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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라이시 가즈후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웰 메이드 연애소설을 여럿 편 발표한 작가이다. 여성작가로 착각할 정도로 연애감정에 빠진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특히, 여자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평이다. 이 작품을 번역한 분도 책의 후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가 2007년 11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화려한 청춘을 보낸 적도 없고, 연애의 훌륭함도 이미 잊어버렸다"라는 말은 전혀 연애소설 작가 답지가 않다. 심지어, "한 번도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라든지, "나는 인간을 혐오한다"는 말도 하였다. 이러한 말에서 살짝 우울과 냉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본래부터 다른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고백과 "인생이 즐겁지 않다. 어쩌면 나 자신이 용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의 연애소설이 달콤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1년간을 기자와 편집자로 일하다가 마흔 둘이라는 늦은 나이로 등단하였다. 그의 아버지도 1987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이고 이 작품으로 자신도 2009년에 나오키 상을 받아, 보기 드문 부자 수상 기록을 세웠다. 그는 나오키 상 수상 소감 중에 이런 말을 하였다.
"흔히 말하는 소설다운 소설을, 앞으로는 쓰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소설의 틀을 파괴하거나 약간씩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 그러기 전에 진짜 소설다운 소설, 많은 사람이 읽고 즐거워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안고 있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을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중 2006년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던 '얼마만큼의 애정'과 '서른 다섯, 사랑'에 이어 세 번째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세 편의 작품을 읽은 느낌은 거의 비슷하다. 그의 소설은 자신의 말처럼 '소설다운 소설'에 충실하다. '연애'를 중심 테마로 삼았다는 공통점 외에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정석적이다. 그래서, 뚝심있게 주제를 이끌고 가는 힘은 좋지만 약간 심심하고 단조롭다는 느낌을 준다. 일본에서는 수준 높은 문장력과 뛰어난 구성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데 일본어를 해독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잘 모르겠다.
이 작품집에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중편 두 편이 실려 있다.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운명의 짝을 찾을 수 있을까? 운명의 짝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소설로 보여 주고 있다.