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부르주아 경제학의 범주들은 이와 같은 형태들로 구성됐다. 이러한 범주들은 역사적으로 규정된 특정한 사회적 생산양식(상품생산)의 생산 관계에서는 사회적으로 타당하고 객관적인 사고 형태이다. 그러므로 상품의 모든 신비(상품 생산의 토대로 노동 생산물을 둘러싼 모든 환상과 황당함)는 다른 생산 형태로 이행하는 순간 사라진다. 정치경제학자가 자주 언급하는 로빈슨 크루소를 예로 들어보자. 크루소는 검소한 성격이지만 다양한 욕구를 충족해야 하므로 도구를 만들고, 가구를 제작하며, 염소를 기르고, 물고리를 잡는 등 여러 유용 노동을 해야 한다. 기도를 하거나 이와 비슷한 행위는 여기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크루소는 이 모든 활동을 즐기고 위안거리로 삼기 때문이다. 그의 다양한 생산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여러 기능들이 모두 자신의 다양한 활동 형태, 곧 인간 노동의 여러 방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는 절실한 필요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여러 기능에 정확하게 배분한다. 어떤 활동이 자신의 전체 활동에서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할지는, 목적하는 유용한 효과를 얻는 데 부딪치는 어려움의 크기에 달려 있음을 그는 경험으로 이를 안다. 난파선에서 시계, 장부, 잉크, 펜을 구해낸 크루소는 훌륭한 영국인답게 자신의 일들을 장부에 적기 시작한다. 그의 장부에는 그가 소유한 유용한 물건들과 그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작업, 그리고 일정량의 생산물을 만드는 데 평균적으로 걸리는 노동 시간이 상세히 기록됐다. 로빈슨 크루소와 그 자신의 손으로 만든 부를 구성하는 물건들 사이에 모든 관계는 너무나 간단명료하여 누구라도 특별히 머리를 쓰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관계들은 이미 가치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 로빈슨 크루소의 밝은 섬에서 벗어나, 음울한 중세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곳에는 독립적인 개인이 아닌,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적인 농노와 영주, 가신과 제후, 평민과 성직자가 존재한다. 인격적 예속이 물질적 생산의 사회적 관계와 그에 기반한 삶의 여러 부문을 규정한다. 그러나 바로 이 인격적 예속 관계가 사회 기반을 이루기 때문에, 노동과 노동 생산물은 그들의 실제 모습과는 다른 환상적인 모습을 띨 필요가 없다. 노동과 생산물은 사회 거래에서 부역과 공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품 생산 사회와 같이 노동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이곳에서는 노동의 특수하고 자연적인 형태가 노동의 직접적인 사회적 형태이다. 부역은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과 마찬가지로 시간으로 측정되지만, 어떤 농노도 자신이 영주에게 바치는 노동이 자신의 노동력 가운데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가 교회에 내야 하는 십일조는 성직자로부터 받는 축복보다 훨씬 더 명확하다. 중세 사람들의 서로에 다양한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든, 노동을 하면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가 그들 자신 사이에 인격적 관계로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물건들(노동생산물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로 위장되지 않는다.

  

공동 노동, 또는 직접적으로 연합한 노동의 예를 찾고자 모든 문화 민족의 역사 초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가까운 예로 가족의 필요를 위해 밀, 가축, 천, 아마포, 의복 등을 생산하는 농민 가족의 가부장적 생산이 있다. 이런 물건들은 그들 가족의 공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생산물이지만, 상품으로 서로 마주하지는 않는다. 이 생산물을 만드는 여러 종류의 노동(농경, 목축, 방적, 직조, 재봉 등)은 있는 그대로 사회적 기능이다. 이는 상품 생산에 기반을 둔 사회와 마찬가지로, 자체의 자연 발생적인 분업 체계를 가진 가족 기능이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의 성별, 나이 차이와 계절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노동의 자연적 조건이 가족 구성원 사이에 노동 배분이나 각자의 노동 시간을 규제한다. 이 경우, 각 개인의 노동력은 처음부터 가족 전체 노동력의 한 부분으로 간주되므로, 개별 노동력 소모를 그 지속 시간으로 측정하는 일은 이미 노동 자체의 사회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공동 생산 수단을 사용하며, 다양한 개인들의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가정해보자. 여기에는 로빈슨 크루소의 노동이 지녔던 모든 특징이 다시 나타나지만, 개인적 노동이 아닌 사회적 노동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로빈슨이 생산한 모든 것은 전적으로 그 자신의 개인적 노동의 결과였으며, 따라서 그가 사용할 물건이었다. 이 자유로운 개인들 연합의 총생산물은 사회적 생산물이다. 이 생산물의 일부는 다시 생산 수단으로 쓰이고자 사회에 남고, 다른 일부는 연합의 구성원들이 생활 수단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구성원들 사이에 분배되어야 한다. 이 분배 방식은 공동체 생산 조직과 생산자들의 역사적 발전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상품 생산과 대조하고자, 각 개별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생활 수단의 분배 몫이 각자의 노동 시간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노동 시간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정확한 사회적 계획에 따른 노동 시간 배분은 연합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한 작업들 사이에 적절한 비율을 설정하고 유지한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 시간은 각 개인이 공동 노동에 참가한 정도를 재는 척도로 기능하며, 따라서 총생산물 가운데 개인적으로 소비되는 부분에 대한 그의 분배 몫의 척도가 된다. 개별 생산자들이 노동이나 노동 생산물에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는 생산뿐만 아니라 분배에서도 단순하고 투명하다.


종교 세계는 현실 세계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생산자 일반이 자신의 생산물을 상품과 가치로 취급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사적 노동을 동질적인 인간 노동으로 환원하며 서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상품 생산 사회에서는, 추상적 인간을 숭배하는 기독교, 특히 그 부르주아적 발전 형태인 프로테스탄트교나 이신론이 가장 적합한 종교 형태이다. 고대 아시아적, 그리고 다른 고대적 생산 양식에서는 생산물이 상품으로, 인간이 상품 생산자로 전환되는 일이 종속적인 위치를 차지했는데, 원시 공동체가 붕괴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 중요성이 커졌다. 진정한 상업 민족은 고대 세계에서는 오직 틈새에만 존재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두 세계에 사는 신처럼, 또는 폴란드 사회의 틈새에 끼여 사는 유대인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고대 사회의 생산 유기체는  부르주아 사회에 비해 매우 단순하고 투명했다. 그러나 고대 생산 유기체는 인간의 미성숙한 발달(원시 부족 공동체에서는 개인이 자신과 동료들 사이에 탯줄을 아직 끊지 못했다는 점)이나 직접적인 지배와 종속 관계에 기반을 두었다. 이러한 생산 유기체는 노동 생산력이 낮은 단계를 넘지 못하고, 따라서 물질적 생활 영역 안에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사회적 관계가 좁을 때만 생겨나고 존속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좁음은 고대에 자연 숭배와 민간 신앙의 다른 요소들에 반영됐다. 현실 세계에서 종교적 반영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일상적이고 실질적인 관계가 완전히 투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들에게 나타날 때에만 비로소 소멸될 수 있다.

   

사회적 생활 과정, 곧 물질적 생산 과정은 자유로운 연합들의 생산이 되고, 그들의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통제 아래 놓일 때에 야 비로소 신비의 베일이 벗겨진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는 특정한 물질적 토대와 생존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조건들 자체도 길고 힘든 발전 과정에서 자연 발생적 산물이다. 정치경제학은 가치와 가치량을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분석하고, 이러한 형태들 속에 숨어 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은 왜 이 내용이 그런 형태를 취했는지, 곧 왜 노동이 가치로 표현되고 노동 시간으로 노동의 측정이 노동 생산물의 가치량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다. 생산 과정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이 아직 생산 과정을 지배하지 않는 사회 구성체에 속해 있다는 명확한 표식이 찍힌 이러한 형태들도 정치경제학자의 부르주아적 의식에서는 생산적 노동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자연적 필연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치경제학이 부르주아 이전에 사회적 생산 조직 형태들을 다루는 태도는, 대체로 성직자들이 기독교 이전에 종교를 다루는 태도와 비슷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상품 세계에서 나타나는 물신성이나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객관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현상으로 인해 얼마나 혼란에 빠지는지는, 특히 교환 가치 형성에 대한 자연의 기여를 둘러싼 지루하고 무의미한 논쟁에서 잘 드러난다. 교환 가치는 어떤 물건에 투입된 노동을 표현하는 사회적 방식이므로, 환율과 마찬가지로 자연 소재를 포함할 수가 없다. 상품 형태는(이것은 화폐 형태와 자본 형태로 발전한다부르주아적 생산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 가장 미발달된 형태이다. 따라서 상품 형태는 비록 오늘날처럼 지배적이고 특징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일찍부터 나타났고, 그렇기 때문에 그 물신적 성격이 비교적 쉽게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발달한 형태에서는 이러한 단순성이라는 겉모습마저 사라진다. 중금주의자들의 환상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들은 금과 은이 사회적 생산 관계인 화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금과 은이라는 자연 물질이 독특한 사회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경제학은 거만한 태도로 중금주의를 비웃고 있지만, 자본을 다루게 되면 그들 자신의 물신 숭배성이 아주 뚜렷해지지 않는가. 지대는 토지에서 생기지 사회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중농주의자들의 환상이 사라진 일도 최근이 아닌가.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가지는 않고자, 여기에서는 상품 형태 자체에 대한 또 다른 예시를 드는 데 그치려 한다. 상품이 말을 할 줄 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사용 가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모르지만, 그것은 물건인 우리에게 속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속하는 일은 바로 우리의 가치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상품으로 교환된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오직 교환 가치로서만 서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상품의 심정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들어보자.

 

가치(교환 가치)는 물건의 속성이고, (, 사용 가치)는 인간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가치는 필연적으로 교환을 전제로 하지만, 부는 그렇지 않다. 부는 인간의 속성인 반면, 가치는 상품의 속성이다. 인간 사회는 부유하며, 진주나 다이아몬드는 가치 있는 물건이다. 따라서 진주나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 진주나 다이아몬드만큼 가치를 가진다.’

 

진주나 다이아몬드 안에서 교환 가치를 발견한 화학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이 이 화학적 실체를 발견했다고 자부하며, 물건의 사용 가치는 물건의 물질적 속성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물건의 가치는 그 물건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친다. 이러한 엉터리 견해를 확증해주는 것은, 물건의 사용 가치가 교환 없이 물건과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반면, 물건의 가치는 오직 교환, 곧 사회적 과정에서만 실현된다는 기묘한 사정이다. 이쯤 되면 셰익스피어의헛소동에서, 저 선량한 독베리가 경비원 시콜에게 가르쳐 준 충고,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조언이 떠오른다.


인기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은 운명의 덕택이지만, 읽고 쓰는 일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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