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책읽기 - 내 삶을 리모델링하는 성찰의 기록
유인창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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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어느 날, 지은이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에 퍼뜩 놀랐다고 한다. 이 책은 자신이 읽었던 책에서 생각의 단초를 끌어내지만 정작 책 내용 소개보다는 마흔의 길목을 지나며 느끼는 소회를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스무 여섯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 글의 제목이 '마흔의 딜레마, 뛰어내릴까 돌아설까'이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인생의 절반은 이미 지났고 나머지 절반쯤이 남아 있는 시기이다. 단지 인생의 절반을 끝냈다는 시간적인 의미 이외에 마흔이라는 나이는 울컥하고 가슴 속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시기이다. 특히, 그이가 한 가족의 가장이라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가장이라면 입을 꾹 다물어 참고 있지만 속에서 터져 나올 것처럼 뜨겁고 서러운 무언가를 몸 속에 쌓아 놓고 산다. 지은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제1장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은 마흔의 남자가 느끼는 고독과 삶의 무거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제2장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는 주로 지친 사십대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내용이다. '안도현'의 '연어',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같은 소설의 힘을 빌어 친구의 우울을 위로하고 삼류 인생 나름의 가치를 긍정하는 힘을 얻는다. 제3장 '삶의 두 번째 여행'은 또 한 번 인생을 되풀이하며 산다면 얼마나 멋지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켄 그림우드'의 소설 '다시 한 번 리플레이'를 통해 이끌어 내어 보고는, 불량 아저씨가 되어 바이크 여행을 떠나고 어딘가에 숨어 있는 사랑을 찾는다. 제4장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살아갈 날들을 더 멋지게 꾸며 나가는 희망과 미래를 준비하는 각오를 다진다.

지은이는 스스로 서툴게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렇다 보니 책 읽기가 따뜻한 위안이었고 때로는 즐거운 놀이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말을 믿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우리의 기적들을 설명해 주고 새로운 기적들을 제시해 줄 책이 어쩌면 우리를 위하여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나도 이 말을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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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 상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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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아홉에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한 한 남자가 경험하는 저승 이야기로 인터넷 포탈 네이버 웹툰에 연재된 만화이다. 정형적인 소시민의 삶의 살다 병으로 죽게 된 '김자홍'은 흔히 저승사자로 알려진 3명의 저승차사에게 지옥문 입구인 '초군문'까지 끌려간다. 그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염라국 변호사 '진기한'이다. 이 작품은 열 명의 저승시왕에게 김자홍이 생전에 지은 죄에 대한 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진기한은 위기의 순간에 절묘한 변론술로 김자홍을 돕는다.

이승과 저승, 죄와 벌과 같은 가볍지 않는 주제를 한국적인 전통에 바탕을 두고 그리고 있는데, 시종 지루하지 않고 유머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는 저승세계를 현대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가령,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지옥 초군문행 전철을 탄다든지, 저승으로 향하는 길에 하이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깔려 있고, 염라대왕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는 'joogle'이라는 식이다.

저승에서는 부와 명예, 권력 등 이승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조건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중요한 것은 '죽은 자가 생전에 어떻게 살아 왔느냐'는 것 뿐이다. 모든 사자들은 이승에서의 선행과 죄업에 따라 저승시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일단 일곱 대왕에게 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게 되는데 이승에서 유가족들이 49재를 지내는 것이 여기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은 49일 이후에도 다시 세 명의 대왕에게 총 3년 동안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제일 처음으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시왕은 칼이 심어진 산을 의미하는 '도산지옥'을 다스리는 '진광대왕'이다. 두 번째는 공덕이 없는 죄인을 펄펄 끓는 무쇠 솥에 빠뜨리는 '화탕지옥'의 '초강대왕'이다. 세 번째는 '한빙지옥'을 다스리는 '송제대왕'인데 부모에게 불효한 자를 얼음 속에 가두는 형벌을 내린다. 네 번째부터 나머지 일곱 시왕은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 '평등대왕', '도시대왕', '오도전륜대왕' 등인데 저 마다 다른 죄를 심판하고 벌을 내리다.

저승시왕이라는 개념은 불교가 중국에 전파된 후 전통적인 도교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으로 한국의 전통 불교와 민간 신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교 사찰에는 대개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명부전'에 지장보살과 시왕을 모시고 있다. 지장보살은 천상에서 지옥까지 모든 중생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전하는 보살님인데 모든 중생들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유명하다. 진기한 변호사는 이러한 지장보살의 뜻을 구현하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지은이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시민 김자홍의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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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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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는 1990년에 발표된 '법의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인기 시리즈이다. 국내에도 90년대 초에 몇 편 번역된 적이 있는데, '장원'이라는 출판사에서 '검시관'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소설을 보았다. 십 년도 훨씬 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은 격인데, 등장인물들의 이미지 정도만 기억이 나고 세부적인 내용은 처음 읽는 소설과 거의 같을 정도였다. 다만, 이야기가 점점 전개됨에 따라 결말 내지는 범인의 정체가 확 생각이 나 버렸다.

'노블하우스' 출판사에서 스카페타 시리즈가 새로 출간될 때 법의관을 제외한 몇 편을 사 놓고는 여지껏 서가에 꽂아만 두었다. 한동안 일본산 미스터리에 편향된 책 읽기를 돌리고 싶어 책장을 살피다 '스카페타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왕이면 새로운 기분으로 읽기 위해 시리즈 첫 번째 작품부터 다시 읽기로 하였다. 새로 책을 구하고 보니 그 동안 출판사도 '랜덤하우스'로 바뀌었고 분권되었던 것이 두툼하게 합권이 되어 있었다.

'스카페타 시리즈'는 시체 안치소와 범죄 현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여성 법의관인 '케이 스카페타'를 주인공으로 한 법의학 스릴러이다. 법의학 박사인 그녀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원칙에 따라 시체에 남은 흔적과 증거를 통해 범죄 사건의 전모를 밝혀 나간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조력자들이 존재한다. 먼저, 그녀와 약간 껄끄러운 관계인 듯한 '마리노' 형사이다. 수사경험이 풍부한 그는 전형적인 마초 성향을 가진 중년의 백인 남자인데, 후속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강한 스카페타 박사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그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그리고 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현재는 FBI에 소속된 심리분석관인 '벤턴 웨글리'도 앞으로 많이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이다.

스카페타가 법의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리치몬드'에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젊은 여자라는 점 외에는 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범행 수법으로 미루어 보아 동일범의 소행임에 틀림없다. 마리노 형사는 네 번째 사건 피해자의 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생각이 다른 스카페타와 갈등을 빗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사건 정보 누설의 의심까지 받게 된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작가는 이 사람이 범인 같다가, 또다시 저 사람이 범인 같아 보이도록 몇 차례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추리과정을 통해 밝혀진다. 그런데, 작가는 의도하였던 범인의 의외성 내지는 반전의 효과는 조금 약했다. 작가가 마치 범인일수도 있는 듯 변죽만 울린 인물들이 결국 범인으로 밝혀진다면 너무도 뻔한 스토리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십중팔구 결코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였을 것이다. 몇 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이 소설은 독자들의 열광을 받는 인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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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도쿄 - 21세기 마초들을 위한 도쿄 秘書
이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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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회사 출장으로 오사카와 코베 지역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외국어를 못하기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일 텐데 유독 일본여행은 만만하게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는 '한자'가 익숙했기 때문도 있고, 말문만 닫고 군중 속에 숨으면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심적인 안정감에서 기인한 점도 있었던 것 같다. 하여간, 처음 밟아 본 일본 땅은 다시 한 번 방문하고픈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지은이가 붙였는지 출판사에서 붙였는지 책 표지의 맨 위에 '21세기 마초들을 위한 도쿄 秘書'라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 있다. 수백 차례 일본을 방문하였다는 지은이는 '도쿄, 여우비'라는 드라마를 찍은 영화감독이다. 지은이는 말하길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난 히피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자유가 도쿄 구석구석에 숨어 있기 때문에 도쿄에 빠지면 자유를 갈망하는 남자의 로망을 느낄 수가 있단다. 게다가, 도쿄는 아트 지향적인 '히피'들의 삶에 적합할 뿐 아니라, '모던 보이'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럭셔리함을 제공하고 '마초'에게는 극한의 남성성을 부여하는 폭 넓은 도시란다.

책의 구성은 아홉 개의 테마로 도쿄의 매력을 말하고 있다. 첫째 편은 영원한 남자들의 오아시스인 술집 순례이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아가는 뒷 골목 술집들을 소개하고 이어서 맛 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 순례가 이어진다. 확실히 아기자기한 여성 취향이 아니라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편은 '숨은 장난감 찾기'로 책, 장난감, 카메라, 전자제품, 빈티지 등 다양한 어른들이 취미생활에 필요한 가게들을 소개한다. 다섯 째는 '에로 도쿄 나이트'라는 부제에서 무엇을 다루려고 하는지 바로 감이 오는 테마이다. 그런데, 변죽만 올리고 마는 정도로만 다루고 있다. 다음 편은 피크닉 추천 장소, 패션샵, 숙소 소개 등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편은 작업을 위해 감추어 두었던 비밀 병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남자라면 '히피'이든지 '모던보이'든지 '마초'인지를 가리지 않고 두루 만족시킨다니 도쿄는 멋진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은이가 펼쳐 보이는 도쿄의 모습은 과연 이 정도의 극찬을 받을 만큼 매력으로 충만한 곳이지 잘 와 닿지 않는다. 도쿄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의욕이 지나쳐서 도리어 마음을 확 끌어 당기는 뭔가가 부족한 것 같다. 이는 주제를 다루는 일관성이 없기 때문인 듯 하다. 도쿄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차라리 부제처럼 '마초'에 초점을 맞추어 고독한 남자들이 술 한잔 기울이고, 밤을 보내는 도시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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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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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가즈후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웰 메이드 연애소설을 여럿 편 발표한 작가이다. 여성작가로 착각할 정도로 연애감정에 빠진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특히, 여자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평이다. 이 작품을 번역한 분도 책의 후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가 2007년 11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화려한 청춘을 보낸 적도 없고, 연애의 훌륭함도 이미 잊어버렸다"라는 말은 전혀 연애소설 작가 답지가 않다. 심지어, "한 번도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라든지, "나는 인간을 혐오한다"는 말도 하였다. 이러한 말에서 살짝 우울과 냉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본래부터 다른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고백과 "인생이 즐겁지 않다. 어쩌면 나 자신이 용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의 연애소설이 달콤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1년간을 기자와 편집자로 일하다가 마흔 둘이라는 늦은 나이로 등단하였다. 그의 아버지도 1987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이고 이 작품으로 자신도 2009년에 나오키 상을 받아, 보기 드문 부자 수상 기록을 세웠다. 그는 나오키 상 수상 소감 중에 이런 말을 하였다.

"흔히 말하는 소설다운 소설을, 앞으로는 쓰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소설의 틀을 파괴하거나 약간씩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 그러기 전에 진짜 소설다운 소설, 많은 사람이 읽고 즐거워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안고 있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을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중 2006년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던 '얼마만큼의 애정'과 '서른 다섯, 사랑'에 이어 세 번째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세 편의 작품을 읽은 느낌은 거의 비슷하다. 그의 소설은 자신의 말처럼 '소설다운 소설'에 충실하다. '연애'를 중심 테마로 삼았다는 공통점 외에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정석적이다. 그래서, 뚝심있게 주제를 이끌고 가는 힘은 좋지만 약간 심심하고 단조롭다는 느낌을 준다. 일본에서는 수준 높은 문장력과 뛰어난 구성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데 일본어를 해독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잘 모르겠다.

이 작품집에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중편 두 편이 실려 있다.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운명의 짝을 찾을 수 있을까? 운명의 짝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소설로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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