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진, 챔피언의 법칙
차태진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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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어느 때부터인가 사무실로 정기적으로 찾아와 홍보물이나 사탕 등을 나눠 주고 하던 "보험 아줌마"들과는 다른 유형의 남성 보험 세일즈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개 친구나 학교 선후배들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면서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나타나서 외국계 보험회사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리고, 세련된 화술로 생명보험이 꼭 필요한 이유와 당시로서는 생소한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을 권유하였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종신보험 시장은 "푸르덴셜, ING, 매트라이프" 등 외국계 보험회사들이 휩쓸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 책의 지은이도 국내 종신보험 초기 성장기에 처음 보험 세일즈에 발을 디딘 후, 남다른 노력과 전략으로 신화적인 영업실적을 창출하여 톱 세일즈맨으로 성공하였고, 세일즈 매니저를 거쳐 현재는 보험 세일즈 조직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이 책은 대학 졸업 후 5년 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과 10여년간 보험 세일즈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세일즈의 세계에 갓 입문한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세일즈 교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챔피언의 유전자" "챔피언의 전략" "챔피언의 행동"이라는 3 파트로 구분하여 각 파트별 3개 전략을 담아 총 9개의 핵심 세일즈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챔피언의 유전자"는 "핏빛보다 선명한 목표를 세워라"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시작한다. 선명하게 자신의 미래를 그릴 줄 알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성공을 쟁취할 수 있고, 성공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또 다른 성공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톱 세일즈맨은 "훈련받은 숙련인(Trainee)" "훌륭한 연기자(Actor)" "재미있는 이야기꾼(Motivator)"이라는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챔피언의 전략"은 전 세계 세일즈맨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망고객 발굴 기법인 "소개 영업"의 비결과 열 가지 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어 세일즈맨이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4가지 요건인 KASH -지식(Knowledge), 태도(Attitude), 기술(Skills), 습관(Habits)- 중 특히, 태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챔피언의 행동"은 최고 실적을 자랑하는 7가지 요소와 세일즈 효율을 극대화 하는 방법 등 실제 세일즈 현장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스스로도 대학 시절은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 공부벌레였고, 졸업 후 직장에서는 지독한 일벌레였다고 술회하고 있다. 누구나 모두 이런 인생을 쉽게 살 수는 없으므로 스스로 자극을 위해, 위안이나 도움을 얻기 위헤 이러한 류의 책들이 끊임없이 읽히는 듯하다.

이 책은 이제 막 세일즈에 세계에 입문한 세일즈맨 새내기 내지는 의욕에 비해 실적이 따라 주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한 고민하는 세일즈맨 또는, 세일즈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 "성공"이 인생의 제1목표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인내하고 절제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거나 공감이 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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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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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TV에서 방영되는 한 오락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개그맨으로 대표되는 "웃음"과 폐가로 설정된 가상의 "공포"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도 작가에게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상이 아닌 무시무시한 공포의 현실 속에 내던져진 한 개그맨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한 한 편의 심리 스릴러를 독자들에게 내 놓았다.

"메구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진수"는 인기절정의 개그맨이다. 한동안 무명의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가 개발한 개그와 춤은 소위 엄청난 "대박"을 쳐서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 버린다. 치솟는 인기 덕에 하루 하루 꽉 짜여진 많은 일정들을 소화해야 하지만, 현재 그는 자신의 성공에 고무되어 있고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D"라는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너는 열흘 후에 죽는다, 반드시"라는 죽음을 예고하는 불길한 문자 메시지가 날마다 그의 휴대폰에 찍힌다. 그리고, 바로 그 죽음의 예고일 날, 그는 죽는다.

소설은 죽음 예고일 다음날, 경찰서 취조실에서 담당 형사와 "범인"의 대화, 여운을 남기는 짧은 대화로 시작하지만, 곧 문자 메시지를 처음 받는 10일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죽음 예고"를 받았을 때 그는 "이젠 별의별......"하며 피식 웃어 넘기지만, 아흐레 후, 여드레 후, 이레 후... 날마다 불길한 문자는 계속됨에 따라 그는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원한이 있다고 생각되는 헤어진 애인과 무명시절 자신을 돌보아 주었으나 이제는 사이가 틀어져 버린 선배 개그맨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 의심이 풀리면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차례로 의혹의 눈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레이저 킬러"라는 연쇄 살인범이 바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고, 한 밤의 악몽을 넘어서 이제 한 낮에도 갑자기 현실과 환상이 뒤 섞이는 환각증상까지 경험하게 된다.

개그맨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여 영화배우로까지 도약을 꿈꾸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자기관리에도 철저한 한 자신 만만한 젊은이가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있는 문자 메시지 하나에 연연하여 서서히 무너져 가는 과정을 심리미스터리 장르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심리 추리소설에서 추리적인 장치는 마라톤으로 치면 "Leading Runner"로써 소설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 보다는 주인공 이진수가 체험하는 공포를 통해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듯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 하나로 쉽게 무너지는 취약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느냐에 따라 또는, 이러한 작가의 의도가 얼마나 높은 완성도로 형상화되었는지에 따라 이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달라질 듯하다. 나 개인적인 평가는 초중반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힘이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다. 다만, D-1 Day의 마지막 사건은 "현실"이라면 리얼리티 면에서 공감이 가지 않고 "환상"으로 처리한 것이라면 다소 메끄럽지가 않다고 느껴졌다. 이 소설은 작가의 3번째 장편 추리소설이다. 그는 척박한 한국 추리소설계에서 근근하게나마 추리소설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든든한 존재이다. 작가의 후속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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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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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작가 "타쿠미 츠카사"는 직업 요리사 출신으로 자신의 요리사 경험을 토대로 한 이 작품으로  2008년 제6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고 화려하게 데뷰한 신예 작가이다. 일본 미스터리 신인 등용문은 "에도가와 란포상",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등이 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은 1988년에 미스터리 소설 랭킹 소개로 처음 시작되었다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인 발굴을 위한 문학상으로 변모하였다. 심사위원들의 1차 심사를 통과한 작품들의 전반 부분을 인터넷에 공개하여 독자들의 투표수를 바탕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선정되어 갈수록 이 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에도 2006년 대상작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2007년 대상작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 소개된 바 있다.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요리사가 등장한다.
먼저, 레스토랑 "비스트로 고타"의 오너 셰프인 "시바야마 코타"이다. 그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수업을 거쳐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항상 싱싱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도 야성적이고 강렬한 맛을 선보이는 솜씨 좋은 요리사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명한 요리 평론가 "나카지마 히로미치"가 특별히 스카웃하여 자신의 최고급 레스토랑 "퀴진 드 듀"의 셰프를 맡긴 "이시구니 츠토무"이다. "신의 맛"이라는 레스토랑의 이름에 걸 맞게 누구든지 일단 그가 만든 요리를 맛보기만 하면 다른 음식은 모두 쓰레기같이 느낄 정도로 천재적인 요리 솜씨를 지니고 있지만, 요리 이외 일에는 일체의 관심이 없는 듯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코타"는 아내 "아야카"의 친구 "기노시타 미사"의 결혼식 피로연이 유명한 "퀴진 드 듀"에서 한다는 이야기에 솔깃하여 만삭의 아내와 함께 그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런데, 신랑측 친척의 대거 불참으로 인해 피로연 좌석이 신랑의 부모 옆으로 바뀌어져 버려 우연히 신랑의 할아버지이자 "갓 니키미치"로 알려진 요리 평론계의 거물과 합석하게 된다. 그 날 "코타"는 "니키미치"의 섬세한 미각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요리의 새로운 경지를 느낀다.

그런데, 이 결혼식 이후부터 "기노시타 운수"를 경영하는 신랑의 아버지가 돌연 실종되고 "기노시타 운수"의 사업부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여기에서 "아오야마"와 "혼다"라는 유쾌한 형사 콤비가 등장한다. "아오야마"는 이 일련의 사건을 니키미치 히로미치의 재산을 둘러 가족들간의 분쟁으로 몰아가는 수사 방향에 대하여 의문을 느끼고 상사인 "혼다"를 설득하여 자기 나름의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해 나간다.

이 소설은 "코타" 주변을 통해 묘사되는 "요리"의 세계와 "아오야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범죄 수사의 세계가 병렬적으로 진행되지만 종국에는 동일한 결말을 향해 가파르게 달려간다. 본격 추리물의 요소가 다소 약한 편이고, "요코하마 히데오"와 비교하면 형사물로서의 밀도도 약한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작가가 현란하게 묘사하는 요리 또는 미식의 세계는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신인작가의 훌륭한 데뷰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족 : 그런데, 마지막 마무리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충격은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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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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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기 다른 다섯 작가가 1873년부터 1932년에 발표한 5편의 중편 추리소설을 묶었다. 수록작품을 발표 순으로 보면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데드 얼라이브"(1873년)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안개 속에서"(1901년)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버클 핸드백"(1914년)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의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1917년) "프랭크 보스퍼"의 "3층 살인사건"(1932년) 등이다. 이들 중 "윌리엄 윌키 콜린스"와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은 각각 "월장석" 과 "독화살의 집"으로 알고 있었으나 나머지 3명의 작가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전에 발표한 작품이라 현대의 스피디한 감각과는 약간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추리소설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수수께끼 풀이, 스릴과 서스펜스는 물론 풍자와 유머,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 등 작품 하나하나가 전통 추리소설의 고전다운 품격을 지니고 있다.

에드가 앨렌 포우가 1841년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발표하고 "마리 로제 사건의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 후속작을 통해 현대 추리소설의 전범을 제시한 이후 많은 작가들이 추리소설에 뛰어들었으나,  포우의 작품과 견줄 정도의 걸작은 탄생하지 않았다. "콜린스"도 포우의 영향을 받아 추리소설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1860년 최초의 장편 추리소설 "흰 옷을 입은 여인"을 발표하고, 1868년에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월장석"을 발표하여 일부 비평가 사이에서는 포우의 후계자로 "코난 도일"이 아닌 "콜린스"를 꼽는 견해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데드 얼라이브"는 영어권 최초의 법정 스릴러물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콜린스의 치밀한 구성력과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안개 속에서"는 당대의 유명 저널리스트로도 맹활약을 펼쳤던 "데이비스"의 지적 매력이 돋보이고 막판의 반전이 훌륭한 작품으로 "엘러리 퀸"이 선정한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이기도하다.

"버클 핸드백"는 "힐다 애덤스"시리즈 중 최고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간호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탐정이 등장하고 작가의 여성적인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록 한 작품 밖에 접해보지 않았지만 웬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시리즈와 같은 느낌이 난다. 후속 시리즈가 소개되면 꼭 읽어야 겠다.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당대의 명탐정 "아노"와 그의 조수 역할을 하는 "리카르도"가 활약하는 정통 탐정소설이다.

"3층 살인사건"은 영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프랭크 보스퍼"가 유일하게 남긴 추리소설로 일반적인 중편보다는 분량이 길어 장편으로 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먼저 연극으로 먼저 공연되고 몇 년후에 소설로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정된 공간에서 밀도있게 진행되는 한 편의 추리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1부를 다 읽은 순간 웬지 작품의 Plot이 예상되었는데 과연 그대로여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라면 이 작품집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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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사토 다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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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토 다카코"의 1989년 데뷰작으로 "슌", "가나", "고이치" 3명의 10대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예쁜 이야기 4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길지 않는 분량이기도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청량하고 담백하여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정말 술술 읽힌다는 표현 그대로 단순에 끝을 보게 한다. 휴가 때 가져가서 부담없이 읽기에 적당한 소설이다.

첫 번째 단편 "서머타임"은 11세 소년 "슌"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해 여름의 추억이다.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가나"라는 한 살 위 누나랑 같이 살고 있는 "슌"은 평범한 소년이다. 어느 비오는 날 수영장에서 그는 "고이치"라는 소년을 우연히 알게 되어 친해진다. "고이치"는 자동차 사고로 아빠와 자신의 왼쪽 팔을 잃고 엄마랑 둘이서 살고 있는 13세 소년이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재즈 피아니스트인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아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고이치"는 "슌"에게 "서머타임"이라는 재즈곡을 연주해 주고 "슌"은 그 멜로디에 깊이 끌린다. 어느새 "가나"까지 "고이치"와 친해지게 된다. "가나"도 "고이치"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되고 "고이치"도 왈가닥스럽기도 하지만 숨이 막히게 예쁜 "가나"를 좋아한다. "가나"는 한 손으로 타다가 넘어져 다친 이후로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는 "고이치"에게 맹렬히 자전거 연습을 시키지만 이 때문에 둘은 싸우게 되고, 곧 "고이치"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서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이제 19세 대학생이 된 "고이치"가 "슌"과 "가나" 앞에 다시 나타난다.

"5월의 꽃길"은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가나"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만나게 된 무렵의 이야기이다.
"가나"가 분홍빛 철쭉으로 곱게 만든 꽃 길을 누나의 뒷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 온 "슌"의 자전거가 짓밟아 버렸다. 아름답고 예쁜 것에 눈을 뜬 누나와 이를 알 수 없는 남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9월의 비"는 17세의 소년으로 성장한 "고이치"가 나온다.
겉으로는 엄마의 재혼을 반대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엄마를 빼앗기는 것이 정말 싫은 것이 고이치의 본 마음이다. 그런 그의 앞에 그 동안 등장했던 사라졌던 몇 명의 새아빠 후보자들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후보자가 나타났다. 복잡한 심경으로 갈등하지만, 그 "다네다"아저씨에게 자전거 뒤를 잡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화이트 피아노"는 14살이 된 "가나"의 겨울 이야기이다.
친구 아버지의 피아노 전시장에서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센다"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쩌면 짧은 편지에 적힌 '다시 만나자'는 막연한 약속이 고이치의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 닿는다.

4편의 단편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있다. 각 단편의 화자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에 주인공 각자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어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4편의 이야기가 각각 여름 봄 가을 겨울 사계가 배경이지만 계절이 한결같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고, "피아노"와 "자전거"가 각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한 소설이다.
"상투적이야~"하면서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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