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저승편 - 상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 아홉에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한 한 남자가 경험하는 저승 이야기로 인터넷 포탈 네이버 웹툰에 연재된 만화이다. 정형적인 소시민의 삶의 살다 병으로 죽게 된 '김자홍'은 흔히 저승사자로 알려진 3명의 저승차사에게 지옥문 입구인 '초군문'까지 끌려간다. 그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염라국 변호사 '진기한'이다. 이 작품은 열 명의 저승시왕에게 김자홍이 생전에 지은 죄에 대한 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진기한은 위기의 순간에 절묘한 변론술로 김자홍을 돕는다.

이승과 저승, 죄와 벌과 같은 가볍지 않는 주제를 한국적인 전통에 바탕을 두고 그리고 있는데, 시종 지루하지 않고 유머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는 저승세계를 현대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가령,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지옥 초군문행 전철을 탄다든지, 저승으로 향하는 길에 하이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깔려 있고, 염라대왕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는 'joogle'이라는 식이다.

저승에서는 부와 명예, 권력 등 이승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조건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중요한 것은 '죽은 자가 생전에 어떻게 살아 왔느냐'는 것 뿐이다. 모든 사자들은 이승에서의 선행과 죄업에 따라 저승시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일단 일곱 대왕에게 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게 되는데 이승에서 유가족들이 49재를 지내는 것이 여기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은 49일 이후에도 다시 세 명의 대왕에게 총 3년 동안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제일 처음으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시왕은 칼이 심어진 산을 의미하는 '도산지옥'을 다스리는 '진광대왕'이다. 두 번째는 공덕이 없는 죄인을 펄펄 끓는 무쇠 솥에 빠뜨리는 '화탕지옥'의 '초강대왕'이다. 세 번째는 '한빙지옥'을 다스리는 '송제대왕'인데 부모에게 불효한 자를 얼음 속에 가두는 형벌을 내린다. 네 번째부터 나머지 일곱 시왕은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 '평등대왕', '도시대왕', '오도전륜대왕' 등인데 저 마다 다른 죄를 심판하고 벌을 내리다.

저승시왕이라는 개념은 불교가 중국에 전파된 후 전통적인 도교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으로 한국의 전통 불교와 민간 신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교 사찰에는 대개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명부전'에 지장보살과 시왕을 모시고 있다. 지장보살은 천상에서 지옥까지 모든 중생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전하는 보살님인데 모든 중생들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유명하다. 진기한 변호사는 이러한 지장보살의 뜻을 구현하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지은이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시민 김자홍의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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