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사토 다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토 다카코"의 1989년 데뷰작으로 "슌", "가나", "고이치" 3명의 10대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예쁜 이야기 4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길지 않는 분량이기도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청량하고 담백하여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정말 술술 읽힌다는 표현 그대로 단순에 끝을 보게 한다. 휴가 때 가져가서 부담없이 읽기에 적당한 소설이다.

첫 번째 단편 "서머타임"은 11세 소년 "슌"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해 여름의 추억이다.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가나"라는 한 살 위 누나랑 같이 살고 있는 "슌"은 평범한 소년이다. 어느 비오는 날 수영장에서 그는 "고이치"라는 소년을 우연히 알게 되어 친해진다. "고이치"는 자동차 사고로 아빠와 자신의 왼쪽 팔을 잃고 엄마랑 둘이서 살고 있는 13세 소년이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재즈 피아니스트인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아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고이치"는 "슌"에게 "서머타임"이라는 재즈곡을 연주해 주고 "슌"은 그 멜로디에 깊이 끌린다. 어느새 "가나"까지 "고이치"와 친해지게 된다. "가나"도 "고이치"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되고 "고이치"도 왈가닥스럽기도 하지만 숨이 막히게 예쁜 "가나"를 좋아한다. "가나"는 한 손으로 타다가 넘어져 다친 이후로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는 "고이치"에게 맹렬히 자전거 연습을 시키지만 이 때문에 둘은 싸우게 되고, 곧 "고이치"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서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이제 19세 대학생이 된 "고이치"가 "슌"과 "가나" 앞에 다시 나타난다.

"5월의 꽃길"은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가나"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만나게 된 무렵의 이야기이다.
"가나"가 분홍빛 철쭉으로 곱게 만든 꽃 길을 누나의 뒷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 온 "슌"의 자전거가 짓밟아 버렸다. 아름답고 예쁜 것에 눈을 뜬 누나와 이를 알 수 없는 남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예쁘게 묘사되어 있다.

"9월의 비"는 17세의 소년으로 성장한 "고이치"가 나온다.
겉으로는 엄마의 재혼을 반대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엄마를 빼앗기는 것이 정말 싫은 것이 고이치의 본 마음이다. 그런 그의 앞에 그 동안 등장했던 사라졌던 몇 명의 새아빠 후보자들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후보자가 나타났다. 복잡한 심경으로 갈등하지만, 그 "다네다"아저씨에게 자전거 뒤를 잡아 달라는 부탁을 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화이트 피아노"는 14살이 된 "가나"의 겨울 이야기이다.
친구 아버지의 피아노 전시장에서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센다"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쩌면 짧은 편지에 적힌 '다시 만나자'는 막연한 약속이 고이치의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 닿는다.

4편의 단편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있다. 각 단편의 화자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에 주인공 각자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어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4편의 이야기가 각각 여름 봄 가을 겨울 사계가 배경이지만 계절이 한결같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고, "피아노"와 "자전거"가 각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한 소설이다.
"상투적이야~"하면서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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